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상담 시기 조정과 소통·기록 시스템의 개혁 통해 정확한 정보 공유하는 방법 찾아야
최근 세계보건기구 (WHO)는 전 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급증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은 디지털로 재구성한 항체. / 사진:GETTY IMAGES BANK

지금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신념이 더 중요한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다. 그래서인지 자녀의 건강 문제에서도 예방접종이 가져다주는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갈수록 많아진다. 예를 들어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고 믿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1998년 영국의 웨이크 필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논문을 학술지 랜싯에 게재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MMR 백신에 대한 우려와 접종 거부가 확산됐다. 하지만 백신과 자폐증 발생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후 해당 논문이 취소됐지만 지금도 여전히 부작용 우려로 자녀의 MMR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 방문자를 중심으로 홍역이 유행했다. 당시 미국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홍역 환자의 상당수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예방접종을 거부한 미접종자로 확인됐다. 수많은 과학적 연구에서 백신의 위험 증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급증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홍역 발병률이 높아진 데는 지역마다 다른 이유가 있어 각국 정부에 세심한 관찰을 촉구했다. 유럽에선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홍역 환자가 늘어난 주된 이유로 꼽혔다. WHO의 백신 담당자 마틴 프리드는 “증거도 없이 백신을 비난하는 가짜 전문가들이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잘못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인들 사이에서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신뢰를 얻으며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면서 부모가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안티백신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티백신 운동가들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와 같은 주장을 퍼뜨린다. 그 결과 백일해와 홍역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이 다시 유행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예방접종은 임신 중에 논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그렇다면 백신에 관한 오해나 근거 없는 괴담, 거짓 정보와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백신이 안전하며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소아과 의사들은 아기가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부모에게 예방접종을 권한다. 처음 아기를 출산한 부모로선 가장 좋지 않은 시점이다. 잠을 거의 못 자며, 가정에서 아기에게 위험할 수 있는 요소를 없애야 하고, 육아 문제를 두고 고집 센 시부모와 타협하면서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잘 먹이는 일로 걱정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다수 국가의 건강보험은 장시간 상담할 수 있도록 의사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아기가 검진받을 때 의사 면담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 국제 싱크탱크인 비엔나 백신 안전 이니셔티브(ViVI)와 독일 포츠담 소재 스쿨 오브 디자인 싱킹의 공동연구에서 그런 시기의 예방접종 상담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의사가 아기 부모와 예방접종을 논의할 더 좋은 시기는 임신 중이다. 그때는 대개 부모가 덜 바쁘고 잘 지치지 않기 때문에 의사에게 질문하고 정보를 구하고 마음을 정하기가 더 쉽다. 백신과 예방접종의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의사들은 의료 관련 소통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부모와 정보를 공유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하려면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다. 제품 설계자가 최종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춰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는 방식을 흉내 낸 기법을 가리킨다.

우리는 ViVI에서 이 기법을 사용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과 응급실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낭비되는 시간을 건강 교육에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부모는 진료를 예약하기 전에 답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을 의사를 직접 만나서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새로 나온 디지털 도구는 백신과 예방접종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런 도구를 사용하면 환자와 의사가 대면하는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방접종 기록도 중요하다. 최근의 검토에 따르면 그 기록이 아주 복잡하며 의료 전문가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게다가 확립된 국제 표준도 없어 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상당히 불편하다. 또 의료 비상사태나 갑작스러운 이주로 예방접종 기록이 분실되거나 파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예방접종 기록은 자녀의 건강 관리에서 부모가 의사와 동등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환자의 예방접종 기록을 표준화하기 위해 일부 국가는 현재 WHO의 국제예방접종증명서를 사용한다. 그 증명서는 처음엔 부모가 보관하다가 자녀가 성인이 되면 자녀에게로 이관된다. ViVI 팀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모와 성장한 자녀가 예방접종 기록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VAccApp이라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아울러 이 앱은 예방접종의 목적과 시기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족 전체의 예방접종 기록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는 사람들보다 의사를 찾았을 때 질문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의사도 환자로부터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예방접종율이 떨어지면서 거의 퇴치됐던 질병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과학적인 정보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예방접종에 관한 잘못된 믿음을 불식시켜야 한다.

– 바바라 라트

※ [필자는 소아 감염병 전문의로 비엔나 백신 안전 이니셔티브(ViVI)의 공동 설립자이며 영국 노팅엄대학 의과대학 명예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