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머금은 초콜릿이 더 달콤해!

수제품 증가하고 스토리 중시되며 입안에서만 녹는 제품 개발 붐 이뤄
최근 카카오 재배부터 로스팅, 제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한 업체가 관장하는 ‘빈투바’ 초콜릿 회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겨울철엔 이런저런 핑계로 초콜릿을 많이 먹게 된다. 그러니 초콜릿 업계로서는 더없이 달콤한 계절이다. 최근 초콜릿과 그 원료인 카카오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좋지 않은 변화도 있지만 바람직한 변화도 눈에 띈다.

카카오 재배업자와 초콜릿 제조업자, 과학자, 소매상들은 소비자가 초콜릿과 그것을 그들에게 가져다 주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창조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난 지난 15년 동안 초콜릿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글을 써 왔다. 초콜릿 정치와 지리학부터 역사와 문화까지. 그동안 내가 목격한 초콜릿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트렌드 3가지를 소개한다.

수제 초콜릿의 증가

최근 업계에서 감지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수제 초콜릿의 증가다. 20세기 대부분을 허시와 마스, 네슬레 등 소수의 대형 브랜드가 초콜릿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1997년 샤펜 버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문을 열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샤펜 버거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빈투바(bean to bar, 카카오 재배부터 로스팅, 제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소규모 초콜릿 업체가 관장한다)’ 방식을 채택했다. 그 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는 매년 가을 시애틀에서 열리는 ‘노스웨스트 초콜릿 페스티벌’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이 페스티벌의 교육감독으로 부임한 2010년에는 축제에 초청할 수제 초콜릿 업체가 10여 개밖에 안 됐었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를 떠난 2013년엔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빈투바 업체가 37개로 늘었고 지금은 200개가 넘는다. 수제 초콜릿의 증가는 초콜릿의 르네상스를 의미한다. 이들 업체 대다수는 원료인 카카오와 설탕을 제대로 알고 장인의 방식으로 원두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스토리와 라벨

수제 초콜릿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의 초콜릿 교육 수요도 높아졌다. 내가 그 시장을 분석한 결과 요즘 소비자는 제조업자가 자신이 먹는 초콜릿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카카오 원두는 누가 재배했는지부터 완제품의 맛이 지닌 특징까지.

하지만 수제 초콜릿 업자와 초콜릿에 얽힌 스토리가 너무 많아지면 소매점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요즘 미국의 웬만한 마트 초콜릿 코너에 가면 보통 수십 가지의 새롭고 매혹적인 초콜릿을 볼 수 있다. 그 초콜릿들은 공정무역, 직접무역, 열대우림동맹(RA), IMO 페어 포 라이프, 빈투바, 핸드메이드, 수제, 장인 등 다양한 라벨을 달고 있다.

이 다양한 라벨 사이에 실제로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까, 아니면 단순히 과장된 마케팅일 뿐일까? 그리고 ‘장인의 방식’이라는 건 정확히 뭘 의미할까? 이 라벨들은 초콜릿 제조업자의 윤리나 제조과정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공정무역 라벨은 카카오 원두의 최저가격을 설정한다. 원두 가격이 널뛰듯 하는 시장에서 이 시스템의 도입은 원두 생산업자들에게 예산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원두를 판매할 때 받게 될 최저가격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정무역 업체로 인증 받은 생산자들은 소위 ‘사회적 프리미엄’을 받게 된다. 카카오 원두 가격에 얹어서 지불되는 이 돈은 커뮤니티 발전 프로젝트에 재투자 되거나 생산업자들에게 현금으로 배분되기도 한다. 한편 타자 초콜릿이 시작한 직접무역은 접근방식이 좀 다르다. 초콜릿 제조업자가 카카오 원두 생산업자와 밀접하고 상호 지원적인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콜릿 제조업자들이 ‘장인 방식’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했다. 과거에 ‘장인’이라는 말은 대가가 되기 위해 오랜 수습 기간을 거친 사람을 가리켰다. 그 기간은 스승이 ‘이젠 됐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됐다. 20세기 미국에서는 초콜릿 시장을 장악한 소수의 회사들이 제조기술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수습생이 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샤펜 버거가 자사의 초콜릿을 ‘장인’ 제품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하자 ‘장인’으로 자처하는 초콜릿 업자의 숫자가 급증했다. 내가 이 연구를 위해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사람들은 ‘장인’이라는 용어를 초콜릿 제조기술의 공식적 교육보다는 초콜릿 제조에 쏟는 열정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는 또 그 열정을 곧 초콜릿의 좋은 맛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장인’이라는 말은 맛있는 초콜릿을 떠올리는 마케팅 용어로 쓰이는 듯하다.

난 또 ‘장인’ 같은 용어가 단지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을 넘어선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용어와 거기에 덧붙는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그 초콜릿이 대량생산 제품과 왜 다른지를 알리는 수단이다. 이야기가 있는 초콜릿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이런 라벨들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초콜릿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애쓴 사람들에 관해 더 많이 알수록 그 맛을 더 충실하게 즐길 수 있다.

샤펜 버거는 수제 초콜릿 트렌드를 선도한다. / 사진:SCHARFFENBERGER.COM

입안에서만 녹는다

초콜릿이 그렇게 맛있는 이유는 카카오 버터(카카오 원두에 든 천연 지방)가 사람의 체온보다 약간 낮은 33.8℃에서 녹기 때문이다. 초콜릿을 먹을 때 입안이 가득 차는 느낌이 드는 것은 초콜릿이 녹으면서 혀의 미뢰들을 고르고 두텁게 감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콜릿 업자와 소매상들에겐 따뜻한 온도에 잘 녹는 초콜릿의 성질이 큰 두통거리다. 특히 여름철이나 더운 지역에서는 상품이 녹아 형태가 변하면 판매할 수 없다. 그래서 업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열에 강한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노력은 1937년 허시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미군에게 공급할 열에 강한 초코바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연구팀이 카카오 버터의 융해점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다면 열에 강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초콜릿 업체인 바리 칼리보는 37.8℃에도 녹지 않는 초콜릿을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네슬레와 허시, 몬델레즈 역시 열에 강한 초콜릿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입안에서는 부드럽게 녹으면서 외기에서는 녹지 않는 초콜릿 제조에 성공한다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의 거대한 잠재적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 크리스티 레이슬

※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학(보델)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