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좋으면 뭐해, 재미가 없는데…

반다이 남코의 야심작 ‘점프 포스’, 주요 만화 캐릭터의 총집합으로 큰 기대 모았지만 실제 게임해 보니 문제 많아

‘점프 포스’는 일본 만화잡지 ‘소년 점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총집결하는 액션게임이다. / 사진:BANDAI NAMCO

올해 초 발매된 가장 기대되는 게임 중 하나가 반다이 남코의 ‘점프 포스(Jump Force)’였다. 일본 주간 만화잡지 ‘소년 점프’의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제작됐으며 ‘드래곤볼’ ‘원피스’ 등 ‘점프’ 만화에 등장한 주인공 캐릭터들이 총집결하는 액션게임이다. 이 주인공 캐릭터들이 만화세계에서 현실세계(여전히 게임 속이지만)로 나와 팀으로 대전을 벌인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오락 박람회인 E3에서 첫선을 보인 이 게임은 그 이래 예고편들을 통해 수많은 인기 캐릭터를 자랑하면서 전투게임·만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점프 포스’는 발매하자마자 실망스러운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게임은 이전 작품들의 각각 다른 만화세계관이 융합된 데다 현실세계관이 추가되고 그 주인공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내용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현실이 만화와 만나는 세계로 이동한다. 황폐한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를 무대로 하늘에 생겨난 검은 구멍에서 프리저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른 세계에서 나타난 강대한 힘을 지닌 강적과 그들과 결탁한 베놈스로 인해 세계는 파괴와 혼란에 휩싸인다. 세계의 위기에 맞서는 ‘점프’ 히어로들의 조직 J포스가 결성된다. 플레이어는 리더인 장관 글로버의 인도로 J포스에 합류해 히어로들과 함께 위협에 맞서 싸운다.

먼저 플레이어는 캐릭터 맞춤형 제작 시스템을 사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선택이 많진 않다. 몇 가지 예외가 있지만 거의 다 게임에 나오는 전사들과 비슷한 머리 스타일과 의상이 제시된다. 아바타를 꾸민 다음 바로 게임에 뛰어들어야 한다. 더 많은 의상을 게임에서 미션 완수로 획득하는 골드로 구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다른 전사들의 복장과 비슷하다. 여러 캐릭터를 한데 섞을 수도 있지만 거의 비슷한 의상을 착용하기 때문에 특색을 찾기가 어렵다. 심지어 색상도 바꿀 수 없어 색이 다른 의상을 각각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색상으로 변화를 준다고 해도 캐릭터의 다양성이 많이 떨어진다.

아바타가 완성되면 팀을 선택해야 한다. 세 팀이 있고 각각 역할이 다르지만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어떤 공격부터 시작하느냐를 결정하는 것 외에 다른 경험은 거의 동일하다. 팀을 선택하면 다양한 미션을 완수하며 베놈스와 카인이 오염시킨 전사들을 격파해야 한다.

다양한 ‘점프’ 만화 캐릭터들이 이 세계에 등장해 오염되기 시작한다. 플레이어와 팀이 그들을 격파하고 오염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그런 활동이 끝없이 반복되는 듯하다. 특히 처음엔 인공지능이 신통찮아 아주 지루하게 느껴진다. 초반에 나는 장거리 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퍼부어 쉽게 승리했다. 그리 흥미로운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인공지능이 갑자기 깨어나 거의 모든 공격을 피하고 차단하기 시작한다. 이런 난이도의 변화는 내 마음에 들었지만 초보이거나 심심풀이로 해보는 게이머에겐 상당히 좌절스러울 수 있다.

플레이어가 만든 아바타는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 나루토 같은 캐릭터와 어울릴 수 있다. / 사진:BANDAI NAMCO

게임 줄거리는 상당히 단조롭다. 카인이 세계를 파괴한 뒤 다시 만들려고 한다. 게임 제작진은 카인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약간 복잡하게 만들려고 애쓰지만 나로선 별 차이가 없었다. 먼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점프 포스’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대사를 말할 때도 표정 변화 없이 입만 움직이며, 입술 움직임도 대사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안에서 컷신을 건너뛰는 기능인 ‘스킵’이 없기 때문에 이런 어색한 모션과 표정을 피할 수 없다.

인터페이스 문제도 지적 받을 만하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때 키 설정을 찾기 어렵고, 설정을 찾더라도 조작이 까다롭다. 캐릭터 간의 균형이 크게 어긋난다는 점이 팀 대 팀의 게임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특정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 특히 기술의 발동 속도나 판정이 우월한 ‘드래곤볼’ 진영의 캐릭터와 무적 상태로 돌진할 수 있는 ‘히무라 켄신’, 돌파구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 속도를 자랑하는 ‘쿠로사키 이치고’이 지나치게 강력하다.

‘점프 포스’는 팀플레이가 굳이 필요 없는 게임이다. / 사진:BANDAI NAMCO

게임 내 로딩도 너무 잦고 길다. 게임을 처음 실행할 때 로딩 시간이 다른 게임에 비해 길 뿐 아니라, 매번 전투가 시작될 때나 게임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30초 정도의 로딩 시간이 걸린다. 반복적으로 전투를 즐기거나 온라인 대전을 연속으로 즐기는 상황에서는 이 로딩 시간이 상당히 불편하다.

그러나 ‘점프 포스’를 더 큰 실망에서 구제해주는 특징도 있다. 화려하고 박진감 있는 전투가 흥미로우며 기대하던 만화의 느낌도 그대로 전달된다. 각 캐릭터는 독특하며 움직임과 공격이 원작과 다름없다. 이처럼 다양한 인기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누가 뭐래도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조작이 너무 단순하다. 버튼 하나로 동시다발 공격을 쉽게 실행할 수 있다. 초보 게이머에겐 괜찮겠지만 심도 있는 전투 시스템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특히 3대3 팀 대전 포맷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 캐릭터는 모두 하나의 헬스바를 공유하기 때문에 교체할 이유가 없다. 나는 대부분의 전투에서 나의 아바타를 고수했고 팀메이트를 지원군으로 사용했다. 캐릭터를 교체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적을 빨리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를 교체하면 적과 플레이어 사이의 거리가 줄어든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매력이 떨어지는 비주얼, 활기 없는 스토리, 반복적인 게임플레이가 상당히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등장 캐릭터는 아주 다양하다. 전투 게임으로서 당연한 특징이다. 그러나 전투 시스템이 화려하긴 하지만 너무 단순하고 팀플레이에서 특별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없다.

한마디로 ‘점프 포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행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점프’에 연재 중인 최신 캐릭터들이 높은 수준의 3D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것은 물론, 기존의 게임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작품 속 캐릭터들의 스킬 연출까지 인상적으로 구현함으로써 긴 로딩 시간이나 캐릭터 간의 균형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투할 때 흥미진진한 순간도 있었다.

– 필립 마티네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