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실험·혁신의 아이콘 IBM

1880년대에 출범해 오늘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보기술 서비스 업체로 성장한 전략에서 디지털 대기업들이 어떤 교훈 얻을 수 있을까
IBM의 기존 기술이 성숙·쇠퇴하는 단계마다 후속 기술이 부상했다. / 사진:CHRIS HELGREN-REUTERS-YONHAP

기업이 수십 년 또는 나아가 한 세기 이상 살아남는 건 대단한 일이다. 특히 컴퓨터 기술처럼 급변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일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1880년대에 탄생한 IBM은 3개의 소기업에서 오늘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보기술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부침은 글로벌 기술 산업에 대한 몇 가지 통찰을 던져준다. 그리고 몇 세대 뒤에 출발한 후발 디지털 대기업인 구글·아마존·페이스북에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을 제공할지 모른다.

나는 신저 ‘IBM, 글로벌 아이콘의 부침과 쇄신(IBM: The Rise and Fall and Reinvention of a Global Icon)’에서 그 회사의 데이터 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 역사를 탐구했다. IBM 출신의 역사가로서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한 회사의 진로를 실제로 결정 짓는 혁신적인 기술변화와 점진적인 기술개선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개별 상품(PC나 타자기 모델 시리즈)과 그런 제품의 엔진 역할을 하는 바탕 기술 간에는 차이가 있다. IBM은 130여 년 동안 3600종을 훨씬 웃도는 하드웨어 제품과 그에 버금가는 소프트웨어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소수의 진정한 기술발전이 토대를 이뤘다. 예컨대 기계 장치에서 컴퓨터 칩과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기기로, 그리고 그 뒤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로의 전환 등이다. 이런 발전과정은 꾸준히 이어지는 신제품의 흐름이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됐다.

기계에서 디지털 그리고 이젠 네트워크로의 이 같은 전환은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수집·활용하는 능력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했다. IBM은 통계 데이터의 조작 수준을 뛰어넘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보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1914~1918년 IBM 경영진은 데이터 프로세싱 사업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현대적인 용어로 ‘빅데이터’와 분석기술이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를 수집·정리하고 그에 관한 계산과 연산을 수행한다. 1920년대 초 이후 IBM은 제품개발과 리서치에 절제된 접근방식을 취해 데이터 프로세싱 제품을 위한 기본기술의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것도 우연히 이뤄지는 건 하나도 없는 듯했다.

1900년대 전반기 IBM이 많은 제품을 배출한 기본적인 기술 플랫폼은 펀치카드, 태뷸레이터(구멍을 뚫어 표시한 카드로 통계를 얻는 장치), 카드 분류기, 카드 판독기 그리고 유명한 IBM 카드였다. 후반기의 기본적 기술 플랫폼은 메인프레임(대형)·미니컴퓨터·PC·랩톱 등의 컴퓨터였다. 최근 30년 동안 IBM이 소프트웨어와 기술·경영 컨설팅을 포함해 더 많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제공으로 전환하면서 회사의 총 매출에서 컴퓨터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기존 기술이 성숙·쇠퇴하는 단계마다 후속 기술이 부상했다. IBM은 1950년대 처음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1960년대 초까지 펀치카드를 사용하는 태뷸레이터 장비를 판매했다. 바로 1990년대 초까지 경영·프로세스 컨설팅, 정보기술 관리, 소프트웨어 판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도 IBM 수입의 90% 이상을 컴퓨터 판매에 의존했다. 2018년 말에 가서야 IBM은 수입의 절반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고 발표했다. 이전 10년 사이 개발된 신제품들이 대다수였다.

언론매체에선(그리고 IBM 직원들조차) IBM이 신속히 자주 혁신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그들은 일찍이 성장의 씨앗을 뿌려놓고 열매가 열릴 때까지 신기술을 신중하게 보살폈다. 운 좋게 이전 시스템의 용도기한이 끝나갈 즈음이었다. 이 같은 전략적 접근방식은 드물지 않다. 애플은 퍼스널 컴퓨터를 40여 년 동안 판매해 왔다. 물론 경영진이 훨씬 더 많이 입에 올리는 스마트폰 사업은 이미 오름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애플이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새로운 핵심 기술이 곧 필요할지(또는 이미 개발되는 중일지)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처럼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 판매에서 탈피해 진화했다. 빙 검색엔진과 원 드라이브 클라우드 스토리지 같은 인터넷 기반 프로젝트뿐 아니라 기업 대상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서비스 제공 같은 인터넷 기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터넷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들도 비슷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아마존·구글·페이스북은 때때로 혁신을 이뤘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자신들의 원래 사업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아마존은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가 급성장하지만 여전히 실물 상품 판매로 대부분의 수입을 올린다. 아마존은 또한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같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갖가지 다른 사업에도 투자해 왔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특정한 관점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단체와 광고주에게 이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판매하는 데서 수입의 대부분을 올린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든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실험이든 둘 다 다른 분야를 탐색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3개 인터넷 대기업 모두 고객의 활동과 관심에 관해 자신들이 수집하는 다량의 정보를 활용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 수십 년 전 IBM이 태뷸레이팅 장비와 컴퓨터의 새로운 사용법을 찾아냈듯이 말이다. 앞으로 수십 년 또는 수 세기 동안 버텨내려면 조사·실험·혁신을 통해 기술변화에 따라 수익을 올릴 새로운 길을 찾아내야 한다.

– 제임스 코타다

※ [필자는 미네소타대학 찰스 배비지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