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 입은 여왕을 연기하다

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츠’에서 비운의 메리 여왕 역 맡은 시얼샤 로넌 인터뷰
사진:ILLUSTRATION BY BRITT SPENCER

아일랜드 여배우 시얼샤 로넌(24)은 외모만 메릴 스트립을 닮은 게 아니다. 배우로서의 진로와 다양한 억양 구사 능력, 아카데미상 후보에 많이 오른 경력 등이 모두 닮았다. 로넌은 2007년 ‘어톤먼트’, 2015년 ‘브루클린’, 2017년 ‘레이디 버드’로 벌써 세 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됐다(‘레이디 버드’로 골든글로브상을 받았다).

그녀는 최신작 ‘메리 퀸 오브 스코츠’(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자 보 윌리먼이 시나리오를 썼다)에서 1587년 사촌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마고 로비)에게 처형당하는 비운의 메리 여왕을 연기한다. 이 영화는 역사학자 존 가이가 메리 여왕의 일생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한 ‘내 심장은 나의 것(My Heart Is My Own)’을 바탕으로 했다. 로넌은 메리 여왕을 운명에 휘둘리는 변덕스러운 미인이 아니라 갑옷을 입은 전사 같은 이미지로 묘사한다.

메리와 엘리자베스는 수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만나지는 못했다(그러나 페미니스트 성향의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을 상상해서 집어넣는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만날 약속을 잡았었다”고 로넌은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남자들은 그 둘이 만나면 자신이 권력 잡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그 만남을 방해했다.”

이 영화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메리 여왕이 전략적 사고를 지닌 지도자로 묘사됐는데.

지금까지 그녀는 가톨릭 교리에 따라 모든 결정을 내리는 매우 감성적인 여자로 묘사돼 왔다. 하지만 존 가이에 따르면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메리 여왕이 가톨릭교도였던 건 맞다. 그녀는 스코틀랜드가 새로운 개혁의 시기를 맞아 개신교를 받아들였을 때 가톨릭교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종교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했다. 자신을 순교자로 내세워 영향력을 얻었다. 매우 영리한 책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선 메리 여왕이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윌리먼은 정치적 음모를 기막히게 묘사한다. 그는 이 영화에 스릴러 같은 속도감을 불어넣었다. 시대극은 진부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작품엔 격정과 배신, 저항이 흘러 넘친다. 이런 감정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와 메리가 만나지 못 했던 게 유감스럽다. 그들은 서로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아니었나?

맞다. 두 사람은 성격이 대조적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엄격했던 반면 메리는 즐거움을 좇았다. 섹스와 파티를 즐겼고 절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메리는 모성도 강했다. 후계자를 낳아 엘리자베스의 측근들을 위협했다. 그러나 만약 메리가 엘리자베스를 직접 만났더라면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메리는 그런 능력이 뛰어나다.

–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