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초보자는 “자신의 취향을 믿어라”

유기농·내추럴·생체역학적 와인의 차이점보다 중요한 건 ‘정성 들여 만든 좋은 와인’ 찾아 즐기는 것
와인은 즐기기 위한 것이므로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걸 마시면 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와인은 물방울 속에 갇힌 태양의 빛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요즘은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 생체역학 와인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평소에 가능한 한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면 이제 와인도 유기농으로 선택하기로 마음먹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갈피를 못 잡거나 와인의 복잡한 분류에 따른 새 용어로 혼란스럽다면 이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먼저 내추럴 와인에 관한 기본적인 지침 몇 가지를 소개한다.

*새로운 스타일과 맛을 가진 와인에 마음을 열어라. 지금까지 전통 와인만 마셔온 사람들에게 내추럴 와인은 낯설게 느껴진다. 맛이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길들여진 맛과 달라서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와인 상점 주인과 친해져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많이 갖춰 놓은 곳을 찾아서 단골로 정하고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때 추천을 받는다.

*디캔터를 장만해라. 내추럴 와인은 마개를 딴 다음 제맛이 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디캔터에 옮겨 담아 공기와 충분히 접촉하게 한다.

*질문을 많이 해라. 구입한 와인의 맛이 마음에 안 들 때는 와인 상점 주인(또는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에게 와인 맛이 변한 건지 혹은 그저 자신에게 안 맞는 것인지 물어봐라.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니 내추럴 와인을 즐길 만큼 스스로 세련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와인은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자신의 취향을 믿고 마음에 드는 걸 마셔라.

‘유기농 와인’은 유기농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제품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이제 유기농 와인과 내추럴 와인, 생체역학 와인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유기농 와인’은 유기농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한다. 일부는 상표에 ‘유기농 포도로 제조됐다(made with organic grapes)’는 문구가 들어가거나 관련 기관의 인증서가 붙어 있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에도 유기농 화학물질과 화학처리 과정이 들어간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밭과 저장고에서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다. 하지만 약간 부적절한 명칭일 수도 있다. 와인 제조업자 루이-앙투안 루이는 “많은 포도원이 ‘내추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들의 포도 재배 방식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고 내추럴 와인 전문 잡지 글루 글루 매거진에 말했다. “‘내추럴’이라는 말을 빼고 그저 ‘와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다논과 네슬레에서도 ‘내추럴’ 요거트를 내놓고 ‘내추럴 슈거’도 나온다. 모두가 다 ‘내추럴’이란 말을 쓴다. 그것은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이라는 말은 그냥 제조 과정에서 인위적 개입이 비교적 적은 와인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먼저 포도원에서 인위적 개입이 적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드라이 파밍(Dry Farming, 인위적 관개시설의 도움 없이 자연 강수량에 의존해 포도를 재배하는 방식), 유기농법이나 생체역학적 원칙과 처리법의 실천 등등. 와인 제조업자는 이 중 자신의 포도원에서 가능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또 저장고에서 인위적 개입을 적게 하려면 유황의 사용과 여과과정을 제한해야 한다. 이런 와인은 주로 소규모 독립 제조업자들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보통 한 포도원에서 몇 세대째 포도를 재배한다. 인위적 개입이 적은 와인은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며 스타일과 맛이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와인에서 쿰쿰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내추럴 와인의 특성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인커뉴 와인을 운영하는 로라 브레넌 비셀은 “와인의 맛이 잘 변하고 색이 칙칙한 것을 ‘내추럴’한 것과 동의어로 여기며 그것을 ‘유기농’과 ‘수제’ 와인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특징은 농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내추럴 와인’이라는 용어를 바람직하지 않은 저장 방법에 대한 변명으로 사용하는 와인 업자도 있다. 또 포도 재배 방식과 관련해 거짓말하거나 와인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위장환경주의 마케팅 슬로건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밭과 저장고에서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을 가리킨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해서 ‘내추럴’하게 만든 와인은 좋은 와인의 모든 특성을 담고 있다. 포도원과 저장고에서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가가 관건이다. 브레넌 비셀은 “와인을 마실 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와인이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성 들여 만든 와인이 정말 좋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인위적 개입이 적은 와인 대다수가 생체역학적 방식으로 제조됐거나 생체역학적 포도로 만들어졌다. 1920년대에 루돌프 스타이너 박사가 창설한 미국 생체역학 협회에 따르면 농업에의 생체역학적 접근은 ‘전체론적이고 생태학적이며 윤리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스타이너 박사는 오래된 농업 기술에 대한 전체론적 이해의 적용을 지지한 전체론적 과학자이자 철학자였다.

국제 유기농 인증기관인 디미터 인터내셔널은 특정 작물이 아니라 농장 단위로 인증 받을 것을 요구한다. 저개입 와인을 찾는다면 와인 병 뒤쪽 상표에 ‘디미터(Demeter)’ 인증 마크가 찍혔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와인 상점이나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서 유기농이나 저개입 와인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한 대로 디미터 마크가 도움이 되지만 여러 이유로 이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는 와인업자도 많다.

프랑스 브르고뉴 지방의 도멘 미셸 라파르주는 1950년대부터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해 왔지만 유기농 인증 마크를 병에 붙이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취급하는 와인상점이나 수입·배급업체를 찾아내면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발견할 확률도 높아진다. 좋아하는 와인을 만드는 업체 몇 군데를 알아두고 거기서 생산되는 와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봐라. 아니면 레스토랑에 저녁 식사하러 갔을 때 소믈리에한테 찾는 와인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라. 와인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열정을 보이면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공유한다.

와인을 고를 때 앞서 말한 팁을 기억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라. 질문을 많이 하고 방금 맛본 와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서슴없이 말해라. 최근 내로라하는 와인업체들도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일례로 브랜콧 에스테이트는 1990년대 뉴질랜드에서 지속가능성 제고 운동에 앞장섰으며 프랑스 샴페인 업체 폴 로제는 최근 생체역학적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샴페인을 만든다. 이런 대규모 업체들의 노력은 박수와 격려를 받아 마땅하다.

와인 애호가들은 앞서 말한 지침을 토대로 저개입 유기농 와인 여행을 시작해라.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취향을 믿어라.

– 조지 자이거

※ [필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와인 전문가로 인스타그램 계정 ‘Sip Culture’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