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용 게임이 사라져간다

보존 가치 있는 초기의 고전 비디오게임이 복잡한 규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초기에 나온 고전 게임은 요즘 찾아볼 수 없는 옛 하드웨어에 맞춰 설계됐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비디오게임의 역사를 살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초기에 나온 고전 게임은 요즘 찾아볼 수 없는 옛 하드웨어에 맞춰 설계됐다. 애플2 PC용으로 1981년 발매된 ‘울티마(Ultima)’, 세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용으로 1973년 선보인 ‘슈팅 갤러리(Shooting Gallery)’, SNK가 1986년 공개한 최초의 루프레버(로터리 조이스틱)용 오락실 게임 ‘이카리 워리어즈(Ikari Warriors)’가 대표적이다.

수년 동안 역사 전문가, 왕년의 게이머, 게임광, 돈을 노리는 불법 복제자 등 다양한 부류가 오늘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된 고전 게임을 수집해 보관하려고 애썼다. 가장 흔한 방법은 오락실 기계의 마더보드나 게임 카트리지 같은 물리적인 출처에서 게임 프로그램을 추출하고, 이 옛 코드를 실행하기 위해 현대 PC에 호환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컴퓨터 칩이나 ROM(읽기 전용 기억장치)에 저장해 디지털 복제판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존 노력은 판권·저작권·소유권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예를 들어 닌텐도는 여러 대규모 ROM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상대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 미국에서 1998년에 제정됐다)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판결에서 법원이 닌텐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고전 게임 보존주의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미국 저작권청은 지난해 10월 DMCA를 개정해 적법한 기록보관 전문가와 역사 전문가들의 경우 ROM 아카이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닌텐도가 표적으로 삼은 영리 ROM 아카이브 사이트는 그 예외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DMCA는 이론상으론 바람직하다. 저작권을 훔친 해적들에게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게임을 ROM 아카이브에 올려 그 웹사이트가 창출하는 광고 수입을 챙기도록 허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게임 역사재단의 창립자이자 사무총장인 프랭크 시팔디는 고전 게임의 보존이 단순히 게임을 파일에 보관하는 것 이상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초창기의 게임을 보존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를 교육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게임을 담은 ROM을 비공개 그룹만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우리 후손이 활용할 수 있겠는가?

닌텐도의 소송과 관련된 판결은 닌텐도의 게임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업체의 상품에 대한 접근권까지 한꺼번에 차단했다. 시팔디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해적 사이트가 실질적인 아카이브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보존보다는 접근권이다. 공공 보관소의 콘텐트 중 99%가 자사와 상관없는데도 일개 회사가 그 보관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이제 그 보관소의 콘텐트에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캐나다의 코미디 그룹 로딩레디런(LRR)은 2007년 CD 미니게임 ‘사막 버스’를 이용해 ‘희망의 사막 버스’라는 자선대회를 개최했다. / 사진:YOUTUBE

시팔디 사무총장은 헌신적인 보존 노력에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무엇인지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5년 그의 웹사이트 로스트 레블스(Lost Levels)는 그전에 발매되지 않은 1990년대 세가 CD 미니게임 ‘사막 버스(Desert Bus)’를 올렸다.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계속 버스를 운전하는 아주 지루한 게임이다. 이 게임의 부활이 게임계에서 입소문을 일으키자 캐나다의 코미디 그룹 로딩레디런(LRR)이 거기서 영감을 얻어 2007년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기부하도록 하는 ‘희망의 사막 버스’라는 자선대회를 개최했다.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지금까지 4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어린이병원에 장난감과 게임을 제공한다.

시팔디 사무총장은 “발매되지 않은 이 지루한 게임이 연례 자선대회를 통해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수백만 달러나 모금하는 데 기여했다”며 “나 같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그 게임을 찾아내 온라인으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초창기에 나왔던 게임을 찾아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시팔디 사무총장은 요즘 잘 볼 수 없는 마더보드 하나를 구입하는 데 700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그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는 1980년대 아케이드 게임 배급사 SNK의 타이틀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를 찾아 테스트하기 위해 그는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날아가 다시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어느 시골 마을까지 가야 했다.

비디오게임 관련 법적 문제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 마크 위플은 DMCA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전통적인 저작권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오리지널 게임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 게임을 소유해야 한다. 그냥 ROM 사이트에 접속해 코드를 내려받아 자신의 아카이브에 수록해선 안 된다. 어떤 게임이든 합법적으로 최소 1매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

시팔디 사무총장은 고전 비디오게임을 옛 무성 영화에 견준다. 둘 다 오리지널 작품 대부분이 사라졌다. 새로운 게임과 영화가 나오면서 그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옛 게임과 영화는 아무도 찾지 않아 수익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플레이어 다수는 게임이 하나의 예술 형태라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30년 전에는 비디오게임이 아이들이나 하는 장난으로 일축됐다. 아무도 찾지 않자 오락실 소유주도 오래된 게임 기계나 콘텐트가 가치 없다고 생각해 내다버렸다.

위플 변호사는 “이런 게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영화가 만들어지고 문화운동이 벌어지며 문학도 생겨났다. 이런 게임은 공동 문화 유산의 일부다.”

– 모 모지츠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