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의 ‘F2P’ 혁명

게이머들이 비디오 게임에 제품보다 서비스 비슷한 형식을 기대하면서 초기비용에 반감 갖는 시장 환경 조성돼
포트나이트를 무료 제공하는 에픽 게임스의 도박이 적중해 2억 명을 웃도는 게이머 끌어모았다. / 사진:JILLIAN KITCHENER-REUTERS/YONHAP

회원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비디오 게임의 미래일까? 일렉트로닉 아츠(EA)와 소니 같은 대형 비디오 게임 업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런 듯하다. 알파벳·아마존·애플 같은 이 시장의 비주류 업체들도 스트리밍 비디오 게임에 베팅한다. 그러나 스트리밍 비디오 게임이 자리 잡으려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새 모델이 게이머에게 호응을 얻어야 한다.

희소식은 그런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랜덤 박스(loot box, 플레이어가 내용물을 모른 채 구입하는 가상 제품), 빈번한 업데이트, 그리고 무엇보다도 F2P(free-to-play, 기본료 무료, 아이템 과금제) 게임의 부상으로 플레이어와 개발자 모두 비디오게임을 서비스처럼 대하는 데 익숙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비디오 게임이 게임 본체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요즘의 비디오 게임 개발사와 발매사는 게임 판매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소액거래(microtransactions, 온라인 게임 등에서 가상세계의 상품·서비스를 소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이머가 자신의 디지털 캐릭터용으로 용구·무기·레이스카 등을 새로 구입할 때 비디오 게임 업체들이 수익을 올린다. 요즘에는 랜덤 아이템을 담아 거래에 뽑기의 스릴을 더해주는 구매 가능한 랜덤박스가 특히 인기를 모은다.

그 밖에 회원제 모델도 있다. EA의 2018년 3분기 실적보고에서 소액거래와 회원제 모델 같은 ‘라이브 서비스’의 순매출은 7억8400만 달러였다. 이는 같은 기간 기록된 게임 디지털 다운로드 순매출 2억7300만 달러 또는 ‘패키지 상품과 기타 순매출’ 수입 3억8100만 달러보다 훨씬 많다. 다운로드할 수 있는 콘텐트의 ‘시즌권’ 정액제로도 게임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지만 팬들은 별도 지출이 필요할 때 불만을 갖는다. 이런 새 게임 플레이 모델은 업데이트와 새로운 콘텐트의 다운로드를 권장한다. 과거 인터넷이 없을 당시의 게임 카트리지 시대에는 들어보지 못한 일들이다.

비디오 게임 서비스 시대를 맞아 팬의 기대도 크게 높아졌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산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오버워치 같은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랜덤박스 중심의 업데이트와 함께 캐릭터·지도 그리고 기타 유형의 중요한 콘텐트를 새로 받는다. 요즘엔 개발자들이 결함을 수정하고 게임을 개선해나가리라 기대한다. 반대로 지난 수년간 그런 것처럼 발매 시점에 게임이 세련되고 완벽해야 한다는 기대는 크지 않다. 비디오 게임이 구매하는 상품이라기보다 서비스에 더 가깝게 여겨진다.

소액거래는 이익창출에 극히 효과적인 방식으로 입증됐다. 단순한(그리고 저예산) 게임을 무료 제공한 뒤 소액거래로 큰돈을 거둬들이는 모바일 게임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오랫동안 해온 방식으로 잘 먹혀들었다. 2014년 한 보고서에선 미국 앱스토어 매출에서 소액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달했다.

오버워치 같은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캐릭터·지도 그리고 기타 유형의 콘텐트를 업데이트 받는다. / 사진:TERRIN WAACK-AP/YONHAP

당초 PC와 (특히) 콘솔 게임 개발사·발매사들은 모바일 게임의 F2P 전략 도입에는 소액거래 모델보다 훨씬 더 소극적인 듯했다. 그러던 중 포트나이트(Fortnite)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에픽 게임스는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무료 제공해 팬 기반을 구축하려 했다. 그 도박이 적중해 2억 명을 웃도는 게이머를 끌어모았다. 에픽 게임스는 매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까지 포트나이트로 2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일부 전문가는 추산한다. 그 게임의 엄청난 성공은 가벼운 모바일 게임뿐 아니라 콘솔과 PC의 ‘진짜’ 게임에도 소액거래 중심의 F2P 모델이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를 F2P 모델로 전환하는 방법도 타당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3년 전에 발매된 오버워치는 원래 플레이어가 직접 하드 카피나 디지털 카피를 구입해야 했다. EA의 최신 히트작 ‘에이펙스 레전드’도 포트나이트를 모델로 한 F2P 슈팅 게임이다.

이 모델은 게이머들에게도 통한다. 랜덤박스와 소액 거래에 관한 게이머들의 불만은 돈을 지불한 게임 내에서 조금씩 돈을 뜯긴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게임의 초기비용을 없애면 제작사들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60달러 이상을 들여 사전 주문한 팬들의 비난을 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A와 소니 같은 기업들이 비디오 게임 회원제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고 아마존 같은 새 라이벌들이 진출하면서 또 다른 비디오 게임 수익화 모델이 떠오른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비디오 게임 개발사와 발매사가 로열티 수입을 올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런 F2P 혁명은 비디오 게임 이용자들이 회원제 기반 게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게임 이용이 ‘무료’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해지게 된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는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다고 느껴지듯이 대형 회원제 서비스에 포함된 게임은 최종 이용자에게 개별적 지출 같은 느낌을 적게 준다.

한 마디로 게이머들이 비디오 게임에 서비스 비슷한 형식을 기대하면서 초기비용에 거부감을 갖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것이 개발자와 팬 간 비디오게임 ‘사회 계약’의 현 상황이다. 이는 F2P 게임에 안성맞춤이며 잠재적인 회원제 스트리밍의 미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 스티븐 러블리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온라인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