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규모 “지난해와 비슷”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 35개사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핀테크·바이오·콘텐트 ‘대체로 맑음’…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에 ‘만족’하고 ‘금융지원’ 가장 높이 평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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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문을 연 ‘스타트업 캠퍼스’. 국내외 투자사와 액셀러레이터가 입주해 젊은 창업가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제조업 스타트업에 도전해 엑시트(투자 회수)에 성공한 탱그램팩토리 정덕희 대표는 “지난해 스타트업계가 호황이었는데 올해도 지속될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올해 스타트업계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것 같다”고 했다. 스타트업계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처럼 활발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한국의 스타트업계는 올해 생존을 위해서 엑시트에 치중하거나 대규모 펀딩을 받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타트업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모바일 결제회사 스퀘어의 기업공개(IPO)에서 공모가가 시장 기대치인 11~13달러보다 낮은 9달러에 그쳤다. 금융동향센터가 펴낸 ‘미국 IT 스타트업 기업 가치의 과대평가 우려 및 향후 전망’(2015년 12월)은 ‘미국 IT 스타트업이 IPO 과정에서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드롭박스·스냅챗 같은 글로벌 유력 스타트업의 지분 가치가 20% 이상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과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까 아니면 기우에 그칠까.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도움을 받아 벤처캐피털(VC) 35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투자금액 기준으로 전체 벤처캐피털의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트업계의 우울한 분위기와 달리 벤처캐피털은 올해 투자 분위기에 대해 ‘희망적’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는 어떻게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13곳이 ‘보통이다’(37.1%), 8곳은 ‘좋을 것’(22.9%)이라고 답했다. 60%의 벤처캐피털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보통’이라고 전망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주춤하는 경향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투자금이 풀리고 있어 (우울한 분위기를) 충분히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도 “정부 주도의 자금이 많아 급격하게 돈줄이 마르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좋지 않을 것’(10곳, 28.6%), ‘매우 좋지 않을 것’(3곳, 8.6%)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곳은 37%가 넘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투자가 집중된 바이오벤처 분야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미국·중국 등 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 위축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답변한 곳도 있다.

스타트업계의 우려와 벤처캐피털의 전망이 이렇게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의준 상근부회장은 “스타트업계의 불안감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는 세계적으로 스타트업계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었다. 올해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급격하게 식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스타트업계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펴낸 ‘Venture Capital Market Brief’에 따르면 지난해 1045개 스타트업에 2조858억원의 돈이 몰렸다. 2012년 688개사에 1조2333억원, 2013년 755개사에 1조3845억원, 2014년 901개사에 1조6393억원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지난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를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산업(핀테크, 바이오 신약 등)의 출범과 창업 활성화, 창업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은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19곳(54.3%)에 이르렀다. 2곳(5.7%)의 벤처캐피털은 ‘매우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정부 벤처 육성 정책 중 높이 평가하는 것’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금융 지원(22곳, 62.9%)과 회수시장 지원(11곳, 31.4%)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정책 중 가장 불만스런 내용으로도 ‘회수시장 지원’(16곳, 45.7%)이 들어갔다. 벤처캐피털이 가장 관심이 큰 대목이 ‘회수시장’임을 알 수 있다. 이의준 상근부회장은 “투자를 하면 다양한 방법의 출구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회수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고 어렵다”며 “이 때문에 투자 회수 시장 지원 정책에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 지원 육성정책에 대해서도 벤처캐피털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부 주도 벤처육성이 벤처 생태계의 활기를 죽인다는 비판에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동의하는 편이다’라고 답한 곳은 6곳(17.1%)에 불과했다. ‘동의하지 않는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한 벤처캐피털은 29곳(82.9%)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올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온라인 설문에 응답한 벤처캐피털들이 올해 스타트업에 투자할 금액 규모로 200억~500억원을 선택한 곳이 13곳(37.1%), 100억~200억원은 8곳(22.9%)이었다. 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곳도 3곳(8.6%)에 이른다.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응답한 벤처캐피털은 16곳(45.7%),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한 곳도 12곳(34.3%)이나 된다. 이에 반해 지난해보다 줄어든다고 답한 곳은 5곳(14.3%)에 그쳐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 전망은 좋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이 가장 주목하는 투자 분야는 어디일까. 벤처캐피털들에 ‘올해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분야’(복수 응답 가능)를 물어봤다. 벤처캐피털 19곳(54.3%)은 핀테크 분야를 꼽았다. 바이오(18곳, 51.4%), 영화·음원 등 콘텐트 분야(16곳, 45.7%)에 이어 O2O(13곳, 37.1%)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타트업계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벤처캐피털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벤처투자 경력 요건을 대폭 완화해서 심사인력 확보가 용이해야 한다” “글로벌화를 지향할 수 있는 법체계 개정” “기업의 단계와 성장에 따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회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고, 조세 감면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최 영 진 기자

[박스기사] 2016 스타트업 기상도 – 한국을 대표하는 50여 개 VC의 설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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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문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도움을 받아 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구글 독스의 온라인 설문 툴을 이용해 조사했다. 각 벤처캐피털을 대표하는 임원, 심사역 등이 설문에 응했다. 벤처캐피탈협회 이의준 상근부회장은 “협회 회원사 중 상위 50여 곳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다”며 “이번 설문에 응답한 벤처캐피털이 한국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설문 응답자의 연령대는 40대가 15명(42.9%), 30대 13명(37.1%)으로 가장 많았다. 설문 조사는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1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에 답한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TGCK, 네오플럭스, 대덕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동문파트너즈,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마젤란기술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미시간벤처캐피탈, 산수벤처스, 서울기술투자, 서울투자파트너스,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이디벤처스,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 에스제이투자파트너스, 에이치큐인베스트먼트, 에이피엘파트너스,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유니창업투자, 이수창업투자, 이후인베스트먼트, 지앤텍벤처투자, 케이큐브벤처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티에스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한화인베스트먼트(가나다 순, 35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