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창업하라

대학의 풍부한 자원 최대한 활용하고 내게 필요한 사람들과 그 자원 공유하려면 그때가 적기다

필자 아키라 니시이 (맨 오른쪽)는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 (왼쪽부터) 한 왕, 벤자민 베어, 놀란 가타오카, 악셰이 라오와 함께 퍼치(Perch)를 설립했다. / 사진:AKIRA NISHII

나는 고교 시절 학점과 과외활동을 용의주도하게 관리하면서 대학교에 보낼 인상적인 자기소개서를 준비했다. 그러나 대입 지원 시즌이 끝났을 때 대학 졸업 후까지 남는 내 고교 시절 ‘업적’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고교성적과 줄줄이 이어지는 과외활동 리스트는 나와 취업시장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학업은 좋아했지만 시험점수와 경력 쌓기 위주로 형성된 현대 교육제도가 싫었다. 미시건대학에 진학했을 때 학점에 매달리는 대신 세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의예과 학생으로서 학점과 과외활동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심해졌다. 학점을 높게 유지하려고 귀중한 학습기회를 희생해가며 ‘쉬운 강좌’를 선택하는 데 불만이 쌓여갔다. 사회통념은 위험을 멀리하라고 속삭인다. 교육학자나 채용 담당자가 학점의 중요성을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그 점수에 근거해 메디컬스쿨, 대학원, 장학생, 그리고 일자리 후보자를 심사한다. 고교 시절 시험 점수에 자멸적으로 집착했던 일을 떠올리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중의 소음에 귀를 막고 내 관심사를 좇기로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창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학교 생활 중 학생이 학술연구 기회를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금방 알게 됐다. 많은 학생 입장에서 교수진과 함께하는 리서치 참여는 학부 시절을 결정 짓는 중요한 경험이다. 그리고 대학원 지망생에게는 필수다. 대다수 리서치 일자리는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 외에는 리서치 그룹에 지원해 성공하는 비율이 낮다. 그리고 반대로 이런 과정은 또한 최고의 인재를 모집하려는 연구소 채용자들에게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나는 연구원 채용 과정에 불만이 쌓였다. 개인적으로 50여 개 연구소에 이메일을 보낸 뒤에야 나의 첫 리서치 일자리를 얻게 됐다. 내게 주어진 리서치 기회에 감사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하도록 돕고 싶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 놀란 가타오카, 벤자민 베어, 악셰이 라오, 한 왕과 함께 미시건대학의 학생단체 퍼치(Perch)를 설립했다. 10개 대학 캠퍼스에 걸쳐 100여 회의 시장조사 인터뷰를 실시한 뒤 우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보편적임을 확인했다.

나는 퍼치를 통해 내가 추구하던 영향력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또한 학교가 요구하는 학업 기대에서도 해방된다. 수많은 시간 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고, 대학 스타트업 경연대회에서 프레젠테이션 하고, 사업계획을 작성한 뒤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퍼치는 리서치 기회를 물색하는 연구자와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려는 연구소를 위한 온라인 채용 솔루션이다. 리서치에 참여하고 싶지만 사회·경제 또는 기타 요인들 때문에 연구소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퍼치를 통해 미시건대학이 제공하는 세계수준급 리서치 기회에 더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모집자들도 자신들의 연구소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발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학술계의 채용과정을 합리화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6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으며 미국 전역의 16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퍼치는 학교에 불만을 품고 학교 밖에서 영향력 있는 학습 기회를 모색하는 대학생들이 설립했다. 고등교육에 불만을 가진 건 우리뿐이 아니다. 유명 백만장자 대학 중퇴자와 교육 전문가 여럿이 현대 고등교육 환경을 비판해 왔다. “학교 교육이 쓸모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는 더 놀랍다. 의심할 바 없이 편향된 질문이다(학교의 가치에 의문을 갖는 사람만 학교가 ‘쓸모없는지’ 물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다’는 응답자가 95%라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공학 강의실에 앉아 컵에 담긴 얼음조각을 녹이는데 필요한 열량이 얼마인지 알아내는 일이 과연 내게 소용 있을지 종종 의구심이 생긴다.

지난 몇 년 동안 창업정신과 고등교육이 손잡으면 학생의 학습과 경력 발전을 얼마나 잘 지원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 스타트업 경영은 소방호스로 물을 마시는 격이다. 우리 팀은 UX 디자인부터 법률용어 공부까지 모든 것을 빛의 속도로 배워야 했다. 대학에서의 비실용적인 듯한 강좌를 통해 무형의 지식을 배웠다. 앞으로 얼음조각을 녹이는 데 필요한 열량을 계산할 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화학공학 강좌의 수학적 엄밀함이 사업상의 논리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고등교육의 기본요소는 기업가로 성공하는 데 결정적이며 그런 창업 경험이 대학 교육과정을 보완한다. 미시건대학은 그 중요성을 인식해 상당한 경제적·비경제적 자원으로 나를 포함한 학생 창업가들을 적극 지원해 왔다.

실제로 운 좋게 환경이 허용된다면 스타트업을 창업하기에는 학창시절이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미시건대학에서의 3년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원이 풍부했던 시기로 꼽을 수 있다. 나는 충분한 자원을 가진 학생 누구에게나 벤처를 창업하라고 권한다. 대학 생활을 최대한 활용하고 내게 필요한 사람들과 그들의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벤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는 학생이며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지 그리고 더 좋은 영향을 미칠지 배우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다.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문화적 변화의 산물이다. 21세기 이전 대학 졸업자들은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40~50대에 이르러서야 고위 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엘리슨 등 대학 중퇴자들이 IT기업을 창업해 크게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는 20대 청년이 기업의 승진 사다리를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전통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영향력 있는 기업가로 곧장 올라서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우리 세대가 그것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학생 스타트업의 부상은 근로의 의미에 대한 문화적 기대의 변화를 반영했다. 우리는 돈보다 사회적 영향에 더 가치를 둔다. 우리의 40여 시간이 매주 일에만 집중되지 않고 더 많은 곳에 쓰이기를 원한다. 스타트업 창업은 자기 주도적인 변화를 촉진할 기회다. 우리는 변화가 ‘그냥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며 누군가 처음에 밀지 않으면 공은 굴러가지 않는다.

– 아키라 니시이

※ [필자는 미시건대학 졸업반으로 퍼치 커넥션사의 창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