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불편한 진실

최근 불거진 대입 비리 스캔들로 개혁 목소리 높아지면서 소수집단 우대정책으로 불똥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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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와 공갈, 수백만 달러, 연예인, 아이비리그… 미국의 부유하고 연줄 좋은 부모들이 자녀의 일류대학 입학을 위해 갖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최근 밝혀진 사건은 할리우드에 국한된 스캔들이 아니다. 실력이 기준이 돼야 마땅한 미국 대학입학 사정이 돈에 의해 타락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현상을 두고 쌓여가던 우려가 이번 스캔들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미국, 아니 전 세계의 꿈 많은 학생이 공정한 평가에 따른 미국 대학입학 사정 시스템을 확고히 믿었지만 이제 그들과 부모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대학입학 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입 시스템에서 왜곡된 특혜를 제거하는 개혁 과정은 또 다른 중요한 정책의 종말을 부를지 모른다.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가리키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다. ‘적극적 조치’라는 뜻으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고용과 교육에서 인종·종교·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등장한 정책이다. 그에 따라 흑인·히스패닉·여성 등 소수집단에 대학 입학과 취업 등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대입 전형에서 소수집단에 가산점을 주거나 대학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그들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수집단에 대한 배려 때문에 오히려 성적이 우수한 백인 학생이 피해를 보는 등 역차별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점차 대중의 지지를 잃어갔다. 그보다는 인종을 따지지 않는 대입 과정이 선호됐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3%는 대학 측이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흑인 응답자의 60% 이상과 히스패닉 응답자의 65%는 대입에 인종이 고려되는 정책을 원치 않았다.

트럼프 정부도 어퍼머티브 액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은 곧 하버드대학과 관련된 소송 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하버드대학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의 개인 특성 점수를 계속 낮게 매겨 입학 기회를 줄이고 조직적으로 차별을 행사한다는 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정작 이 소송보다는 저명인사, 기업계 임원, 부유한 부모 등 50명 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조작하고 체육 코치에게 뇌물을 건네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이번 스캔들이 어퍼머티브 액션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다.

하워드대학 교수로 ‘흑인교육 저널’의 편집장인 아이보리 톨드슨은 “이번 스캔들이 엉뚱하게도 어퍼머티브 액션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집안이 부유한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법적인 특혜를 누린다는 사실이 이번 스캔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경쟁의 장이 공평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인종에 기반을 둔 특례입학 정책도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대형 대학입학 비리 스캔들이 터지고 대입 시스템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미국 대학에 만연한 불공평 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미국인은 미국 대학을 이상적인 상아탑으로 생각한다. 매년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수십만 명의 외국 학생들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환상일 뿐 현실은 그와 전혀 다르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하버드대학 캠퍼스(위 사진) / 사진:AP/YONHAP/JOONGANG PHOTO

이제 미국의 대학 관계자와 정치인은 이 절차를 개혁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일부 교육 전문가는 대안을 모색 중이다. 거기에는 복권 같은 추첨제도 포함된다. 하기야 수량화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을 배제하려면 그 전부를 무시하고 제비로 뽑는 것이 최선일지 모른다.

미국 대학입학 시스템 개혁의 가장 명확한 표적은 동문 자녀 우대정책(legacy preference)이다. 대학입학 사정에서 동문 자녀에게 가산점을 부과하는 제도다. 게다가 부모가 학교에 재정적으로 기여한다면 더 큰 혜택이 따른다. 그렇게 입학하는 학생은 대다수 백인이며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이번 대입 비리 스캔들에 포함된 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학의 경우 학생의 약 12%가 동문 자녀 우대정책으로 입학했다.

일반 미국인도 동문 자녀 우대정책의 종식을 지지한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70%가 그 정책을 원치 않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 선임연구원은 진지한 개혁이 이뤄진다면 동문 자녀 우대정책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는 실력 위주의 대입 정책을 도입할 경우 어퍼머티브 액션도 폐지돼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참 희한한 교착상태다. 동문 자녀 우대정책은 소수집단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과 함께 묶여 있다. ‘주고받기’ 식의 비공개적인 거래에서 비롯된 관행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문 자녀 우대정책을 손보기 꺼려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전환점에 다가가고 있다. 곧 시스템 전체가 철저한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사실 마땅한 일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 대니얼 골든도 어퍼머티브 액션과 동문 자녀 우대정책이 정치적으로 한 묶음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이나 주민투표로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된 주에선 동문 자녀 우대정책도 시행이 중단됐다.” 골든은 미국 부유층 자녀의 명문대 입학 과정을 파헤친 책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The Price of Admission)’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하버드대학 입학이 그의 아버지가 대학에 거액을 기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뉴저지 주 부동산 재벌 찰스 쿠슈너가 1998년 하버드대학에 25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바로 그해 재러드가 그 대학에 입학했다는 내용이다. 또 골든이 재러드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그가 고교 시절 그리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하버드대학에 합격해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텍사스 A&M대학은 2003년 입학 사정에서 인종 요인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동문 자녀 우대정책도 폐지했다. 대학 측은 실력이 기준이 돼야 할 입학 사정 시스템에서 동문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도 “명백한 모순”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 후 13년이 지나는 동안 텍사스 A&M대학 학생의 다양성이 114%나 증가했다.

대학 관계자는 그토록 학생의 다양성이 늘어난 것은 입학 사정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사용한 점과 비주류로 취급되던 고등학교까지 끌어안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A&M대학은 고등학교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을 전부 다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 정책이 발표됐을 때 총장이었던 로버트 게이츠는 “텍사스 A&M대학의 모든 학생은 개인적인 능력에 따라 입학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오른쪽 사진 왼쪽)의 하버드대학 입학이 그의 아버지가 대학에 거액을 기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사진:REUTERS/YONHAP/JOONGANG PHOTO

동시에 텍사스 A&M대학은 학생모집 담당자들을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다수인 댈러스 동부와 남부 구역의 고등학교에 보내 학생들과 관계를 구축했다. 학생의 90%가 공적자금으로 재정을 지원받는 댈러스 남부 W.W. 새뮤얼 고등학교에서 그 효과가 확실히 드러났다. 그 학교의 진학지도 교사인 셀마 곤잘레스는 텍사스 트리뷴 신문에 “우리 모든 학생은 텍사스 A&M대학에 가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센추리 파운데이션의 선임연구원으로 저서 ‘계급과 인종, 그리고 어퍼머티브 액션(The Remedy: Class, Race and Affirmative Action)’을 펴낸 리처드 칼렌버그는 “부유한 백인 학생에게 유리한 대입 사정 시스템의 불균형을 상쇄할 정도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성적 상위 10% 규정이 인종 기반의 입학 사정보다 경제적·인종적 다양성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다.”

현재 텍사스·플로리다·캘리포니아 주는 텍사스 A&M대학처럼 어퍼머티브 액션 대신 성적이 우수한 특정 비율의 고등학생에게 공립대학 입학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물론 그 효과가 무조건 다 좋지는 않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이 불우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과 연결됐을 때는 확실히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칼렌버그 연구원은 “성적 상위 10% 규정이 모든 곳에서 효과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입 시스템이 형편이 좋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상위 10% 규정은 그런 특혜를 없애준다는 점에서 아주 바람직한 발상이다. 물론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게 시작이며 앞으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하워드대학의 톨드슨 교수는 성적 상위 10% 규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일류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난 사정이 아주 열악한 고등학교 졸업식에 많이 참석했는데 거기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졸업생 대표나 장학생들이 하나같이 뛰어나며 그들은 어디 가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 중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대학에서도 매우 잘했다.”

현재로썬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소수인종 학생은 소득이 높고 특권을 가진 집안 출신인 경향을 보인다. 칼렌버그 연구원에 따르면 하버드대학의 흑인·히스패닉계 학생 중 71%가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의 폐지를 주장하는 리처드 샌더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 법학 교수는 “현재의 대입 특례 시스템은 실력주의보다 전략적 행동을 장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스캔들에서 부유한 부모가 대입 시스템을 조작하려 했듯이 대입 사정관도 어퍼머티브 액션 지침을 학교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입 사정 시스템이 진정한 실력 기준으로 바뀌려면 어퍼머티브 액션도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도 많다.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 교수로 저서 ‘다양성을 위한 흥정: 일류대학의 인종, 입시, 능력주의 딜레마(The Diversity Bargain: And Other Dilemmas of Race, Admissions, and Meritocracy at Elite Universities)’를 쓴 나타샤 쿠마르 와리쿠는 “어퍼머티브 액션은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동문 자녀 우대 프로그램은 기회를 은밀하게 비축하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 두 가지를 같은 범주에 넣는 것은 문제가 많다. 비판자들은 그 두 가지를 전부 없애고 철저한 실력주의로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류대학의 입시 결과를 보면 불우한 학생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대학은 동문 자녀 우대에 신경 쓰지 말고 그런 현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와리쿠 교수는 어퍼머티브 액션이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만연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정도로 충분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 불평등은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면 바로잡기에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불우한 학생을 어릴 때부터 지원하는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리브스 연구원과 달리 와리쿠 교수는 시스템 개혁의 가능성을 낙관하지 않는다. 그녀는 “동문 자녀 우대가 크게 바뀌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어퍼머티브 액션만 폐지될 수 있다.”

에드워드 블럼은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 회장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폐지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왔다 / 사진:REUTERS/YONHAP/JOONGANG PHOTO

와리쿠 교수의 언급은 현재 하버드대학과 아시아계 지원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대학 측이 흑인·히스패닉계·백인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아시아계 지원자의 입학을 제한하기 위해 용기와 호감도 등과 같이 모호한 개인특성 평가 점수를 사용했다고 제기된 소송이다. 매사추세츠 주 연방 법원에서 첫 심리가 열렸던 이 소송 건은 어퍼머티브 액션의 핵심 측면을 다룬다. 원고는 대학 측이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도록 입학 사정에서 인종 요인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FA)’ 회장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폐지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온 에드워드 블럼은 “인종에 기반을 둔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하고 인종 요인을 배제한 대입 사정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미국민의 의지”라고 말했다. “집안 배경과 출신 지역이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신입생 학급을 만들어내는 인종 중립적인 대입 사정 정책이 분명히 있다.” 만약 대학이 동문·교직원 자녀, 체육특기생 등을 배려하는 정책을 폐지한다면 인종적 분류나 배려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소송 건의 경우는 대안 없이 어퍼머티브 액션을 끝내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인종 정의 프로그램 담당 법률고문인 세라 힌저는 “이번 소송의 배후 세력은 모든 유색인종에 혜택을 주는 다양성 프로그램과 민권 보호 정책을 폐지하기 위해 유색인종 사이의 분열을 획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종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차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뿌리 깊은 구조적 인종 불평등이 명백히 존재하는 데도 그것을 무시함으로써 백인 지원자의 특권을 강화할 뿐이다.”

최근 불거진 대입 비리 스캔들은 대입 사정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지만 어퍼머티브 액션을 없앰으로써 소수인종 학생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트로이 목마’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톨드슨 교수는 말했다. 그런데도 대입 비리 스캔들은 중산층 미국인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리브스 연구원은 말했다. “이번 스캔들은 인기와 부가 특혜를 보장하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드러냈다. 이런 시스템은 대다수 미국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공정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퍼드대학도 최근의 대입 비리 스캔들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에 휘말렸다. / 사진:AP/YONHAP/JOONGANG PHOTO

정치적 행동도 시작됐다. 론 와이든 하원의원은 지난 3월 대학 기부자가 그 대학에 입학한 자녀의 재학 중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그는 “중산층 가족은 자녀를 위한 이런 ‘뒷문’에 접근할 수 없다”며 “부자가 납세자의 돈으로 자녀의 출세를 도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미국에서 불법 입학은 상당히 드물다. 훨씬 더 빈번히 이뤄지는 것은 서민층 자녀가 얻을 수 없는 ‘합법적인 도움’을 부유한 집안 자녀가 받는 경우다. 매사추세츠 주 연방지방검찰청 앤드루 렐링 검사는 이번 대입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용의자들을 체포한 뒤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학교 건물을 지어주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기만과 사기, 성적 조작, 수상 경력 위조, 사진 조작, 뇌물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리브스 연구원은 자신의 실력으로 지원하고 입학하는 학생에 관해선 렐링 검사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물로 입학하는 방식 중 한 가지가 잘못일 뿐 다른 방식은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동문 자녀 우대와 소수인종 우대에 의한 입학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순전히 실력에 기반을 둔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일류대학에는 입학 자격을 갖춘 우수한 학생이 정원보다 훨씬 더 많이 몰려든다. 드루 파우스트 전 하버드대학 총장은 “하나같이 우수한 학생이 정원의 두 배 정도나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입학 사정관은 실력과 관련 없는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입학생을 선택할 수 있을까? 추첨제가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의 피터 스톤 정치학 교수는 2013년 ‘추첨제에 의한 대학 입학(Access to Higher Education by the Luck of the Draw)’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두 학생의 성적이 비슷할 경우 불합리한 이유가 선택에 개입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은 추첨 방식뿐이라고 주장했다. 스톤 교수는 다른 방식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임의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정성을 기하려면 적절한 상황에서 무작위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상황은 대입에서 자주 발생한다.”

리브스 연구원도 추첨 방식을 선호한다. “최근에 만난 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은 내게 입학의 기준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성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성적으로 지원하는 학생이 정원의 약 10배나 된다고 그가 말했다. 그들 모두 입학 자격을 갖춘 지원자다. 그렇다면 추첨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추첨제의 가장 좋은 점은 지원자가 떨어졌을 경우 그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붙은 학생과 떨어진 학생 모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충분히 안다. 추첨 운이기 때문이다. 떨어진 학생일 경우 예를 들면 붙은 학생이 오보에를 연주하거나 부모가 영향력 있는 사람을 잘 안다거나 흑인 또는 히스패닉계이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보스턴 연방 법원 앞에서 하버드대학의 아시아계 지원자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 사진:XINHUA/YONHAP/JOONGANG PHOTO

와리쿠 교수도 동의했다. “입학 사정에는 원래 운이 많이 작용한다. 추첨제는 그 연장선에 있다. 우리는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는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뛰어난 인재 중에 하버드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아직 입학 추첨제를 시도한 미국 대학은 없다.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를 쓴 골든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을 세우든 사람들은 그 기준을 왜곡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상위 몇%라는 성적 기반의 대입 추첨제가 도입된다면 고등학교가 학생에게 더 나은 성적을 주려고 애쓸 것이다.”

예를 들어 1997년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2000년 대통령에 선출됐다)가 자신의 고등학교에서 성적 상위 10%에 드는 모든 졸업생에게 주립대학 입학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한다는 법령에 서명하자 한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15%를 성적 상위 10%라고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고등학교가 시스템을 왜곡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학이 추첨제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골든은 예측했다. 부유한 부모를 둔 동문 자녀를 받아들이면 이익인데 무작위로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 대학은 회사와 같다.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학문의 질적 수준과 재정적 이득이 상충하는 경우 탐욕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탐욕의 역할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은 탐욕을 보상해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오클라호마대학의 윌프레드 매클레이 교수는 일류대학의 문제점이 입학 절차에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과 지방의 커뮤니티 칼리지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하버드나 예일 로스쿨 졸업생으로 채워진다는 상황이 잘못됐다. 부모는 자녀가 그런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버드나 예일 로스쿨에 입학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 했다. 그런 학교가 교육이 더 낫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부모는 어떻게 해서든 자녀에게 미국 명문대학 학위증을 안기려고 애쓴다. 골든은 “중국 학생들은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고 아주 치밀하게 시험준비를 하고 중개인을 거친다”고 말했다. “컨설턴트가 그들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준다. 그런 학생은 학비 전액을 개인이 부담하며, 또 대학 측은 수익성 높은 국제 분교를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대학은 그런 학생을 받아들인다.”

최근의 저명인사 대입 비리 스캔들이 터진 지 며칠 뒤 또 다른 비리가 레이더에 잡혔다. 연방 검찰은 중국 학생 19명에게 돈을 받고 학생비자 발급에 필요한 토플(TOEFL) 시험을 대리로 응시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5명을 체포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수사국은 40명 이상이 이 대리 시험을 통해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컬럼비아대학·뉴욕대학 같은 명문대에 진학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추가 수사를 예고했다.

골든은 “이번 대입 비리에서 보듯이 부유한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는 절박함은 미국 일류대학 학위의 가치를 비뚤어진 방식으로 입증한다”고 논평했다. “부모들이 자녀를 대학에 넣으려고 그런 터무니없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미국 대학 학위의 환상적인 신비로움과 매력에 대해 기이하고 비틀린 찬사다.”

– 니콜 굿카인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