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1000억 달러 통 큰 투자, 어디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자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지만, 매력적인 투자 대상 없어 자사주 매입이 유력한 옵션이다

버핏 회장. / 사진:NATI HARNIK-AP/YONHAP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한동안 심각한 현금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현금이 바닥나서가 아니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져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1120억 달러에 달했다.

버핏 회장이 선호하는 현금 투자 방식은 한 건 또는 여러 건의 대규모 인수지만 근년 들어 매력적인 인수기회가 많이 감소했다. 그는 보통주 매수도 선호하지만, 똑같이 기업가치 문제가 존재한다. 또 다른 옵션은 자사주 매입이다. 버핏 회장은 최근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버핏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1000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제 또는 얼마나 빨리 이행할 수 있을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 규모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참고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사주 매입 정책은 지난해 대폭 수정됐다. 전에는 주가가 장부가의 120%를 밑돌 때만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허용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버핏 회장과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진은 그것이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여겼다. 유일한 문제는 주가가 그 수준에 근접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그 수준 아래로 떨어진 건 2013년 초가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이사회는 지난해 중반 자사주 매입 기준을 수정하기로 했다.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주가가 내재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는 데 동의하기만 하면 장부가 대비 주가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버크셔 해서웨이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실제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가 10억 달러에 가까운 자사주를 매입한 3분기 중 주가순자산비율은 약 1.28~1.54배였다. 버핏 회장은 또한 가장 최근에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본 운용에서 자사주 매입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본 운용에서 자사주 매입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 사진:WANG YING-XINHUA/YONHAP

지금껏 적어도 지난해 말까지, 버핏 회장과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사주 매입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새 정책에선 지난해 하반기 내내 자사주 매입이 허용됐으며 버핏 회장은 분명 간을 봤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3·4분기 중 각각 9억2500만 달러와 4억1800만 달러, 총 13억 달러를 약간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상당한 액수처럼 들리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가총액 중 대략 0.2%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변화가 느껴질 만한 자사주 매입은 아직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앞으로 분명 달라질 수 있다. 거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 첫째, 버핏 회장은 주가가 내재 가치 아래로 떨어졌을 때는 자사주 매입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왔으며 요즘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어쨌든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3분기의 평균 자사주 매입가를 크게 웃돌지 않으며 앞으로 회사의 전략에서 자사주 매입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버핏 회장은 말했다.

◎ 둘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120억 달러였으며 버핏 회장이 선호하는 보유 수준보다 920억 달러나 많다. 1분기 중 어떤 대규모 인수 발표도 없었기 때문에 그 규모가 훨씬 크게 불어났으리라 가정해도 무방할 듯하다.

◎ 셋째, 버핏 회장이 합당한 가격에 어떤 인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분명 버크셔 해서웨이가 어떤 인수 협상을 하고 있을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버핏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합당한 인수가에 대한 합의가 거래 성사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리고 주가가 역대 최고가의 턱밑까지 올랐으니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은 없을 듯하다. 하루아침에 어떤 대형 인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지만, 버핏 회장이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100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시기가 내년이나 5년, 10년 또는 20년 동안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버핏 회장이 투자 종목을 까다롭게 선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사주 매입에 자본을 투입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한마디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고가 계속 불어남에 따라 자사주 매입에 실제로 가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1000억 달러의 매입이 당장 이뤄지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 매튜 프랭클 모틀리풀 기자

※ [이 기사는 온라인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