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의 용도가 게임뿐이라고?

건축·공학·건설 분야에서 일상적인 공정에 통합할 때의 즉각적인 가치와 실용성 때문에 새로운 전달매체로 떠올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수년 전부터 IT 열성 팬과 벤처 자본가의 큰 기대를 모아왔다 / 사진:SUZANNE CORDEIRO-AFP/YONHAP

‘혁신과 차세대’에서 ‘실용화와 상용화’로 가는 길은 어느 산업에나 어려울 수 있다. 신흥기술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수년 전부터 IT 열성 팬과 벤처 자본가뿐 아니라 각 산업에 이런 기술 역량을 통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큰 기대를 모아왔다. 이 기술의 얼리 어답터는 흔히 예상하는 대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이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게이밍 업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일은 유명하다. 다른 IT 플랫폼과 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면서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이처럼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흥미진진한 잠재력과 매력적인 하이라이트 비디오를 선보인 업체가 많았지만, 일상적인 비즈니스에선 실용성이 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난관에 봉착한 IT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신생 벤처)도 있고 수백만 또는 수억 달러를 조달한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자산을 매각했다.

반면 증강현실이 꽃을 피운 산업도 있다. 건축·공학·건설 등은 통상적으로 신흥기술을 연상시키는 업종이 아니다. 이런 업종에서 증강현실이 일상적인 공정에 통합할 때의 즉각적인 가치와 실용성 때문에 새로운 전달 매체로 떠올랐다. 예컨대 건축은 전통적으로 2D로 작업한다. 평면도 청사진을 이용해 용의주도하게 계획된 디자인의 깊이, 여러 층, 각종 자재, 그리고 더 많은 세부정보를 표시한다. 그런 종합적인 설계도의 필요성은 세상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증강현실은 반드시 그런 포괄적인 디자인의 수요 변화라기보다 그런 목표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상징한다. 건축가와 엔지니어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청사진을 뛰어넘는 쌍방향 모델을 창조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제공되는 세부정보뿐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 면에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다.

건설·건축 업체들이 증강현실 체험을 통해 고객과 혁신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 사진:WAKINGAPP

예를 들어 청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모두 무슨 뜻인가” 의아했던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다. 이제 현실 세계에서 바로 당신의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이 프로젝트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렇게 되면 “침실이 너무 작지 않을까?” 하며 머릿속에서 상상할 필요가 없어진다. 설계도면을 검토할 때와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 둘러보면서 자연스러운 공간을 직접 느껴볼 때의 차이점이다.

그런 설계도로 실제 건축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젠 단순히 비효율을 제거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 안전이라는 더 큰 목표까지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는 제조처럼 육체노동이 필요한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축의 불확실성 때문에 근로자가 위험을 감수하거나 헷갈리는 지시를 읽을 필요가 없는 현장 직업훈련을 상상해보자. 증강현실은 근로자가 고성능 도구를 사용하고 비계를 오르고 자재를 운반하고 기타 과업을 연습할 수 있는 체험형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근로자가 작업을 틀리게 하거나 다칠 위험이 없다.

5~6년 전에는 증강현실 기술에 수준 높은 프로그래머와 개발자들의 설치와 감독이 필요했다. 지금은 다수의 증강현실 플랫폼에서 간단한 공정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이 특정 산업에서 성공한 요인이다. 단순한 적응과 즉각적인 실용성으로 최종 사용자에게 가치를 부여한다. 다른 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강현실에 엔터테인먼트와 게이밍 산업이 부여한 화려함은 필요하지 않다. 디자이너와 제품관리자가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증강현실이 다른 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채택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전자상거래 체험에 증강현실을 어떻게 통합할지가 모두의 화두다. 온라인 소매유통 업체들은 자원을 투자해 고객이 올바른 제품을 살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이는 매출 증대뿐 아니라 디지털 제품구매의 고비용 부산물인 배송과 반품을 줄인다. 이런 이유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증강현실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할 때 디자인과 건축에서 검증된 증강현실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실용적으로 만들고 손쉽게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 메이턴 리비스

※ [필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증강현실 체험을 신속히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증강현실 도구 세트 웨이킹앱의 CE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