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혐오자를 위한 변명

정치인은 기술과 이념이 그 변화로 타격받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조사에선 일자리 감소의 88%가 자동화 나머지 12%는 공장의 해외이전에서 비롯됐다. / 사진:DING TING- XINHUA/YONHAP

30년에 걸친 고연봉 제조업 일자리가 수당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서비스 업종 일자리로 대체되고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의 많은 미국인이 산업 인프라 중 많은 부분이 퇴화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는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깊이 분열된 요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명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을 경제적 희생양으로 전락시킨 성가신 외국인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탐욕스러운 기업가들의 포로가 된 미국의 일자리를 살려내는 것인 듯하다. 그런 이유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글로벌 무역협정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런 식의 경제 읽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많은 미국인을 격분시킨 대규모 경제 격변과 역사적인 자산 집중의 주요 원인이 무역협정에 있다는 주장은 기술변화의 큰 영향을 외면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냐 아니면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점이다.

인디애나주의 볼 주립대학 기업연구소장인 마이클 힉스 경제학 교수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일자리가 어떻게 감소했는지를 설명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약 75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미국에서 사라졌다. 그중 3분의 2가 지난 15년 사이 사라졌지만, 그 일자리가 중국·멕시코 또는 베트남 근로자에게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 우리 조사에선 일자리 감소의 88%가 자동화, 나머지 12%는 공장의 해외이전에서 비롯됐다. 이에 관해 많은 연구가 있지만, 학계에서는 그 비율이 80~90% 사이 어디냐에 관한 논란이 있을 뿐이다.”

유령도시로 변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여긴다. 힉스 교수는 이해할 만하지만 잘못된 그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미국의 “제조업 생산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며 “현재 진행되는 인력감축 자동화를 통한 인력감축은 대부분 무한히 계속되는 트렌드”라고 예측했다.

다시 말해 한 도시에서 공장이 사라졌다면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이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은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미국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안겨준 무역협정으로 인해 미국인의 일자리가 다른 나라 근로자에게 넘어갔을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우리의 일을 지금은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대신하는데 IT가 한여름 아침 이슬보다 더 완전히 증발시킨 일자리를 되살릴 계획은 공화당에도 민주당에도 없다.

정치인들이 보수 좋은 제조업 일자리 실종의 진짜 이유를 알아보지 않는 것은 그럴 경우 IT가 미국 근로자에게 가져다주는 축복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문제를 건드리면 실리콘밸리의 정치 후원금이 줄어들지 모른다. 현재 그 규모는 미국인이 곧잘 입방아에 올리는 월스트리트 금융가들 기부금의 2배에 달한다. 그리고 그런 대화가 시작될 경우 훨씬 더 어려운 논의가 뒤따른다. IT 중심의 변화가 우리 경제를 더 많이 해체하고 막대한 부를 거머쥔(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시세가 그 증거) IT 엘리트들에게로 부의 이전을 가속하는 것을 미국 국민이 의구심도 없이 포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테슬라·우버 그리고 미국 교통부 모두 해마다 사고로 희생되는 무려 3만 명의 생명을 자율주행차가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미래의 물결로 칭송한다. 소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운전에 의존하는 미국인 대략 350만 명의 생계문제는 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 그런 일자리가 사라질 경우 실업률은 2% 이상 상승한다. 영화 ‘빅쇼트’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캐릭터가 침울하게 지적했듯이 “실업률이 1% 상승할 때마다 4만 명이 죽는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일부 생명을 구하는 건 분명하지만, 거리로 쫓겨난 미국인 수백만 명 중 일부의 생명 또한 잃게 된다. 경제의 다양성을 촉진하던 자금이 이젠 아주 좁고 깊은 통로로 흘러든다. 미국에서 갈수록 많은 부를 빨아들이는 IT 억만장자들의 호주머니다.

자율주행차는 신흥 인공지능 분야의 한 응용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 운전자로부터의 전환에 여러 해가 걸릴지 모르지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실업 물결이 퍼지며 너나없이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3D 프린팅으로 인해 제조업에서, 알고리즘 진단으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로 회계 분야에서 추가적인 고용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요즘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언젠가 기술혁신의 전문가들 마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은 IT 혐오자들뿐이 아니다. ‘제2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의 공저자인 매사추세츠공대 브린욜프슨 교수는 여러 해 동안 이 문제에 관해 저술해 왔다. TED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에선 지난 10년 사이 어느 때보다 많은 부가 창출됐지만, 과반수 미국인의 소득은 감소했다. 생산과 고용, 부와 노동의 대규모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우리 경제를 급속도로 바꿔놓고 있는 급격한(그리고 전례 없는) 변화를 우리가 실제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저서에서 제시한 증거와 달리 그는 여전히 어떻게든 모두 잘 해결되리라 확신한다. 어쩌면 일자리가 (현재로썬) 위태롭지 않은 저명한 교수 입장에선 그런 도박을 해도 나쁠 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잠재적인 고용감소가 어떨지는 브린욜프슨 교수를 포함해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인류 역사상 이런 순간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갈수록 정보화하면서 그리고 정보처리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기술변화와 그 영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완전히 중단시킬 수는 없더라도 정치인과 과학기술자들은 그들의 이념과 기술이 그 변화로 타격받는 많은 보통사람보다 더 중요한 건지 이제 어려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람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그들에게 (가령 거리에서 폭동을 일으킬 이유보다) 역할·목적의식·일자리를 주는 것이 로봇 중심의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그리고 무인기 배달 서비스보다 더 높은 목표가 될 수는 없을까?

이젠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을지 처음으로 진정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기술 쓰나미가 우리 경제를 덮치기 전에 이런 토론을 벌여야 한다. 그 혜택에 관해 훨씬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과거보다 기술 변화의 결점에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취약한 경제에 미치는 이런 급속한 쇼크를 지금 심사숙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우리 중 그럴 시간이 남아돌게 되는 사람(다수의 화이트칼라, 첨단기술 근로자 포함)이 대단히 많아질 것이다.

– 아트 켈러

※ [필자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잡지 더 테크노 스켑틱의 정기 기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