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019년을 어떻게 묘사했나

대다수가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땅, 반이상향적인 경찰국가, 초자연적 재해 때문에 파괴된 끔찍한 곳으로 그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체로 암울하다. 2019년을 배경으로 한 과거의 영화들을 봐도 절망적인 메시지가 압도적이다. 이 영화들에서 바라본 ‘가까운 미래’ 2019년은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땅, 반이상향적인 경찰국가, 제멋대로 날뛰는 과학, 초자연적 재해로 파괴된 끔찍한 곳이었다. 다음 영화들은 2019년 실제 세계의 모습과 별로 닮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대변한다. 어떤 특별한 예견보다 사람들이 이 시대를 얼마나 비관적으로 바라봤는지가 놀랍다. 2019년을 영화 감독들이 예견했던 것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2019 멸종지대’(1983)

이 영화는 ‘칠드런 오브 맨’(2006)에 ‘커트 러셀의 코브라 22시’(1981)를 합친 다음 더빙을 엉망으로 한 듯한 느낌을 준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계에서 모터사이클 전사인 파르시팔이 범미 연합의 마지막 남은 가임 여성을 구하러 뉴욕에 침투한다. 하지만 무법천지가 된 이 도시를 빠져 나오는 일이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 출신인 세르지오 마르티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마이클 소프키우가 주연했다.

‘아키라’(1988)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1988년 발표한 이 서사 애니메이션은 그의 망가 시리즈를 바탕으로 했다. 1988년 대재앙으로 초토화된 도쿄가 네오 도쿄로 재건설된다. 정치 부패와 폭주족의 폭력으로 분열된 하이테크 도시다. 카메라의 초점이 젊은 폭주족 카네다와 데츠오에게 맞춰지는데 어느 날 자신의 초능력을 발견한 데츠오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된다. 액체 질소 속에 동면해 있던 신비한 존재 아키라만이 데츠오를 제압하고 네오 도쿄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아키라’에서 묘사된 2019년은 우리가 사는 지금과는 차이가 있지만 새해가 이제 막 시작됐으니 또 누가 아는가? 어느 곳에서 초자연적 전쟁이 터질지. 물론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말이다.

‘데이브레이커스’(2009)

‘데이브레이커스’ 속의 2019년엔 뱀파이어가 지구를 지배하고 극소수의 살아남은 인간은 실험농장에 수용되거나 지하 세계에 숨어 산다. 뱀파이어 이야기는 대체로 황당하게 들리지만 ‘데이브레이커스’는 현대의 자원부족과 자본주의 소비행태에 관한 설득력 있는 은유다. ‘소비자’(뱀파이어)가 들끓는 세상에서 피의 공급이 달리고 상황 타개를 위한 기술 발전은 필요한 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 값비싼 피를 살 형편이 안 되는 뱀파이어들은 박쥐 같은 괴물로 변해간다.

‘아일랜드’(2005)

2005년엔 복제인간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2편이 발표됐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다. 모두 인간에게 필요한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복제인간의 삶을 다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아일랜드’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탈출 스릴러다. 링컨 식스-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투-델타(스칼렛 요한슨)는 복제인간 수용시설에서 도망치기 위해 투쟁한다. 복제인간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2000년대 중반의 정서를 반영한 영화다. 하지만 그 이후 유전학은 우리가 예견하지 못했던 이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복제보다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을 이용해 유전 암호를 다시 쓰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2019년의 우리는 ‘아일랜드’보다 ‘가타카’(1997)에서 그린 미래와 더 흡사한 세상에 사는 듯하다.

‘런닝맨’(1987)

영화 ‘런닝맨’ 속 2019년 미국은 경찰국가다. 경찰 헬리콥터 조종사 벤 리처즈(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식량폭동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정부의 명령을 거역한다. 정부는 폭동에 뒤이은 대학살을 리처즈의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그 벌로 리처즈를 ‘런닝맨’이라는 잔인한 리얼리티쇼에 출연시킨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식량 부족과 군사화된 경찰, 인간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버는 TV 등이 우리가 사는 2019년과 흡사하게 느껴진다.

‘블레이드 러너’(1982)

‘블레이드 러너’는 필립 K. 딕의 1968년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82년 제작했다. 2000년대 초 인공지능이 탄생하고 2019년엔 타이렐 사가 제조한 레플리컨트(인조인간)들이 지구 밖 식민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진짜 인간과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흡사한 레플리컨트들은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한 채 노예 노동자와 군인으로 혹사당한다. 레플리컨트의 발전된 모델 넥서스-식스 중 하나인 로이 배티가 반란군을 이끌고 지구에 당도하자 지구는 위기에 처한다. 악당 레플리컨트의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경찰(블레이드 러너) 출신인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이들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오스톰’(2017)

시나리오 작가 딘 데블린이 감독하고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한 ‘지오스톰’은 2017년에 나왔으니 2019년의 세계를 그럴 듯하게 예측했다고 칭찬하긴 어렵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돼 통제불능이 된 기상위성으로 인해 파괴된 세계를 묘사했다. ‘지오스톰’은 앞으로 지구에 닥칠지 모를 기후 재앙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잘 포착했다.

– 앤드루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