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 버클에 새긴 남자의 자부심

금·은을 인그레이빙한 클린트 옴스의 핸드메이드 제품은 5700만원을 호가한다

1
옴스의 레인저 세트는 고리 모양의 버클과 키퍼라고 불리는 1~2개의 은 고리, 그리고 팁으로 구성됐다.

미국의 귀금속 세공과 인그레이빙 전문업체 클린트 옴스는 벨트 버클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벨트 버클 하나에 5만 달러(약 5700만원) 이상을 쓸 용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클린트 옴스를 잘 알 것이다(옴스에서 생산하는 버클은 최저가가 1000달러를 웃돈다).

옴스의 아버지는 패션 디자이너였고 할머니는 재봉사였다. 어린 시절 옴스는 할머니의 바느질 솜씨에 매료됐다. “할머니는 늘 헝겊을 조각조각 자른 다음 꿰매 붙여 뭔가를 만들어냈는데 그 솜씨가 놀라웠다”고 그는 말했다. “난 할머니를 거들어 어린 나이에 시트 커버 같은 걸 만들었다. 아버지는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정말 좋아했다. 말하자면 집안 내력이다. 우린 뭔가 필요할 땐 직접 만들어서 썼다.”

옴스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 주 위치타 폴스는 미국에서 겨울이 가장 춥고 여름은 가장 더운 곳이다. 그곳에서는 이런 자급자족이 유용했다. “척박한 곳이어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만 했다”고 옴스는 말했다. “위치타 폴스에서는 인품 좋은 사람이 많이 난다는 말이 있다.”

옴스의 경우엔 그런 환경이 팔다리가 긴 체격과 사려 깊은 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져다 줬다. 19세기 미국 미술가 프레드릭 레밍턴이 그림이나 동상의 주인공으로 삼고 싶어 했을 만한 인상이다. 50대 나이에도 안경 쓴 얼굴이 여전히 동안이고(하지만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서인지 지혜를 상징하는 주름은 있다) 매우 주의 깊다. 그는 중요한 할 말이 있을 때만 입을 연다.

고교 시절 베어백 라이딩(bareback riding, 안장 없이 말 타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베테랑 로데오 스타들이 벨트 버클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늘 떠돌아다니는 카우보이에게 벨트 버클은 몸에 지니고 다니는 예술작품이자 보물이었다. 길 위에서도 감상할 수 있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도 있다.

옴스는 10대 시절 수공구를 사용해 가죽 벨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공구로 만든 가죽 벨트는 예술작품(허리에 두르는 돋을새김의 조각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능적인 물건이다. 세월이 흐르면 낡고 비틀어지고 주인의 허리둘레가 늘어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이 옴스도 창작을 통해 불멸의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교 졸업 후엔 은세공 기술을 배우고 몇몇 회사에서 조각공으로 일했다. 그리고 30대 초반에 회사를 설립해 최상급 버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옴스에게 벨트 버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파리의 보석세공인으로부터 작품 설명을 듣던 때가 생각났다. 그는 빛의 각도에 따른 느낌의 차이와 은과 금으로 낼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버클에 박힌 보석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 “다이아몬드 세팅에 특히 자부심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 회사에는 세계에서 제일 가는 다이아몬드 세팅 기술자가 있다.”

2
직사각형의 은 판에 화살 조각을 새겨 넣은 트로피 버클.

옴스의 버클은 그 깊이가 주는 감동이 특별하다. 크로스해칭 기법(짧은 선을 교차시켜 명암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깊게 조각된 견고한 바탕 위에 다른 작품을 더 입힌다. 동물이나 서양의 풍경을 새긴 조각 또는 수작업으로 줄 세공한 금은 장식이다.

옴스의 버클에는 트로피 버클과 레인저 세트, 2가지 유형이 있다. 트로피 버클은 담배 갑 크기의 직사각형 혹은 부채꼴로 된 은이나 금 판에 다양한 무늬를 새겨 넣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이름을 따온 레인저 세트는 고리 모양의 버클과 키퍼라고 불리는 1~2개의 은 고리, 그리고 팁(벨트 끝 부분 장식)으로 이뤄진다. 옴스는 2가지 유형 위에 자신의 세계를 한껏 펼친다.

이 두 형태의 변형이 탄생할 때마다 옴스는 텍사스 주 카운티의 이름을 붙였다. 일례로 자파타는 전형적인 직사각형의 트로피 버클이며 웹은 더 대담하고 곡선미를 살린 부채꼴 형태의 트로피 버클이다. 또 고리 형태의 버클 모서리를 둥글리고 팁을 부채꼴로 만든 전형적인 레인저 세트에는 페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클레이는 그보다 더 현대적이고 납작하며 모서리가 각진 스타일이다.

이런 다양성은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고객의 요청에서 나온다(제품 중 절반이 맞춤 제작된다). 하지만 복잡한 공정 때문에 버클 하나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공급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옴스 벨트의 주인이 되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벨트를 일단 손에 넣으면 다른 제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