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과 실험극의 만남

게임을 만드는 게임 ‘드림스’, 이머시브 시어터의 무대 세트 창작에도 활용돼
‘드림스’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이지만 이머시브 시어터도 만들 수 있다. / 사진:COURTESY OF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비디오게임 개발업체 미디어 몰레큘이 게임의 새로운 방식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 업체의 최신 프로젝트 ‘드림스(Dreams)’는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이다. 음악과 애니메이션, 3D 모델링, 로직 등 게임 개발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툴킷이다. 그러나 반드시 게임 개발자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림스’는 아직 준비 단계지만(올해 안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이전에 어떤 게임도 진출한 적이 없는 분야로 이동한다. 연극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가 창의성을 가진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공개 모집하자 극단 펀치드렁크가 나섰다. 펀치드렁크는 관객 몰입형 연극을 가리키는 ‘이머시브 시어터’ 장르의 열풍을 일으킨 작품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로 유명하다. ‘슬립 노 모어’ 공연은 뉴욕의 한 물류창고를 개조한 5층짜리 매키트릭 호텔에서 열린다. 관객은 흰 가면을 쓰고 호텔에 입장한 후부터 3시간 동안 100개의 객실을 마음껏 누비며 극중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30명의 배우가 역동적인 동선을 구사하며 흩어져 셰익스피어 원작 ‘맥베스’의 전통적인 플롯의 각 부분을 공연한다. 관객은 누구를 따라갈지 스스로 선택해 자신만의 이야기 퍼즐을 맞춰간다. 배우의 대사를 엿듣고 캐비넷과 서랍에 무엇이 들었는지 열어볼 수도 있다.

이제 펀치드렁크는 ‘드림스’의 시험판을 사용해 향후 공연을 위한 ‘슬립 노 모어’의 매키트릭 호텔 같은 무대 세트를 디자인한다. ‘드림스’가 ‘게임을 만드는 게임’이라는 슬로건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펀치드렁크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펠릭스 배릿은 “요즘 사람들은 자라면서 직접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동적이 되면 기이한 느낌이 든다. 이머시브 시어터가 무대라면 비디오게임은 대본과 같다. 이머시브 시어터는 우리가 자라면서 익숙해진 스토리텔링의 형태를 반영한다.”

미디어 몰레큘의 시오반 레디 대표가 뉴욕시에서 ‘슬립 노 모어’를 관람했을 때 그 게임 개발업체와 극단 펀치드렁크의 제휴가 비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레디 대표는 셰익스피어의 전통 비극 ‘맥베스’ 공연인 줄 알고 어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그 작품을 보러 갔다.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감성을 자극한 그 무대 체험이 그녀에게서 이머시브 시어터에 관한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의 머리 속을 걸어다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는 경험이었다. 게임에서도 우리는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갖도록 하고 싶다. 그 몰입적이고 도취적인 느낌 말이다. 이전엔 한 번도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중에 레디 대표의 남자친구(그 역시 게임 디자이너다)가 게임과 관련 없는 프로젝트로 펀치드렁크와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와 펀치드렁크가 연결됐다. 레디 대표는 두 조직의 제휴가 서로 비슷한 생각에서 시도됐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두 팀이 의기투합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녀는 곧 펀치드렁크가 디자인 도구로서 ‘드림스’의 잠재력을 깨달았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세부적인 세트 박스 제작(현실 세계를 묘사하는 무대의 소형 모델)과 건축 설계 소프트웨어의 딱딱한 면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도구라는 뜻이다.

배릿 감독은 “‘드림스’가 좀 더 표현주의적”이라고 말했다. “건축 설계는 하나의 공간에 고정된 것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검토하려면 360도 회전시키며 봐야 한다. 반면 비디오게임의 경우 자신을 캐릭터 속에 담고 공간 속을 이동하며 탐구하고 느낌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런 무대를 몇 분 안에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펀치드렁크는 ‘드림스’를 사용해 디지털로 무대 세트 모델을 만들었다. 카메라와 효과도 완벽하게 갖출 수 있었다. 게임의 조명과 음향(배릿 감독은 “극장의 교묘한 눈속임 효과”라고 말했다)이 펀치드렁크 공연을 체험하는 느낌을 그대로 제공한다. 배릿 감독은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공간을 두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말했다. “우리는 신속히 그 무대 세트를 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체험이지만 우리 자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 있을 수 있다. 아주 놀랍다.”

대중시장을 겨냥한 비디오게임이 실험 극단의 찬사를 받는다는 것이 외면적으로는 별로 득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펀치드렁크의 새로운 실험을 통해 미디어 몰레큘 팀이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한 올바른 궤도에 올라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림스’는 한 가지 특정 용도나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아니다. 개념적으로 ‘드림스’는 ‘마리오 형제’ 같은 게임보다 피아니스트가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랜드 피아노와 더 비슷하다. 레디 대표에 따르면 ‘드림스’는 폭넓은 목적으로 창의적인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는 게임 툴로서만의 역할에 한정되지 않는 특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든 여기에 게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용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레디 대표는 ‘드림스’가 일반 게임 플레이어에게도 아이디어를 줄 뿐 아니라 주요 창작 집단(미디어 몰레큘은 작곡가와도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시작했다)과도 파트너십을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이디어의 발산 수단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드림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창의적인 일을 하거나 창의적으로 놀고 즐기는 것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는 우리에게 그런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 모 모주크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