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상금 격차는 엄연한 ‘반칙’

테니스, 축구, 골프 등에서 공정한 임금 원칙 지켜지지 않아…미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청원서 제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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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북중미카리브해 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십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싸우는 칼리 로이드 (10번 선수).

지난 3월 말, 미국의 유명 여자 축구선수 5명이 미 축구연맹에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지난해 여름 일본을 상대로 치른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칼리 로이드는 동료 선수 알렉스 모건, 메간 라피토, 베키 사우어브룬, 호프 솔로와 함께 축구연맹에 노동량 기준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공정 임금이란 무엇일까? 기본 사실만 두고 보면 여자 축구대표팀은 경기 성적이 좋은 데도 남자 축구대표팀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는다. 여자 대표팀은 1992년 여자 월드컵 개최 이후 3번이나 대회 우승을 했지만, 남자팀은 8강 이상 진출해 본 적이 없다.

임금 격차는 깜짝 놀랄 정도다. 여자 대표팀 선수는 팀이 20개 친선경기(대표팀이 치러야 하는 최소 경기 수)에서 승리하면 일인당 연간 9만9000달러를 받는다. 반면, 남자 선수는 같은 조건에서 선수 당 26만3320달러의 돈을 받으며, 설사 20개 경기 전부 패해도 최소 10만 달러는 받는다. 여자팀은 20경기 이후 추가 경기를 뛴다 해도 추가로 받는 돈이 전혀 없지만, 남자팀은 20경기를 뛰고 추가 경기를 하면 경기당 5000달러에서 1만7625달러를 받는다.

남녀의 격차는 지난해 7월 여자 월드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2540만 명이 시청한 여자 월드컵 결승 중계는 남자와 여자 축구를 통틀어 미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게다가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수입이 1600만 달러 증가했다(남자 축구팀의 경우 월드컵이 없었다).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솔로는 말했다. “우리는 세계 최고다. 월드컵에서 3회, 올림픽에서 4회 우승했다. 그런데 (남자 선수들은) 단순히 경기에 참여한 것만으로 국제경기에서 우승한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이것만 봐도 여자 선수들의 주장에는 탄탄한 논리가 있다. 그러나 남자 축구팀은 올림픽을 제외한 세계 스포츠 행사 중 최대 규모인 월드컵의 인기를 받을 수밖에 없다. 2014년 남자 월드컵은 4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15년 여자 월드컵 수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남자 월드컵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대표팀은 35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지만,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미국 여자 대표팀은 200만 달러를 받았다.

엄밀히 말해 미 축구연맹은 비영리기관이다. 남자 테니스협회(ATP)와 여자 테니스협회(WTA), 전미농구협회(NBA)와 전미여자농구협회(WNBA)를 비교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축구연맹이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미 평등고용위원회와 함께 제출한 여자 축구선수의 항의는 더욱 흥미롭다. 솔로가 동료 선수들과 함께 제기한 의문은 타당하다. 왜 비영리기관인 축구연맹이 경기 성적이 아니라 예상 수입을 근거로 선수 급여를 결정하는가? 여성 교육 평등법안(Title IX)도 통과된 마당에 비영리기관에서 애초에 왜 남녀를 차별하는가?

프로 리그 차원에서 비교 가능한 대상은 없다. 여성 리그가 없는 미 프로풋볼(NFL)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스포츠 집단은 남자 프로축구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는 연간 14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는 선수는 10명이 넘는다. 반면, 2012년 창설된 미 여자프로축구리그는 선수당 최대 급여를 3만7800달러로 정했다.

그럼 다른 스포츠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주는 기회는 어느 정도일까? 한번 평가해 보자.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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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윌리엄스와 남자 1위 선수 노박 조코비치가 받은 상금을 승리한 경기 수로 나누면 한 번 이길 때마다 각각 21만 9000달러와 25만6000달러를 받았다.

여자 선수의 수입이 가장 좋은 스포츠 종목을 꼽으라면 아직까진 테니스다. 양성평등을 가장 잘 보장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경제지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여자 선수 10명 중 7명은 WTA 투어에 참여한 테니스 선수였다.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등 세계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상금 또한 여성과 남성이 동일했다. 이 중에는 윔블던이 2007년 남녀 선수간 상금 차등을 없애며 가장 늦게 양성평등 대열에 합류했다(4대 메이저 대회 모두 남자는 5판 3승제이고 여자는 3판 2승제라는 반론도 있다).

포브스 선정 ‘2015 세계 최고 소득 운동선수’ 순위에 여자 선수를 올려놓은 종목도 테니스가 유일하다. 마리아 샤라포바가 2970만 달러로 16위, 세레나 윌리엄스가 2460만 달러로 4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회 상금만 놓고 보면 2015년 각종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윌리엄스의 소득이 샤라포바보다 42% 더 높다(1160만 달러 vs. 670만 달러).

윌리엄스의 상금을 남자 1위 선수 노박 조코비치(21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최종 수입액보다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다. 2명 모두 3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윌리엄스는 53-3으로 그해를 결산했고, 조코비치는 82-6으로 끝냈다. 이들이 받은 상금을 승리한 경기 수로 나누면 조코비치는 한 번 이길 때마다 25만6000달러, 윌리엄스는 21만 9000달러를 받았다.

여자 테니스 선수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스타급 대우를 받는 걸로도 유명하다. 포브스 조사 결과, 샤라포바는 지난해 광고계약으로 2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멜도니움 양성 판정으로 후원사 상당수가 계약을 중단하면서 올해 샤라포바의 광고 수입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과 상금을 제외한 소득에서 샤라포바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남자 선수는 11명밖에 되지 않는다.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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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리디아 고는 PGA 투어에서 25위를 차지한 다니엘 버거보다 적은 상금을 받았다.

지난해 LPGA는 상금으로 총 616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그러나 PGA의 상금은 이보다 5배(3억 2000만 달러)가 넘는다. LPGA 메이저 경기 중에는 US 여자오픈골프가 45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상금을 지출했고, 우승자 전인지 선수는 이 중 81만 달러를 받았다. PGA 메이저 대회는 각각 1000만 달러를 상금으로 지출했고, 우승자는 180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선수는 리디아 고(280만 달러)였다. 반면, PGA 투어에서 1위를 차지한 조던 스피스는 1200만 달러를 받았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PGA 투어에서 25위를 차지한 다니엘 버거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 그런데 LPGA 투어 25위를 기록한 브리타니 랭은 버거가 받은 돈의 1/5 정도인 61만 6000달러를 받았다.

농구
NBA와 WNBA 임금 격차를 알고 싶다면 이거 하나면 된다. WNBA 결승전 최고 선수이자 팀의 7회 우승을 이끈 다이애나 타우라시는 지난여름 시즌을 불참했다. 피닉스 머큐리에서 뛰면서 시즌당 최대 연봉 10만7000달러보다 조금 모자라는 금액을 받았던 타우라시는 시즌을 쉬어도 이전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겠다는 러시아팀 UMMC 예카테린부르크의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타우라시는 UMMC 예카테린부르크와 시즌당 150만 달러를 받는 계약도 이미 체결했다.

그래도 WNBA 선수가 받는 돈은 NBA와 비교해 ‘새 발의 피’다. 이번 시즌 NBA 최저 연봉은 52만5000달러지만, 지난해 WNBA 최저 연봉은 3만8000달러였다. 물론, NBA 정규리그 경기 수는 82게임이지만, WNBA 경기수는 34게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WNBA ‘최고’ 연봉은 NBA ‘최저’ 연봉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2년 전 NBA에서는 52명의 선수가 WNBA 선수 연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돈을 받았다.

NBA의 인기가 높은 건 인정한다. NBA는 지난 시즌 전 세계에서 5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지만, WNBA는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었다. ESPN과 터너 스포츠는 NBA 중계권을 얻기 위해 매년 26억 달러를 함께 지불한다. 그러나 WNBA가 ESPN으로부터 중계권을 비롯한 각종 권리 수수료로 받는 돈은 1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NBA 중계권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특이 선수
골프선수 스테이시 루이스는 다양한 광고 계약 덕분에 지난해 포브스 세계 여자 운동선수 소득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미국 선수인 루이스가 상금으로 받은 돈은 LPGA 투어 10위에 불과했지만 광고로 400만 달러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
남성이 독점한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한 여자선수도 2명 있다. 미국에서 개최된 인디카 혹은 나스카 자동차경주대회에서 200회 이상 참여하면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2009년 인디재팬 300 대회는 우승) 34세의 대니카 패트릭은 지난해 13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 중 절반은 광고를 통해서였다.

이종격투기(MMA) 선수 론다 로우지는 지난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를 장식하더니 올해에는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진행을 맡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수영복 특집호 표지에도 나오는 등 활약이 대단하다. 지난해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UFC에서 여자선수의 길을 개척하며 포스터에 자주 나왔던 그녀는 지난해 소득 6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이 중 절반은 광고 수입이다.

–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