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승객은 하늘의 무법자?

용변 뒤처리 요구부터 언어 폭력과 신체 공격까지, 베테랑 승무원들이 말하는 악몽 같은 승객 스토리
승객들의 그릇된 행동은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도 일어나지만 대다수가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 1월 에바 항공에 탑승한 한 승객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기 위해 여성 승무원에게 자신의 바지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승무원은 그런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체중이 200㎏에 이르는 이 승객은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한 승무원은 그 요구를 들어줬고 용변을 마친 승객은 뒤처리까지 요구했다. 승무원은 하는 수 없이 수술용 장갑 3켤레를 끼고 그의 엉덩이를 닦아줬다. 승무원은 그 일을 끝낸 후 다른 화장실로 달려가 먹은 것을 다 토하고 울었다.

어쩌다가 한 번 있는 예외적인 일로 보일지 모르지만 승무원 학대가 그렇게 드문 일일까? 우리가 취재한 베테랑 승무원 2명에 따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영국의 주요 항공사에서 14년이 넘게 근무한 남성 승무원 댄 에어(필명)는 “수습생 시절 교육 받을 때 ‘승객은 뇌를 집에 두고 온다’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나와 동료들은 그 말을 웃어넘겼다. 하지만 비행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 돼 ‘승객은 정말 못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린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트롤리 돌리의 고백(Confessions of a Trolley Dolly)’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에어는 몇 년 전 한 여성 승객이 그에게 관장을 요청한 일을 돌이켰다. “내가 그 승객에게 ‘기내에 관장제는 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더니 그녀는 ‘괜찮다’며 ‘관장제는 내게 있으니 관장을 해달라’고 답했다.” (그는 그 요청을 거절했다.) 또 다른 여성 승객 한 명은 자리에 앉아서 탐폰을 교체했다고 에어는 말을 이었다. “그 승객은 품위도 수치심도 없었다. 그녀는 다 쓴 탐폰을 마치 다 먹은 감자 칩 봉지라도 되는 듯 승무원에게 건넸다.”

‘크루징 애티듀드(Cruising Attitude: Tales of Crash Pads, Crew Drama and Crazy Passengers at 35,000 Feet)’의 저자 헤더 풀은 아메리칸 항공에서 21년 동안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승객들의 그릇된 행동을 볼 만큼 봤다. “승객들이 지저분한 기저귀나 토사물이 담긴 봉투를 아무런 설명 없이 건네는 경우가 많다”고 그녀는 말했다. “비행기 복도를 지날 때 승객이 따뜻하고 물렁물렁한 뭔가를 건네면 정말 불쾌하고 난감하다.”

우리의 바람과 달리 승무원 학대는 그리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승객들의 그릇된 행동은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도 일어나지만 대다수가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내가 비행할 때 목격한 최악의 행동들은 알코올이나 마약에 취한 승객들과 관련 있었다”고 에어는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영국에선 이런 일이 갈수록 잦아진다. 술이나 마약에 취한 승객들은 또 승무원에게 매우 공격적이 되기 쉽다. 난 언어 폭력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신체적 공격을 당한 승무원도 많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해 미국 댈러스로 향하던 브리티시 항공의 여객기가 런던으로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프리 리비(21)라는 승객이 갖고 탄 바카르디 럼 한 병을 다 마시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나서자 리비는 그들을 할퀴고 때렸으며 한 승객의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리비는 비행기가 런던으로 돌아온 뒤 체포됐으며 최근 125달러의 벌금형과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2017년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승무원 5명 중 1명은 승객에게 신체적 학대를 받았다고 말한다. 버진 항공의 승무원 출신인 앨리 머피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승객들은 우리를 하늘 위의 술집 여자쯤으로 보는 것 같다. 가슴이나 엉덩이, 다리를 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승객이 내 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적도 있다.” 머피는 14년 동안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퇴직했다.

풀은 술에 취한 승객이 지저분한 식사 쟁반이 가득한 카트에 자꾸 손을 뻗었던 일을 돌이켰다. 사실 그 정도는 약과다. 에어는 그보다 훨씬 더 심한 예를 들었다. “어느 날 아침 비행기 뒤쪽 조리실에 있을 때 한 승객이 호출 버튼을 눌렀다. 해당 좌석이 있는 줄에 다가가자 토사물 냄새가 역겹게 코를 찔렀다. 호출 버튼을 누른 승객은 창가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내가 나타나자 손가락으로 복도 쪽 좌석의 젊은 남자 승객을 가리켰다. 그는 토사물로 뒤덮인 좌석 테이블에 머리를 얹은 채 앉아 있었다. 승객의 건강이 염려된 난 그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하자 그는 화를 내며 ‘꺼져 버려’라고 소리쳤다. 알고 보니 그 승객은 친구들과 주말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술을 과하게 마셨던 모양이다.” 에어는 그 승객에게 화장실에 가서 얼굴 씻을 것을 권했지만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주변에 앉았던 승객들을 다른 좌석으로 옮겨 앉도록 하고 물수건으로 그 승객의 얼굴과 머리를 대충 닦아준 게 전부였다.”

승무원들은 왜 이런 부당한 일을 참는 걸까?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풀은 말했다. 그러니 다음 비행기 여행에서 승무원에게 여분의 베개나 새 헤드폰을 달라고 요청할 때는 예의 바르게 말할 것을 잊지 말자.

– 폴라 프로리치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