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본사, 해외이전 왜 하나?

세금감면, 자본과 인재 확보, 그리고 본국에서의 불확실성 등이 그 원인

버드와이저는 인베브에 인수된 뒤 벨기에로 본부를 이전했다. / 사진:KIPLINGER.COM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유명기업들이 속속 해외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전자대기업 파나소닉이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본부를 이전하고 소니도 곧 그 뒤따를 예정이다. 페리 업체 P&O는 선박 등록지를 키프로스로 옮기고 엔지니어링 업체 다이슨도 기업 본부를 싱가포르로 이전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의 기업본사 이전에 새로울 건 없다. 2003년 유엔무역개발회의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계 시장의 형성을 환영했다. 그리고 버거킹(캐나다), 버드와이저(벨기에), 럭키 스트라이크(영국) 같은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들도 이전하기로 했다. 왜 그럴까? 다른 나라로 옮기면 뭐가 좋을까?

기업 본부 이전의 가장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익 확대 욕구다.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으로 등록되면 큰 감세혜택을 볼 수 있다. 아일랜드·스위스·파나마 모두 이런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는 잠재적인 대가가 따른다. 기업은 탈세와 비윤리적인 행태로 비난 받는 등 이미지가 나빠질 위험이 있는 반면 그들의 이주 대상지는 현미경 조사 대상이 된다.

이전의 또 다른 이유는 영국 런던·미국 뉴욕·독일 프랑크푸르트·홍콩 같은 주요 금융중심지에 사업 본부를 두려는 데 있다. 이런 기업들은 자본을 조달하기가 더 쉽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가 더 유리하다는 점에 이끌린다. 이런 식의 기업 이전은 신흥국 기업들에 특히 인기가 많다. 확고한 법적 기준과 사업관행 준수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지(그에 따라 실적) 개선 효과가 있다.

끝으로 기업들이 때로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본사를 이전하기도 한다. 회사가 다른 기업에 인수될 때 본사가 인수 업체 소재지로 이전할 수도 있다. 버드와이저가 인베브에 경영권을 넘긴 뒤 벨기에로 이전했을 때가 그런 경우다.

본사 이전 동기가 그렇게 많더라도 대다수 다국적기업으로선 본국만한 곳이 없다. 창업자가 태어나 성장하고 그 나라에 존재하는 사업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아낸 곳, 사업을 전개하는 데 중요한 전체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 주요 이해관계자가 있는 곳이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 본부가 이전하게 될 때는 다이슨과 P&O의 경우처럼 외생적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다. 일부 기업은 당초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본국의 생태계가 훼손될 때 그리고 새 본거지 시장의 이점이 본국보다 크다고 인식될 때 이전을 결정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영국에 본사를 두는 상당수 기업에는 브렉시트가 분명 중요한 문제다. 불확실성이 닥칠 때, 인재유치가 걱정될 때, 입법체제가 불투명할 때, 제공되는 공공 서비스의 질이 악화될 때 본사를 어디에 둬야 하느냐는 문제가 부각된다.

이전의 경제적 영향은 각양각색이다. 일부 기업 본부에는 극히 제한적인 기능과 소수의 인력만 두는 반면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도 있어 일자리 감소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그래도 대체로 고연봉에 종종 세금을 많이 내는 고숙련 전문직 일자리가 빠져나간다. 법인세 수입 감소도 상당할 수 있다. 또한 이전은 해당 기업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전으로 인해 법률상담·뱅킹·물류 같은 고도의 전문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이 모두가 본국의 경제 생태계 그리고 미래 투자자 유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끝으로 이전은 큰 상징성을 갖는다. 일부 기업은 (필시 그들의 가장 중요한 고객과 경쟁자가 존재하는) 새로운 지역에서의 사업 의지를 보여주려고 이전을 선택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분명 이제껏 사업을 펼치던 본국에 글로벌 야심을 가진 투자자의 요구에 더 이상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나라라는 상반되는 메시지를 보낸다.

투자자 신뢰도는 투자 대상지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며 투자자는 종종 다른 사람의 결정을 따른다.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전을 결정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U 시장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영국에 지역 본부를 설치한 기업들은 의심할 바 없이 지역변경을 고려하며 상당수 EU 정부들은 그들을 끌어들이려 최선을 다한다.

암스테르담은 위치·경쟁력 그리고 탁월한 생활의 질을 내세워 소니와 파나소닉을 낚아채갔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공통 언어, 양국간의 역사적 연결고리, 호의적인 투자환경, 감세를 통해 미국 투자자에게 어필하기를 희망한다. 유럽의 신흥 스타트업 수도인 베를린은 낮은 초기비용, 우수한 고등교육기관과 인프라뿐 아니라 다양한 청년 인재 풀로 영국 기업가를 끌어들이려 애쓴다. 파리는 규제완화를 통해 런던시의 국제은행들을 빼돌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회계 컨설팅 업체 KPMG에서 실시한 조사에선 전 세계 조사 대상 CEO 1300명 중 76%가 본사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뒤로 일부 CEO가 생각을 바꿨을지 모르지만 최근 분명 영국의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진다. 그들과 합류하는 기업이 너무 많아지면 뒤에 남는 기업들의 걱정도 커질 것이다.

– 카멘 랄루카 스토이언

※ [필자는 영국 켄트대학 국제경영학 전임강사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