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과실 모두에게 공평한가

올해 다보스 포럼의 테마인 ‘세계화 4.0’은 노동시장 붕괴에 따른 격차 확대에는 의문 품지 않는다
자동화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의 근로 체계가 바뀌고 있다. 사진은 아마존의 자동화 공정 / 사진:AP-NEWSIS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의 테마는 ‘세계화 4.0: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구조 형성’이다. 재화의 생산·유통·소비 방식의 변화에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그것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지가 아젠다로 올랐다. 세계가 제4차 산업혁명기로 접어들어 새로운 기술발전 물결이 우리를 세계화의 신시대로 이끌 것이라는 사고를 토대로 한다. 그러나 세계 지도자들이 기술도약에 경제성장의 희망을 걸고 있지만 나머지 보통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구심을 품는다.

제1차 산업혁명에선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한 생산의 기계화가 이뤄졌다. 이는 사람들의 생활·근로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제2차 산업혁명에선 전력을 이용해 대량생산을 이뤘다. 제3차 산업혁명은 전자기기와 정보기술을 이용한 생산의 자동화를 초래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융합의 특성을 갖는다. 디지털화뿐 아니라 로봇공학·인공지능·빅데이터·3D프린팅 같은 신흥기술의 통합을 토대로 한다. 이들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미래의 공장’은 완전 자동화된다. 앞으로는 소비자의 소재지 중심으로 생산이 이뤄져 공급망도 달라지게 된다.

이런 미래를 향한 변화가 진행된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3D 프린팅이 급속히 발전하고 제조기술의 디지털화로 생산 시스템의 통합과 지능화가 가능해졌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영국의 산업전략 등 많은 나라에서 미래의 공장을 지원하려는 취지의 정책을 개발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주제 세계화 4.0은 생산과 소비의 잠재적인 변화에 관한 업계와 정책입안자 사이의 논란과 연관됐다. 이는 제품 생산방식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제4차 산업혁명 주장의 논리적 근거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이 갈수록 많이 인용된다. 슘페터는 경쟁시장에서 원가를 낮추고 이익을 높이려는 점진적인 노력뿐 아니라(아담 스미스의 이론처럼) 시장 판도를 바꾸는 기술혁신의 추구가 자본주의의 엔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대단히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했음을 감안할 때 다보스에서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춘 건 정말 예상 밖이다. 그 밖에도 환경, 지정학적 긴장, 내셔널리즘과 이민위기의 고조에 관한 우려가 다시 커진 상황이다.

기술을 핵심현안으로 선택한 건 일견 비정치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전하면 분명 모두가 혜택을 입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다보스 아젠다는 이 새로운 세계화 개념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이런 미래를 향하는 방향이 불가피하다고 가정하고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미래인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세계화 4.0은 세계화가 영원히 계속되는 멈출 수 없는 추세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클라우스 슈왑 세계경제포럼 설립자는 최근 세계화 4.0에는 세계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가 밑바탕을 이룬다고 말했다. 국가의 디지털·가상 시스템의 연결 그리고 관련된 사고와 서비스의 흐름을 토대로 세계화가 더 깊게 뿌리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술을 둘러싼 현재의 내셔널리즘과 무역장벽의 확대는 그의 설명과 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세계화 4.0’은 새로운 기술발전 물결이 우리를 세계화의 신시대로 이끌 것이라는 사고를 토대로 한다. / 사진:MARKUS SCHREIBER-AP-NEWSIS리가

그 테마가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인상도 주지 않는다. 기술변화는 파괴를 낳는다. WEF는 세계화가 전 세계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세계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지닌다고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목도한 세계화의 영향은 그와 반대로 나타난다.

불행히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과실은 일부에게만 떨어졌을 뿐 나머지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세계화 4.0이 그와 다를 수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WEF도 인정하듯이 특히 노동시장의 붕괴를 통해 격차 확대가 초래될 수 있다.

자동화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의 근로 체계가 대폭 바뀌게 된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근로자는 무엇을 하게 될까? 선진국 경제의 탈공업화(deindustrialization, 선진국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 축소)는 실업과 빈곤 등 일부 심각한 어려움을 낳았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따라서 제3차 산업혁명에서 남은 일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제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계화 4.0의 주창자들은 대신 고숙련 고임금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주축 산업들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특히 공학 분야의 교육·훈련을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거듭 요구한다. 다보스 아젠다는 “글로벌 성장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는 ‘탈성장(degrowth)’ 운동의 부상과 중요성을 간과한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웰빙·즐거움 그리고 개방되고 로컬화된 경제에 역점을 둔다.

다보스는 ‘발전’이 경제성장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여기면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20세기의 이해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올해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세계의 유명 지도자들이 빠져 현실과 동떨어질 위험도 적지 않다. 어쩌면 미래 기술변화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WEF의 토대를 이루는 경제적 사고의 자체적인 혁명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 제니퍼 존스

※ [필자는 영국 브리스톨대학 국제경제학과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