빗나간 무역전쟁

트럼프의 정책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의 혁신기술 분야에선 중국의 불공정 관행 방관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때리기에만 초점 맞춘다

리샹푸는 중국 베이징에서 약 800여㎞ 거리에 있는 허난성 빈민가의 천장에 달랑 전구 하나 달린 단칸방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작업 중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어 일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매일 밀밭에 나가 삯일을 했다.

2001년 여름 중국 중부를 관통하는 장거리 기차 여행 중 리를 처음 만났는데 그에게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찾아온 시점이었다. 베이징의 칭화대(중국판 매사추세츠 공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금의환향하는 길이었다. 당시 서방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사 화웨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참이었다. 1987년 전화 교환기 제조업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당시 중국의 한가한 국유 텔레콤 산업에 납품하는 수백 개 업체 중 하나였다.

리는 그 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승승장구했다. 지금은 새로 떠오르는 인공지능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이끄는 선임 부사장이다. 화웨이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선전에 소재한 화웨이는 중국이 세계의 저임 생산기지에서 산업·기술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기수로 떠올랐다. 지금은 애플보다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더 많다. 중국과 개발도상국 세계 전반에 걸쳐 인터넷과 기타 텔레콤 시스템의 토대를 이루는 장비를 제공한다. 그리고 일상적인 기기·도구·물건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5G 텔레콤 네트워크의 보급을 선도하는 업체다.

지난해 8월 화웨이는 글로벌 IT 기업 최초로 이른바 인공지능 칩셋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에 이 컴퓨터 칩들을 탑재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에 담긴 얼굴과 기타 물체를 인식하고 일상언어를 아주 빨리 해석할 수 있다. 화웨이의 발표는 중국이 가난한 경제 후진국에서 얼마나 짧은 기간에 IT 초강대국으로 탈바꿈했는지를 뒷받침한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는 가장 최근의 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곧 우리의 일상생활과 글로벌 상거래를 재편할 듯하다.

중국의 야심에 워싱턴 DC와 실리콘밸리 일각에서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 정부는 우주항공·로봇기술·컴퓨터칩·바이오테크를 비롯한 기타 첨단 산업에서 선도국가로 올라서기 위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첨단기술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의 최신 프로그램이다. 베이징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가로 번거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어 지적재산, 제조 노하우, 투자자산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한다. 서방 기업의 영업 비밀을 훔쳐낼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도 불사한다. 그리고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불투명한 소유 구조를 통해 중국 기업들과의 유착 관계를 은폐한다는 비판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워싱턴 정부는 수년간 베이징의 부정행위를 과소평가하는 선에서 그쳤다. 미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방대한 중국 시장에의 접근을 원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정부가 스스로 경제개혁을 계속하는 한 양국 관계는 윈윈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그런 논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예전보다 크게 둔화됐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중국시장 개방 속도를 조절하면서 오히려 빗장을 닫아걸은 분야도 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f Foreign Relations)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제조 2025 계획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상징한다.

미국은 수입 철강 (오른쪽 사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약탈적 관행은 방관한다.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왼쪽 위), 2017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화웨이 전시관(왼쪽 아래). / 사진:MARK SCHIEFELBEIN-AP-NEWSIS, SHAN YUQI-XINHUA-NEWSIS, TIMOTHY D. EASLEY-AP-NEWSIS

실존적 위협은 미국이 중국에 강경입장으로 돌아서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지 모른다. 실제로 양국간에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그리고 그 밖에 광범위한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1월 7일 시작된 미-중 협상에서 합의를 못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에 관세를 25%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맞서 중국도 각종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대두와 기타 농산품 구입량을 감축했다. 동시에 애플처럼 중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들은 현지 고객이 미국 브랜드를 기피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표적을 겨냥해 전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그의 관세는 선진국의 미래 번영에 훨씬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성장 산업을 외면한다. 중국의 철강 수출 제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탓에 장기적으로 미국의 첨단기술에 극심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약탈적인 행위를 묵과하고 있다.
3월 관세 인상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켜 IT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반시장적 산업정책에 맞대응할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하면 파멸적인 무역전쟁 위험을 줄이면서 실질적인 중국 내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베이징의 일부 경제 개혁파들은 말한다. 이 같은 방향이 중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아직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처하는 일관된 어떤 정책의 틀도 잡지 못했다. “인공지능과 5G가 선도하는 기술 혁신은 우리 몫”이라고 구글 차이나 사장 출신으로 현재 자신의 벤처 캐피털 업체를 운영하는 리카이푸는 말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미국 정부에는 이런 두드러진 변화의 미래상을 설계할 만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없다.”

기술-내셔널리즘의 부상

중국은 내가 기차에서 리를 만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그것은 중국의 글로벌 경제 복귀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이정표였다. 미국이 이끄는 나머지 세계는 중국 같은 잠재력을 가진 대국을 원칙 기반의 무역체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여겨 어떻게든 가입을 성사시키려 애썼다. 그때부터 중국의 경제성장에 거의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속이 붙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다. 지금은 세계 제2경제대국이며 10~20년 뒤에는 미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설 기세다. 중국은 WTO 가입 직후 투자와 무역에 국내 경제를 개방하기 시작했으며 그런 노력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

시 주석 체제 들어 그런 약속은 사산아가 되고 말았다. 베이징 정부가 국내 기업 육성에 힘쓰는 텔레콤·컴퓨팅·우주항공 등 주요 경제분야에서 상황이 악화됐다. 석유·가스·대체에너지·제약처럼 중국이 ‘전략 산업’으로 여기는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특허신청 퇴짜 비율이 비전략 업종보다 훨씬 높다고 버클리대학법·기술 센터의 마크 코헨 소장은 말했다. 그리고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2017년 사업환경 조사를 실시했더니 회원사의 60%가 보호무역주의의 범위와 확대 속도를 지목하며 향후 몇 년간 중국이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리라는 믿음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경제가 성숙해지면 현지 합작 파트너들에게로 기술이전(중국 경제개방 후 초창기의 일반적인 사업절차)을 해달라는 베이징의 요구가 줄어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은 갈수록 더 중요한 기술을 현지 파트너들에게 이전하라고 외국 기업들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가 베이징 정부에 날카롭게 따져왔던 문제다.

우주항공·로봇기술·컴퓨터칩· 바이오테크 기술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공격적인 계획에 워싱턴 정가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베이징의 인공지능 로봇(왼쪽 위), 베이징자동차(BAIC Motor)의 자율주행 전기차(왼쪽 아래), 리처드 유 화웨이 CEO(오른쪽 사진). / 사진:NG HAN GUAN-AP-NEWSIS, JU HUANZONG-XINHUA-NEWSIS, MANU FERNANDEZ-AP-NEWSIS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불만이 쌓이던 순간에 발표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부담스러운 요구조건을 내건다. 해외 다국적기업들은 생산과 조립 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종종 소수파 합작 벤처 파트너로 미래 경쟁자들과 협력해야 한다. 마이클 프로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그들은 이런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패권을 차지할 계획이며 신흥 산업에의 직접적인 보조금뿐 아니라 외국 라이벌들과의 경쟁에서 중국 ‘국가대표 기업들’의 보호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다면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의도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소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캐서린 콜스키 정책분석가는 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평했다. ‘중국은 미국과 기타 시장기반 경제의 개방성을 지렛대 삼아 첨단 연구와 데이터에 접근하고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해 첨단 기업의 인수· 투자를 실행하면서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해외에 내다판다. 중국 정부가 이런 노력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책을 ‘기술-내셔널리즘’으로 부른다. 요즘 중국은 선호하는 경제분야로의 자원 이전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한다(콜스키 분석가는 이를 “대규모 국가자금지원”으로 부른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에만 20억 달러를 지출해 베이징에 연구개발 전용 테크노 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러 성 정부도 그 뒤를 따라 청두·광저우 등지에 자체적으로 테크노 파크를 신설한다. 리카이푸의 말마따나 베이징 정부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대상의 보조금과 경제 전반에 걸친 인공지능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후한 조건의 관급 계약 등 신규 자금을 쏟아부어 터보 엔진을 달아준다.”

베이징이 품고 있는 핵심 기술 패권욕의 중심에 현대 경제의 주요 구성요소인 컴퓨터 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인텔·퀄컴·AMD·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칩 산업을 선도한다.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중국이 소비하지만 그중 80%를 외국 업체가 납품한다. 2014~2016년 글로벌 칩 업계의 인수합병 991건 중 3분의 1에 중국이 관련된 까닭이다. 중국 국영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에 걸쳐 1600억 달러를 투입해 국내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칩 시장에서 서방을 뛰어넘기 위한 열쇠는 인공지능이다. 베이징 정부는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화웨이를 본받아 딥신경망(deep neural networks)을 구동하는 혁명적인 칩 디자인의 개발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딥신경망은 많은 인공지능 응용분야의 열쇠인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문어와 구어를 분석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담긴 얼굴과 기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와 자율주행차에 사용된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응용기술 분야의 필수품인 인비디아의 M40 칩보다 20배 성능이 뛰어난 신경망 칩의 개발을 요구한다. 지난 7월 중국 인터넷 검색 대기업 바이두는 독자적으로 머신러닝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화웨이는 중국 기업 캄브리콘과 합작으로 휴대전화용 인공지능 칩을 개발 중이다.
화웨이의 경쟁자와 비판자들은 그들의 급속한 발전이 지적재산을 훔친 결과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여긴다. 2003년 시스코가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해 나중에 합의를 봤으며 캐나다의 노텔 네트워크스는 중국이 자사 시스템에 대한 해킹으로 핵심 기술을 훔쳐내 화웨이에 넘겨줬다고 믿는다. 적어도 노텔 네트워크스의 전 임원 한 명은 그로 인해 결국 회사가 파산하게 됐다고 본다. 화웨이는 그런 혐의를 부인하며 그것을 뒷받침할 공개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론한다.
미국 정보계의 화웨이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 깊다. 그들은 화웨이의 컴퓨터 칩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어 화웨이 장비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베이징 정부가 해킹할 수 있으리라 의심한다. 그에 따라 워싱턴 정부는 화웨이의 미국 내 투자를 차단했다. 오랫동안 화웨이를 따라다녔던 의혹이 지금은 미-중 통상관계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주요 중국 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느냐 아니냐는 미래를 논할 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일부 IT 경영자들은 말한다. 인공지능의 기업창업 환경은 실리콘밸리보다 중국이 더 우호적이라고 리카이푸는 단언한다. 물론 딥러닝의 개척자들은 주로 서방에 있지만 리는 신저 ‘AI 슈퍼파워(AI Superpowers)’에서 이런 발전을 상업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훨씬 앞섰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에서 전기가 발명된 초기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기기를 돌리고 공정을 개선하면서 이런저런 실험(tinkering)을 시작했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리는 말한다. 현재 중국에는 인공지능 ‘실험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의 글로벌 경제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왼쪽 위). 미국의 대두 재배농(왼쪽 아래). 2001년 WTO 가입 직후 기뻐하는 스광성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관(왼쪽)과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오른쪽 사진). / 사진:LUO XIAOGUANG-XINHUA-NEWSIS, JOONGANG PHOTO, JEFFREY COLLINS-AP-NEWSIS

베이징이 품고 있는 핵심 기술 패권욕의 중심에 현대 경제의 주요 구성요소인 컴퓨터 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인텔·퀄컴·AMD·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칩 산업을 선도한다.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중국이 소비하지만 그중 80%를 외국 업체가 납품한다. 2014~2016년 글로벌 칩 업계의 인수합병 991건 중 3분의 1에 중국이 관련된 까닭이다. 중국 국영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에 걸쳐 1600억 달러를 투입해 국내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칩 시장에서 서방을 뛰어넘기 위한 열쇠는 인공지능이다. 베이징 정부는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화웨이를 본받아 딥신경망(deep neural networks)을 구동하는 혁명적인 칩 디자인의 개발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딥신경망은 많은 인공지능 응용분야의 열쇠인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문어와 구어를 분석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담긴 얼굴과 기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와 자율주행차에 사용된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응용기술 분야의 필수품인 인비디아의 M40 칩보다 20배 성능이 뛰어난 신경망 칩의 개발을 요구한다. 지난 7월 중국 인터넷 검색 대기업 바이두는 독자적으로 머신러닝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화웨이는 중국 기업 캄브리콘과 합작으로 휴대전화용 인공지능 칩을 개발 중이다.

화웨이의 경쟁자와 비판자들은 그들의 급속한 발전이 지적재산을 훔친 결과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여긴다. 2003년 시스코가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해 나중에 합의를 봤으며 캐나다의 노텔 네트워크스는 중국이 자사 시스템에 대한 해킹으로 핵심 기술을 훔쳐내 화웨이에 넘겨줬다고 믿는다. 적어도 노텔 네트워크스의 전 임원 한 명은 그로 인해 결국 회사가 파산하게 됐다고 본다. 화웨이는 그런 혐의를 부인하며 그것을 뒷받침할 공개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론한다.

미국 정보계의 화웨이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 깊다. 그들은 화웨이의 컴퓨터 칩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어 화웨이 장비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베이징 정부가 해킹할 수 있으리라 의심한다. 그에 따라 워싱턴 정부는 화웨이의 미국 내 투자를 차단했다. 오랫동안 화웨이를 따라다녔던 의혹이 지금은 미-중 통상관계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주요 중국 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느냐 아니냐는 미래를 논할 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일부 IT 경영자들은 말한다. 인공지능의 기업창업 환경은 실리콘밸리보다 중국이 더 우호적이라고 리카이푸는 단언한다. 물론 딥러닝의 개척자들은 주로 서방에 있지만 리는 신저 ‘AI 슈퍼파워(AI Superpowers)’에서 이런 발전을 상업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훨씬 앞섰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에서 전기가 발명된 초기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기기를 돌리고 공정을 개선하면서 이런저런 실험(tinkering)을 시작했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리는 말한다. 현재 중국에는 인공지능 ‘실험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초점 잃은 미국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트럼프 정부에는 기술적 위협에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 대신 “관세와 환율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통해 중공업(철강과 알루미늄)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의제”를 수행해 왔다고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 소장 출신으로 현재 APCO 월드와이드의 상하이 주재 컨설턴트인 짐 맥그리거는 말했다. “이런 정책은 1950년대에 더 어울린다.”

이런 백악관 정책을 주도하는 사람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통상 파트너의 무릎을 꿇리는 관세의 힘을 신봉하는 보호무역주의자였다. 중공업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으로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의 몇몇 주에서 승리했다. 대중 관세가 현명한 정책이든 아니든 또 하나의 선거공약을 이행한 셈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에 주는 고통을 계속 키워 공정무역을 해야 고통이 줄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통상 고문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과 윌버 로스 장관은 명백한 보호무역주의자들이지만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골드만삭스 출신)은 진정한 자유무역주의자들이다. 현재 대중 무역협상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36쪽 참조)를 언론에선 종종 나바로 위원장과 로스 상무장관의 보호무역주의 동지로 묘사한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적재산 도용과 강제 기술이전 등 중국의 무역정책을 가장 먼저 목청 높여 경고했던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스캐든·압스·슬레이츠·미거&플롬의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중국이 약탈적인 기술 내셔널리즘 관행을 일삼아 왔다고 간주하며 미국이 거기에 맞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 정부가 관세 같은 둔기 이외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테크노 전쟁에 임해야 할까? 이 문제와 관련해 우방국들을 규합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이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많은 전·현직 외교관은 말한다. 중국이 기술적 패권을 좇아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만큼 미국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워싱턴 정부가 국제 통상 원칙에 관한 한 중국의 이단자 이미지를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다면 중국을 고립시켜 핵심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할 수 있다. 국제통상 체제에 관한 한 중국이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서 진전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캐나다·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부분적으로 마무리지어 백악관 한 경제 관료의 말마따나 “다른 통상 문제를 접어두고 가장 중요한 중국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 뒤 지난해 12월 말 미국 법무부는 중국 국가안전부와 관련된 주후아와 장시롱 두 사람을 기소했다. 광범위한 산업에 걸친 지적재산 사이버절도 혐의였다. 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정부 지시를 받는 APT10이라는 대규모 해킹 그룹의 일원이었다. 타깃이 미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첩보기관들은 사건 관련 정보를 많은 우방과 공유했다.
기소가 이뤄졌을 때 독일·일본·영국 같은 나라가 모두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해왔다는 문제의 불법 관행을 규탄했다. 바로 이런 ‘개인은 전체를, 전체는 개인을(one-for-all, all-for-one)’ 위하는 외교가 통상 문제에서 중국과 대적하는 데 필요하다고 대다수 전문가는 말한다. 미국 외교협회의 아담 시걸 선임 연구원이 썼듯이 “한목소리를 낸 그 성명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행동에 대한 세계 각국의 깊은 짜증을 표면화시켰음을 보여준다.”
강경하고 효과적인 정책의 제2단계는 지적재산 도용의 혜택을 보는, 특히 국유기업들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미국과 우방들의 경제 제재를 발동하는 것이라고 많은 분석가는 주장한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 수혜 조직들의 정체에 관한 장문의 보고서를 우방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아무런 제재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1월 초 미-중 통상회담 재개를 앞두고 제재를 꺼내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므누신 재무장관의 주장이 먹혀들었다. 현재로선 미국 정부가 문제의 사이버 절도에 연루된 중국 관료들의 “명단을 발표하는(name and shame)” 선에서 그치게 된다.

미국은 “실행 가능한 상호주의”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으로 중국의 무역관행을 바꾸도록 설득해야 한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왼쪽 사진).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위 왼쪽). 중국 렌윈강 항에서 하역 대기 중인 신차들 (위 오른쪽). / 사진:RAO AIMIN-AP-NEWSIS, MANUEL BALCE CENETA-AP-NEWSIS, WANG CHUN-XINHUA-NEWSIS

미국이 중국에게서 원하는 것은?

이번 사례는 트럼프 정부에 중요한 의문을 던졌다. 통상과 관련해 중국에 무엇을 원하는가? 미국 정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자신과 중국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 의심하듯 트럼프 대통령이 단지 현재 37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감축하길 원하는가? 중국이 더 실질적인 시장개방 조치까지 취하길 원하는가? 나바로 위원장이 시사했듯이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어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아오기 원하는가? 중국제조 2025 계획의 이행을 저지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인가?

베이징 정부도 궁금해 한다. 1970년대 세계에 문호를 다시 개방한 뒤 중국인은 상당히 실용적으로 협상에 임해 왔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전 중국의 한 통상 관료가 미국 측 파트너 한 명에게 “트위터에 올릴 만한 어떤 성과를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 통상 관료는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요즘 일부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회자되듯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미래의 첨단산업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욕구에 대응하려면 미국 기업계를 끌어들여 중국의 산업정책을 정면 공격하는 것도 중요하다. 베이징 정부 정책의 주요 측면(대표적으로 강제 기술이전)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서명한 입회 문서에 명백하게 금지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껏 그런 의무를 위반하고도 아무런 뒤탈이 없었던 듯하다. 미국 기업들이 베이징의 보복이 두려워 WTO 규정 위반의 구체적인 증거를 미국 정부에 제시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성장하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다국적 기업이 너무 많아 많은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면 보복을 유발하지 않고 관행을 바꾸도록 할 수 있을까? 취재하면서 인터뷰한 소식통 중 여럿이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로 답했다. 바로 상호주의(reciprocity)다. 맥그리거 컨설턴트는 “미-중 협상은 실행 가능한 상호주의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약속이 아니라 진짜 행동으로 판단하라는 의미다. 시장접근과 해외투자의 경우 한 나라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배경에서 워싱턴 정부는 중국의 대미 특히 기술분야 직접투자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다. 그 결과 베이징으로부터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들도 미국을 따라 베이징 정부가 외국인의 투자와 중국 시장 접근 제한을 완화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 계속 압박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마이클 프로먼 전 대표는 말했다.

국유기업들이 집권 공산당의 돼지저금통 역할을 하면서 불법적인 중국 정책의 수혜를 보는 산업을 집중 공략하면 중국 정부도 신경 쓰일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기소 이후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데 통상 강경파들이 그렇게 실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일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대북 무역에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중국의 국유 텔레콤 기업 ZTE를 정조준했을 때 중국이 “기겁했다”고 시저스 연구원은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ZTE 납품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미국 정부는 제재 위협을 철회했다.

오는 3월 미국의 관세 인상이 발효되기 전에 무역분쟁을 타결 지을 목적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현 시점에도 미국 정책이 바로 그런 오락가락 행정에 휘둘린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몇 가지 카드를 갖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와 약화를 초래하는 듯한 무역분쟁 등에 공산당 엘리트들이 불만스러워 한다는 정치적 가십이 중국에서 많이 흘러나온다. 이 같은 루머는 시 주석이 무역 현안의 해소 노력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있고, 외국인 투자 관련법 개정안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외제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전면적인 관세 인상 위협으로만 몰아붙이면 그에 굴복하는 시주석이 체면을 잃게 된다. 그보다 트럼프 정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희생시켜 지배적 IT 기업을 키우려는 목표의 반시장적 산업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는 편이 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초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됐으며 미국은 그녀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사법부는 제재 대상 첨단기술 제품을 홍콩을 통해 이란으로 빼돌리려는 음모에서 멍 CFO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의심한다. 이번 체포로 미-중 간에 깊게 패인 골이 한층 더 벌어지고 말았다. 악화되는 양국 관계의 한복판에 화웨이와 그들을 둘러싼 의문들(부상배경·전술·야심)이 자리 잡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미-중 관계 변화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려 리샹푸와 접촉을 시도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스토리에는 새 중국의 희망과 낙관적 미래상이 담겨 있었다. 그는 행실 바르고 똑똑하고 모범적인 청년이었다. 호황을 맞은 경제에서 유망한 회사에 취직했다. 가난한 부모님에게 아파트를 사드릴 작정이었다(뜻을 이뤘다). 아메리칸 드림과 비슷해 보이는 이른바 차이나 드림(중국몽)의 표상이었다.

2001년 여름은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아주 오래 전 추억이다. 요즘엔 아마도 화웨이 중역 입장에서 미국인 기자와 말을 섞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