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가 생산성 높인다

체계와 위계구조 없는 환경은 조성해 부문간 장벽 허물고 협력과 탄력적인 작업 장려해 조직 구성원 결속시켜

질서가 생산성의 필요조건이라는 가정에 따라 기업(그리고 사람)들이 정리를 위한 정리에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체계화는 큰 산업이다. 우리의 삶(수신함의 온갖 메일과 캘린더)이든 기업이든 체계화를 돕는 산업의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요즘엔 시간·프로젝트 관리 그리고 자기조직화(경험에 기초한 시스템의 자율적 체계화) 전략이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우리의 회사·가사·1주일·1일 심지어 수면까지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모두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세미나와 워크숍이 열려 유료 참석자에게 삶을 체계화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논리는 재계 지도자와 기업가들의 사고방식에도 스며들어 모든 것을 반듯하게 정돈해야 하는 자칭 완벽주의자들을 기쁘게 한다. 지난 50년 사이 사실상 정리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비즈니스 스쿨과 졸업생 수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망하는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커졌다. 모든 인구집단에서 업무 체계와 관리방식이 불만스럽다고 주장하는 근로자 비율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이론상으로는 체계화 강화가 생산성 향상의 특효약인 듯한데 실제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가 뭘까?

이런 문제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프레더릭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의 원조로 꼽힌다. 그는 20세기 전반 작업절차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다수의 원칙을 설계했는데 그 뒤로 근대 기업에 널리 보급됐다. 그러나 과학적 관리는 오래 전에 이슈가 됐지만 최근에야 효율성에 대한 이 같은 집착이 잘못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세미나와 워크숍이 열려 참석자들에게 삶을 체계화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우리가 업무 체계화에 사용하는 관리 이론이나 전략에 반드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작업에 접근할 때 우리의 기본적인 가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질서가 생산성의 필요조건이라는 가정이다. 이런 가정은 또한 무질서가 조직 생산성에 분명 해롭다는 사고를 조장했다. 기업(그리고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그런 노력의 최종 목표와 효용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정리를 위한 정리에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결과가 됐다.

더욱이 최근 조사에선 질서에서 실제로 수확체감 효과가 나타났다. 체계를 갖추면 어느 정도까지는 생산성이 늘어나지만 나중에는 체계화 과정의 효용성과 그에 따른 혜택이 줄다가 어느 시점에선 질서가 잡힐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 비즈니스에선 체계화 비용이 그 혜택을 능가할 경우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신 관련 자원을 다른 곳에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혁신할 때 최선의 접근법은 체계와 위계구조가 없는 환경을 조성해 모든 참여자가 하나의 유기적 그룹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정보흐름·권력구조·규칙·행동방식 면에서 병목현상으로 가득 채워진) 전통적인 체계에선 불가능한 새로운 솔루션이 이런 환경에서 나올 수 있다.

근래 들어 기업들이 서서히 무질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인식 면(무질서를 기피하기보다 그 개념을 수용)에서 그리고 절차 면(체계를 허무는 메커니즘의 도입)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조직이 많다. 예컨대 덴마크의 보청기 대기업 오티콘은 이른바 ‘스파게티’ 구조로 경직된 위계질서를 허물었다. 공식 직위를 없애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프로젝트에 대해 상당한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초반에는 대단히 성공적으로 밝혀졌다. 업무의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 생산성이 뚜렷이 향상됐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 회장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질서를 받아들였다. ‘경계 없는(boundaryless)’ 조직 개념을 추진했다. 역시 회사의 다른 부문간 장벽을 허물고 사실상의 협력과 탄력적인 작업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구글과 기타 다수의 IT 기업이 이런 유연한 구조를(적어도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 신기술과 강력한 기업가치를 촉매제로 사람들의 결속을 강화한다.

이런 방식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 볼 때 무질서도 질서와 마찬가지로 효용체감 효과가 있으며 지나칠 경우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질서도 질서와 마찬가지로 유용한 범위까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더 두려워하거나 숭배해서도 안 된다. 이번 리서치는 기존 가정이 유효한지에 관해서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 디누카 헤라스

※ [필자는 영국 허더스필드대학의 조직학 전임강사다. 이 기사는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