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주 위험한 관광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에 제한적 출입이 허가된 이후 상업적 투어 성행… 윤리적·사회문화적 의미 훼손 우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4번 원자로가 방사능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강철 덮개로 씌워져 있다 / 사진:REUTERS/YONHAP

1986년 옛소련 소속이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 사상 세계 최대의 참사가 발생했다. 발전소에서 원자로의 가동 중단에 대비한 실험을 진행하다가 증기 폭발이 일어나 원자로의 콘크리트 천장이 파괴하면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20만 명 이상이 방사능에 피폭됐고 2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이웃 나라까지 날아가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초래했다. 낙진의 80%가 떨어진 벨라루스는 전 국토의 4분의 1이 출입금지 구역이 됐다.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소련이 투입한 비용도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고는 소련이 붕괴하는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때 이래 체르노빌은 ‘유령 도시’가 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체르노빌을 찾은 방문객이 6만 명이 넘었다. 유령 도시가 관광지로 떴다는 뜻이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방사능 수치를 알려주는 가이거 계수기를 들고 체르노빌의 ‘출입금지 구역’ 주변을 배회한다. 그들은 기념품 가게에서 티셔츠와 냉장고 문에 붙이는 자석식 장식품을 사느라 여념 없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그곳에서 숙박하는 관광객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상업적 투어가 성행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자 현지 주민과 역사 전문가들은 인류 역사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 비극적인 장소를 우리가 의미 있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부근의 옛소련 레이다 시스템 ‘두가’에 한 관광객이 셀카를 찍으려고 오르다가 사망했다. / 사진:REUTERS/YONHAP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는 관광객은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그곳에서 나올 때는 검문소를 거쳐 방사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곳의 투어를 주선하는 여행사와 가이드들은 관광객에게 항공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할 때보다 방사능 노출이 더 적다고 안심시킨다. 이곳을 찾은 여러 관광객이 뉴스위크에 항공 여행이 체르노빌 방문보다 방사능 노출이 더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축 프로젝트에서 일하던 중 체르노빌을 방문한 러시아계 호주인 알렉스 슐리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가이드는 가이거 계수기를 들고 다니며 방문하는 곳마다 방사능 수치를 보여줬다. 우리는 사고가 발생했던 4번 원자로 부근을 포함해 일부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곳도 방문했다. 그래도 안전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가이드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괜찮은 것을 보고 나도 안심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일하면서 체르노빌을 방문한 미국인 카일 로건은 가이드가 방사능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잘 아는 듯해서 출입금지 구역에 가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체르노빌로 가는 차 안에서 가이드가 방사능의 서로 다른 수치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체르노빌을 방문하는 동안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로건은 “그곳에서 나올 때 우리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을 기념물로 갖고 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옛 소련식 측정기에 손을 갖다 대야 했다”고 말했다. “내가 참가한 투어는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특히 맨손으로 만지는 것은 금물이었다. 땅에 아직 잔설이 남아 있을 때 그곳을 방문해서 더 좋았다. 그럴 때는 방사능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출입금지 구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반바지와 발가락 부분이 트인 신발 착용이 금지된다. 옷을 많이 입을수록 더 안전하다.

이웃 나라 핀란드에 사는 유호 미코넨은 지난 4월 일주일 휴가를 받아 우크라이나를 여행했다. 미코넨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여행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체르노빌을 둘러볼 수 있다는 안내문을 봤다. 그는 뉴스위크에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둘러볼 곳’을 살펴보다가 체르노빌 투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았다. 나는 가장 인기 있는 하루 코스를 선택했다.”

체르노빌 부근에 건설된 계획도시 프리피야트의 놀이공원 관람차. / 사진:EPA/YONHAP

미코넨은 “예약이 접수되자 곧바로 복장, 음식 등에 관한 기본적인 조언이 담긴 이메일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켜야 할 사항은 투어 도중에 전달받았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약 30분 동안 일반적인 방사능 안전 교육을 받았다. 투어하는 동안 땅에 앉지 말고, 물건을 땅에 놓지도 말며, 땅에 있는 물건을 주워들지 말고, 불법 밀반출을 삼가며 드론을 사용하지 말라는 등의 금기사항이었다. 일부 정보는 투어를 떠나기 전에 여행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런 위험 때문에 출입금지 구역 방문을 포기한 관광객은 없다. 심지어 영국 남성들은 총각파티를 하려고 체르노빌을 찾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그 구역에서 첫 레이브 파티(현란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추며 밤새 벌이는 파티)가 열렸다. 비디오게임 ‘스토커(Stalker)’에도 체르노빌이 배경으로 나온다. 총을 쏴 좀비를 제거하는 이 게임의 팬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이 좀비를 죽인 곳에 직접 가보기 위해 체르노빌 투어에 참가하기도 한다.

체르노빌 인근에 있는 코파치 마을은 특히 방사능 오염이 심했다. / 사진:AP/YONHAP

핵전쟁 전문가인 줄리 맥도월은 2017년 체르노빌을 찾았다. 그녀는 많은 관광객이 그곳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봤고, 또 관광객 한 명이 셀카를 찍으려고 소련 시절 세운 높은 레이다 시스템 ‘두가’에 기어 올라가려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고 매우 불쾌했다며 개탄했다. “현재 체르노빌에서 성행하는 무신경하고 부주의한 관광이 너무 혐오스럽다. 체르노빌은 아주 끔찍한 재난이 발생한 곳이다. 슈퍼히어로 복장을 하고 셀카를 찍는 그런 장소가 아니다.”

맥도월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렇게 말하면 오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체르노빌에 ‘쓰레기 관광’이 늘어나고 있다. 아주 볼썽사납다. 말 그대로 ‘쓰레기’ 투성이다. 관광객이 함부로 버리고 간 쓰레기를 가이드들이 수거한다. 검은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만, 그 쓰레기는 출입금지 구역에서 다른 곳으로 운송할 수 없어 일반적인 방식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 우리 가이드는 여름철 단체 관광객을 데려올 때면 관람차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달리세요!’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른 그룹보다 앞서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뛰어가 서로 옥신각신한다.”

그러나 체르노빌에 관한 책을 펴낸 네덜란드 언론인 프랑카 허멜스는 일부 관광객은 지나간 시절의 진심 어린 향수에서 이곳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나도 여러 부류의 관광객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주를 이루는 부류가 옛소련 출신들이다. 그들은 과거를 향한 깊은 향수를 갖고 있다. 1991년 그들의 조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가이드의 안내로 프리피야트 놀이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 사진:AP/YONHAP

과거 소련은 ‘안전한 원자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프리피야트’라는 계획도시를 건설했다. 프리피야트는 약 1만4000가구, 5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중소도시로 성장했지만, 원전 사고로 유령 도시가 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오늘날 프리피야트는 텅 빈 아파트와 빌딩들 사이로 수목과 잡초가 무성할 뿐이다. 허멜스는 “1986년 프리피야트에선 시간이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옛소련 출신들은 그곳을 다시 찾아가 ‘이 커튼 좀 봐. 우리도 옛날에 이런 커튼이 있었지. 이런 서랍과 책도 마찬가지야’라고 말한다. 그들에겐 과거로 기억을 더듬어 가는 여행이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인 ‘탈공산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 독립주의 세력이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한 뒤 2015년부터 시작된 과정이다. 그러나 프리피야트를 포함해 체르노빌 주변 지역은 그런 과정을 피해갔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소련 지도자였던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이 파괴됐고, 공산주의 상징이 금지됐지만, 체르노빌은 시간 속에 얼어붙은 채로 남아 있다. 거리와 건축 구조물도 세월과 비바람에 따른 마모 외에는 소련 붕괴 이전 상태 그대로다.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에 ‘체르노빌 투어’를 홍보하는 여행사 부스가 마련됐다. / 사진:EPA/YONHAP

영국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줄리엣 자크는 영화 촬영을 위해 키예프에 머무는 동안 체르노빌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체르노빌에 한번 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원전 사고로 출입이 금지됐던 구역에 가볼 다른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난 흥미로울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달랐다. 그곳이 내게 주는 정서적인 충격을 난 과소평가했다. 가보기 전에는 윤리적이거나 감정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면 이런 생각이 든다. 주민이 전부 다 버리고 떠난 집을 찾아가 구경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리는 프리피야트의 병원도 둘러봤다. 그곳은 원전 사고 직후 북새통이었을 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먼지만 쌓여 있다.”

자크 감독은 프리피야트를 그대로 보존하면 관광지로서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곳을 타임캡슐처럼 보존하는 데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이유도 있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단지 입구에 가면 원자 모양으로 장식된 소련의 상징물과 레닌 동상 등 옛소련 시대의 유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광경을 보면 아주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런 모습은 관광적인 기능과 이념적인 기능 둘 다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그곳이 ‘소련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 구역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따라서 그런 관광은 경제적인 기능 외에 정치적인 기능도 한다. 특히 프리피야트에서 그런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았다. 그곳의 건물은 모든 창이 안에서 바깥쪽으로 깨져 있다. 모든 것이 그런 고통스러운 상태를 보여준다.”

– 크리스티나 마자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