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산업 지배권 노리는 중국 견제하라”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의 무선산업 장악 노력에 미국과 서방이 안이하게 대처해선 안 돼
지난해 9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주도 난닝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엑스포는 방문객에게 5G 원격 운전 체험을 제공했다. / 사진:XINHUA-NEWSIS

중국과 서방은 통신기술의 미래, 차세대 인터넷, 정보의 흐름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인다. 현 시점이 누가 그 미래를 거머쥘지 결정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그 점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그보다 훨씬 뒤진 상태에서 이제야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시작했지만 중국은 승리에 필요한 긴장감과 목적의식으로 무장까지 마쳤다. 우선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네트워크 운영업체, 장비·기기 제조사, 규제당국자와 관리 등 전 세계의 무선산업 관련자들이 모이는 거대한 행사다. MWC는 이 산업에서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특히 의미심장하다.

세계가 5G(5세대 이동통신)로 이동하면서 중국의 화웨이와 ZTE가 이 차세대 무선기술을 지배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한다. 무선기술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산업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목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 세계는 무선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각각 작동되는 모든 기기와 장치를 사물인터넷이 연결하면서 5G 네트워크가 연결성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선산업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중국은 그런 점을 확신한다. 미국 관리 중 일부도 이제 그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과 세계 다른 나라 다수는 수수방관하며 중국의 무선세계 제패 노력이 방해없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둔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적 자유,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나라가 이 공간을 지배하도록 두고볼 수 없다.

바둑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보드게임이다. 상대를 둘러싸고 영토를 장악하는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주 복잡한 게임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 바둑을 두듯이 무선세계를 포위하고 지배하는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방의 대다수 국가는 ‘결과가 어찌 되든 그냥 두고 보겠다’는 식이다.

미국은 자유방임주의 경향으로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미국이 신속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지전략적 지도의 무선영역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은 바둑에서처럼 사면에서 포위당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가 중국 화웨이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를 체포한 이래 트럼프 정부는 무선영역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는 일을 막기 위해 우방과 동맹국들을 규합하는 노력을 강화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차세대 네트워크에서 중국산 장비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독일은 이미 중국산 장비 사용 금지안을 배제했고, 영국은 아직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자국 네트워크에 중국 장비가 대거 설치된 상황을 감안하면 그런 금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정책이라고 결론지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 모델을 대체할 긍정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적어도 MWC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MWC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가 될 수 있다.

‘중국을 이기려면 중국처럼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결책은 그게 아니다. 중국은 무선세계의 지배를 위해 자국의 강점을 충분히 이용한다. 국가 주도의 투자와 지원, 내부적인 견제와 균형의 결여, 중앙집권적 통합된 의사결정 구조를 말한다. 그런 특성에 맞서려면 미국도 독자적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혁신의 문화, 시장경제의 힘, 깊고 유동적인 금융시장이 미국의 고유한 특장점 아닌가? 미국의 통신업계는 5G 분야에서 너무 느리다. 실질적인 미래의 네트워크를 도입하기보다 기존의 4G 네트워크를 느닷없이 ‘5G’로 둔갑시키는 데 만족하는 실정이다.

하루빨리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면 향후 2~3년 안에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통신사 중립적인’ 5G 네트워크의 구축에 필요한 공유 주파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경우 미국 내부의 마이크로전자 장비 제조업이 발전하고, 차세대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속화되며, 중국의 무선영역 지배가 불가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이 네트워크에서 일부 업체만을 위한 제한된 접근이 아니라 개방된 접근 원칙을 고수해야 기존 업체와 스타트업 양쪽 모두 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주파수 영역이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모두에게 접근을 개방하면 가용한 네트워크 용량이 최대한 사용될 수 있다. 그 결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네트워크의 경제성이 확장되며, 독과점 경제가 아니라 가격 경쟁에 의해 네트워크 접근 비용이 결정될 것이다. 그에 따라 신규 투자의 상환률이 높아지면서 미국 5G에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기존의 네트워크 운영업체는 특정 지역과 도시에 한정된 5G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은 3G나 4G 세계로 남아 있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반드시 미국 전역을 아울러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격차’에서 불리한 쪽이 혜택을 입고 네트워크의 혁신적인 사용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정밀농업, 자동차·트럭 운행의 원격추적, 원격의료 등이 그 예다.

중국 정부는 무선산업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국가의 우선사업으로 규정하고 이 지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재정지원·외교 등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이제 미국도 중국의 잰걸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교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적인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성향에 맞지 않다. 내가 제시한 접근법에선 그런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 중대한 전략적 영역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일치단결된 노력에 맞서려면 네트워크 구축을 가속화하고 중국 모델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의 할당이 필수적이다. 지금 세계의 관심이 MWC에 쏠려 있고 무선산업의 미래를 위한 계획이 세워지고 거래가 이뤄지는 지금 바로 이 시점에 미국도 그런 행동에 나서야 한다. 더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 뉴트 깅리치

※ [필자는 1995~99년 미국 하원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팟캐스트 ‘뉴트의 세계(Newt’s World)’를 진행한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