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혁신의 숨통 조인다”고?

기술의 문제는 규제·윤리·시장이 균형을 이루는 정부 대책이 최선의 해결책
자동차 상해보험을 의무화하고, 음주운전과 기타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불법화하는 규제가 수립됐다. / 사진:LAURA SEITZ-THE DESERET NEWS-AP-YONHAP

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 업계 안팎의 많은 사람이 윤리의 위기를 말한다. 최고윤리책임자를 고용하고, 직업윤리 규범을 개혁하고 학생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진다. 그러나 라이스대학의 컴퓨팅 학자이자 컴퓨팅·윤리학·사회학 강좌를 진행하는 교육자로서 기술의 문제는 윤리의 결핍이며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윤리 교육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에 동의할 수 없다.

그보다 규제·윤리·시장이 균형을 이루는 정부 조치가 해결책이라고 본다. 이는 새로 나온 혁신적인 이론이 아니다. 자동차와 도로주행에 대한 사회의 대처방식이 그렇다. 예컨대 최초의 대량생산·대량소비 자동차인 포드 모델 T를 살펴보자. 1908년 첫선을 보이며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이동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사망자도 늘어났다. 매년 자동차 사고로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그러나 공장 조립라인에서 첫 모델 T가 출고된 뒤로 주행 마일 당 사망률은 감소해 왔다.

안전기록의 향상은 운전을 배우는 사람들이 책임감 있고 안전한 주행의 윤리를 공부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그들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로 주행 규칙에 관해 교육과 테스트를 받았다. 그 밖에 도로 건설 방식을 개선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에 새로운 안전 기능을 도입하도록 하고, 상해보험을 의무화하고, 음주운전과 기타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불법화하는 규제가 수립됐다. 시장경쟁뿐 아니라 과학기술자 대상의 윤리교육에 덧붙여 그와 비슷한 규제를 수립해 현대적 기술을 사회 전체에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1980년대 인터넷 개척자들은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철학을 채택했다. 따라서 웹사이트 주인들이 돈을 받지 않고 독자의 콘텐트 접근을 허용했다. 대신 인터넷 업체들이 광고를 이용해 그들의 노력을 후원했다. 그에 따라 그들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표적 맞힘 광고를 제공해 수익을 올렸다. 사회학자 쇼샤나 주보프는 이를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로 불렀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이 대단히 높아 양심의 가책을 받은 인터넷 업체들이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혹독한 비판과 페이스북의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 스캔들(영국 정치 컨설팅 업체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 도용 스캔들)에 직면해서도 그 막대한 이익은 포기하기 어렵다.

감시 자본주의의 진짜 문제는 비윤리적이라는 점이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완전히 합법적이라는 사실이다. 영리기업에 합법적인 수익사업을 외면해주기 기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인터넷 업체들의 윤리성을 따지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감시 비즈니스 모델이 비도덕적으로 여긴다면 단순히 분노하기보다 그것을 감독·예방하는 법과 규제를 수립해야 한다.

물론 공공정책은 윤리와 분리될 수 없다. 미국에서 인체 장기 판매가 금지된 것은 일정 부분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가 비윤리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금지된 것은 지속적인 윤리 논쟁이 아니라 법을 통해서였다. 얼 워런 전 미국 대법원 수석 판사의 말마따나 “문명사회에서 법은 윤리의 바다에 떠 있는 배다.”

IT 업계는 수십 년 동안 “규제가 혁신의 숨통을 조인다”며 그것을 법제화하거나 규제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저지해 왔다. 물론 거기에는 혁신은 모두 좋은 것이라는 가정이 따른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인터넷 대기업의 혁신 중 일부는 미국과 세계 각지의 민주 사회에 해를 끼쳤다.

실제로 규제의 한 가지 목적은 특정 부류의 혁신, 구체적으로 대중의 관점에서 그릇되거나 불쾌하거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혁신을 억제하는 것이다. 규제는 또한 사회가 유익하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혁신을 장려할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규제가 안전과 연비의 혁신을 촉진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부 의원은 정보전쟁, 소비자 보호, 디지털 기술의 경쟁, 그리고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처하는 야심적인 계획을 다수 제안했다. 그러나 더 단순하고 널리 지지받는 규칙이 개별 소비자와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용어와 사용허가 계약에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쉬운 언어를 사용하도록 당국에서 의무화할 수 있다. 필시 기업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재무정보 공시를 할 때의 전통적인 ‘평범한 언어 원칙’이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데이터 유출을 당국과 일반대중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도록 법이나 규칙으로 의무화할 수도 있다. 이는 기업들이 네트워크 침입과 데이터 도용을 예방하고 감지하는 노력을 강화함에 따라 혁신을 촉발할 수 있다. 자동화된 판결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도 또 다른 비교적 손쉬운 기회다. 예를 들면 공정하고 편향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독립적인 감사를 통과해야만 도입을 허용하는 식이다.

그런 직접적인 규제는 이 IT 대기업들의 규모를 규제해야 할지 그럴 경우 어떻게 할지에 관한 사고와 논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입법에 착수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 사람이 당장 동의할 만한 일이 많다. 요컨대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해 왔는데 공공정책은 한참 뒤처졌다는 점이다. 이젠 공공정책이 기술과의 격차를 좁힐 때다. 기술이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면 사회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 모셰 Y. 바르디

※ [필자는 라이스대학 컴퓨터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