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미래는 ‘신흥시장’

러시아·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 같은 통화 위기 겪은 나라에서 명목화폐 대안으로 떠올라

러시아는 2015년 이후 세계 3위의 암호화폐 생산국이다. 사진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블록체인· 암호화폐 서밋. / 사진:SERGEI FADEICHEV-TASS-YONHAP

지난해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하면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탈중앙화 디지털 자산의 등장 후 10년이 지난 지금 대중화가 과연 실현 가능한지 새삼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신흥시장 특히 금융위기에 처한 나라들은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명목화폐(법으로 가치가 정해져 통용되는 화폐)의 대안으로서 잠재력을 구현하는 길을 제시한다.

베네수엘라로부터 터키, 키프로스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나는 경제붕괴 속에서 암호화폐가 어떻게 구명 로프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비트코인의 반등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방문해 직접 경험했다.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통화 시스템의 심각한 약점을 노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책으로 탄생했다. 그 위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신흥시장에서 암호화폐 도입의 급증은 비트코인의 궁극적인 교훈(그리고 그것이 낳은 대안 암호화폐들)이 여전히 타당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통화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점이다.

약 2만 달러 선에서 고점을 찍고 지난해 12월 시세가 약 1년 만에 3000달러까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글로벌 크립토애셋 벤치마킹 조사’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암호화폐 사용자는 2배로 늘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성장이 대부분 선진국 이외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듯하다는 점이다. P2P(개인 간) 거래소 로컬비트코인스의 최근 거래량 분석에서 인구 규모로 가중치를 부여할 때 러시아·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 등 심각한 통화위기를 겪었던 개발도상국에서 암호화폐가 가장 널리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결제가 ‘개발도상국 시장(특히 여러 아프리카 국가)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이 여러 자료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프랑스 금융 그룹 BNP 파리바와 IT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가 작성한 ‘세계결제 리포트 2018’의 결론이다. 그리고 그런 통계 외에도 암호화폐가 신흥시장에서 얼마나 탄력을 받고 있는지 현지 사례들이 잘 조명한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고속도로변의 대형 광고판은 ‘대시, 통화 이상의 가치’라고 덜 알려진 그 암호화폐를 선전한다.

베네수엘라의 통화위기는 현실 세계에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했다. 자본이 통제되고,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국민이 많고, 최대 100만%에 달하는 초인플레에 시달리면서 베네수엘라인이 암호화폐로 눈길을 돌렸다. 그에 따라 시가총액 15위 암호화폐인 대시에게 그 와해하는 경제에 침투할 기회가 생겼다. 심야 주점부터 패스트푸드 치킨 음식점까지 베네수엘라인은 요즘 거의 무용지물인 현지 볼리바르 통화 대신 암호화폐를 이용한다.

암호화폐 소유 비율이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이웃 유럽연합(EU) 지역과 달리 5명 중 약 1명에 달하는 터키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여름의 리라화 위기 그리고 IT에 정통한 청년층은 명목화폐에의 대안 모색에서 이상적인 시험대가 됐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평가절하할 때 또는 심지어 은행 예금의 인출을 막을 때 불안정한 경제에서 암호화폐가 발판을 넓히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따라서 2012~2013년의 극심한 금융위기 이후 키프로스인이 명목화폐의 대안을 찾아 나서면서 키프로스가 암호화폐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 중 하나로 떠오른 것도 놀랍지 않다. 키프로스의 니코샤대학은 디지털 통화 학위 과정을 마련하고 비트코인으로 결제받는 세계 최초의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간단히 말해 위기를 겪은 개도국에선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명목화폐보다 안정적이다. 시민이 암호화폐에 관해 더 많이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입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은 여전하다. 바로 사용자 체험이다. 전문화된 디지털 월렛과 헷갈리는 개인 키(private keys)에 익숙하지 않고 전통 금융 시스템 이외의 자금 관리법은 교육받지 않은 고객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 업계는 다른 선구적인 디지털 결제 프로그램의 성공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중국에선 요즘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가 보편화했다. 그러나 그런 발전은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수많은 인원을 파견해 거리마다 상점마다 일일이 찾아 다니며 자신들의 제품에 관해 교육하고 마케팅하면서 잠재 고객이 신기술 사용법을 배우는 건 성가신 일이라는 인식을 극복하도록 했다. 그들은 또한 앞서 페이팔이 기존 금융업계의 판갈이 혁신에 성공을 안겨줬던 전략을 구사해 이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했다. 암호화폐도 사용자가 긍정적인 체험을 하도록 하는 데 같은 수준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부 선구적인 기업은 신흥시장에서 암호화폐의 기회를 활용하려 한다. 보급 확대의 최대 혜택 중 하나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시장 통찰력, 노하우, 그리고 이용자의 거래를 용이하게 만드는 도구 개발 인센티브를 얻는 것이다. 코인텍스트는 지난 1월 해외 송금 대국인 필리핀에서 비교적 단순한 오프라인 문자 메시지 기반 암호화폐 거래를 개시했다. 우크라이나·터키·아르헨티나·팔레스타인 등 경제난을 겪은 지역에선 앞서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베네수엘라에선 대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시는 지난해 11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제휴 서비스 대시 텍스트(Dash Text)를 선보였다. 대시로 결제받는 전 세계 3000여 판매상 중 절반 이상이 베네수엘라에 몰려 있으며 매주 200명씩 이 네트워크에 새로 합류한다.

베네수엘라는 세계화가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어떻게 다른 산업과 비슷하게 작용하고 더 많은 침투 잠재력을 예고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베네수엘라인이 수십만 명씩 국경을 넘어 국외로 탈출하면서 이웃 나라 콜롬비아에서도 암호화폐 도입이 급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사용 중인 디지털 월렛이 25% 증가했다.

신흥시장에의 도입이 앞으로 비트코인 회복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과 달리 실제 도입과 수요가 가격상승을 견인할 것이며 그것이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큰 액운을 겪었다. 그러나 곤경에 처한 신흥시장들은 명목화폐에 대한 보완재로서 그 잠재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용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 2019년을 비트코인 부활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 챈스 더

※ [필자는 신경제를 강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 자본이며 코에피션트 벤처스의 창업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