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화학물질이 남성 공격한다

가구와 바닥재, 장난감 등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가소제 등이 정자의 질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 나와
집안과 일터의 인공 화학물질이 같은 환경을 공유하는 남성과 반려견의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남성 정자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의 일부를 집안의 화학물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심지어 반려견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듯하다.

영국 노팅엄대학의 연구팀은 집안의 가구와 가구 덮개, 바닥재, 카펫, 장난감, 신발 등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가소제 성분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의 잠재적 효과를 테스트했다. 또 그들은 수십 년 전에 사용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대기와 토양에서 검출되며 남성 생식력 저하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 다염화바이페닐(PCB) 153의 영향도 측정했다. 이 테스트 결과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1938~2011년 남성 정자의 질이 50% 저하했고 26년 사이에 수캐의 생식력도 30% 떨어졌다는 사실과 관련해 이런 화학물질이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들은 영국의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 9명과 수컷 반려견 11마리의 정자 표본을 채취한 뒤 각 표본이 든 시험관에 DEHP와 PCB153을 약간씩 늘려 투여하면서 정자의 상태를 관찰했다.

테스트 결과는 그 화학물질이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DNA 단편화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DNA 단편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정자의 유전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면서 남성 불임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연구 결과는 반려견도 견주 남성의 생식력 저하를 ‘반영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반려견의 생식력이 견주와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생식 건강 연구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다. 개는 사람보다 쉽게 외부의 영향(먹이 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반려견이 견주의 생식력 저하에 미치는 유해 물질의 영향을 조사하는 데 유용한 모델로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논문의 주 저자인 노팅엄대학 수의과대학원 생식생물학 부교수 리처드 리는 “우리 연구 결과는 집안과 일터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공 화학물질이 같은 환경을 공유하는 남성과 반려견의 생식력 저하를 일으켰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개를 대상으로 한 우리의 이전 연구는 성견의 정자와 일부 반려견 사료에서 발견된 인공 화학물질이 정자의 기능을 약화 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레베카 섬너 연구원은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질 때 DNA 단편화가 증가하며 남성 불임이 정자의 DNA 손상 수준과 상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로 반려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반려견과 견주가 똑같은 실내 환경에서 생활하며 똑같은 오염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노팅엄대학 수의과대학원 원장이며 비교수의학 교수인 게리 잉글랜드는 “향후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화학물질이 사람과 반려견의 생식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이 생식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을 탐구한 연구는 이전에도 많았다. 지난해 영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전문매체 ‘위치(Which?)는 끈적끈적하고 말랑말랑한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 슬라임(흔히 ‘액체괴물’이라고 부른다)에 생식력을 약화시키는 화학물질이 함유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