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엔 너무 아까운 토토로 슈크림

스타 셰프 팀 앤더슨이 추천하는 도쿄 최고 맛집 8… 토푸요부터 조개밥, 라멘, 프랑스 요리까지

오키나와 파라다이스/사진:PINTERESTE.COM

18세기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은 ‘런던에 싫증 난 사람은 인생에 싫증 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난 그가 일본 도쿄를 요즘 봤다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런던은 한낱 지방의 매력적인 마을로 보일 만큼 거대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이 도시를 말이다.

사실 도쿄에 싫증 난 사람은 웬만해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니면 이 도시에 압도당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도쿄는 탐험할 거리가 넘쳐나는 흥미진진한 도시여서 이곳에서 몇 생을 산다고 해도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나타날 듯하다.

음식만 해도 이 지역 특유의 음식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까지, 전통식부터 초현대식까지, 싸구려부터 최고급까지 없는 게 없어서 노련한 미식 여행가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도쿄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도 실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 8곳을 소개한다.

오키나와 파라다이스(Okinawa Paradise)의 오키나와 음식

일본은 다양한 지역 음식 문화를 자랑한다. 어디를 여행하든 이전에 알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음식들을 맛보려고 신칸센 열차나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갈 필요는 없다. 도쿄에도 각 지역의 음식을 제대로 하는 레스토랑이 많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군도의 음식도 신주쿠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다. 오키나와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에 가서 치즈 같은 맛이 나는 발효 두부 토푸요(사진)나 캐비어를 연상시키는 해초 우미부도(일명 바다포도), 또는 쌀로 만든 증류주 아와모리를 맛보자.

시로히게 슈크림 공방(Shirohige’s Cream Puff Factory)의 슈크림
사진:PINTERESTE.COM

도쿄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곧 이 도시에 지상 최고 수준의 프랑스 제과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백화점 식품 코너에 가면 특히 훌륭한 제과점이 많다. 하지만 귀여운 모양의 페이스트리를 원한다면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시로히게 슈크림 공방을 추천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만화 캐릭터 토토로 모양으로 만든 슈크림이 유명하다.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부드러운 크림이 듬뿍 든 이 슈크림은 모양만 귀여운 게 아니라 정말 맛있다.

후쿠가와 가마쇼(Fukagawa Kamasho´)의 후쿠가와 조개밥
사진:GOTOKYO.ORG

후쿠가와는 근로계층이 모여 살던 도쿄 동부의 옛 동네다. ‘깊은 강’이라는 뜻의 지명에 어울리게 이곳 사람들은 후쿠가와 메시(양념한 밥에 부드럽고 통통한 조갯살을 넉넉히 얹고 채소 초절임과 해조류 등을 곁들인 음식)를 즐긴다. 과거 도쿄에서는 조개가 흔하고 값이 싸서 이 음식은 부두와 시장에서 일하던 어부와 상인이 저렴한 가격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일본판 클램 차우더(미국의 대표적인 가정 요리 중 하나로 생선과 조갯살을 넣어 끓인 수프)라고도 할 수 있는 후쿠가와 메시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컴포트 푸드다. 키요수미 시라카와 지역에 전문점 수십 개가 있다. 하지만 후쿠가와 가마쇼를 따라올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친한 이웃집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최고다.

도조 이다야(Dozeu Iidaya)의 미꾸라지 전골
사진:GOTOKYO.ORG

도쿄 동부에서 유명한 또 다른 해산물 요리가 야나가와 나베다. 다시(다랑어포·다시마·멸치 등을 삶아 우려낸 국물)에 미꾸라지와 달걀, 우엉, 파 등을 넣고 끓여 먹는 전골 요리다. 역사가 100년에 이르는 이다야는 미꾸라지 가시를 효과적으로 발라내는 방법 등 노하우가 쌓인 믿을 만한 식당이다. 수십 년 된 단골들로 늘 북적거리지만 기막힌 맛만큼 서비스도 훌륭한 곳이니 꼭 한번 찾기를 권한다.

츠키시마 몬자 거리(Tsukishima Monja Street)의 몬자야키
사진:GOTOKYO.ORG

몬자야키를 처음 먹어본 사람은 그 이상한 식감을 잊을 수 없다. 도쿄의 명물이라는 이 요리는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난 간단히 ‘철판에 구운 찐득찐득한 음식’이라고 묘사하곤 한다. 여러모로 오코노미야키(고기·채소·해물 등을 밀가루 반죽에 버무려 철판에 구운 뒤 소스를 끼얹어 먹는 요리)와 비슷하지만 익힌 뒤에도 반죽이 굳어지지 않고 녹은 치즈처럼 질척거린다. 주걱처럼 생긴 작은 도구로 원하는 만큼 긁어내서 먹으면 된다. 느낌은 이상하지만, 맛은 아주 좋다. 츠키시마의 ‘몬자 거리’에 가면 몬자야키 전문점이 70여 개나 있다.

기소(Kisso´)의 라멘
사진:REDDIT.COM

도쿄에는 몇 가지 다른 스타일의 라멘이 있다. 라멘 전문점 기소에 가면 그 모든 스타일을 완벽하게 합쳐놓은 듯한 라멘을 맛볼 수 있다. 직접 반죽해 만든 국수와 돼지고기, 해산물을 우려 만든 진한 국물이 일품이며 토핑은 전통 방식을 따라 죽순과 파, 김, 돼지목살, 졸인 달걀을 얹는다. 한 젓가락만 먹어도 도쿄 라멘의 역사를 맛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쿄에는 맛있는 라멘집이 많지만, 꼭 한 군데만 들릴 생각이라면 기소를 추천한다. 하지만 문 앞에서 줄을 설 각오는 해야 한다.

우동 신(Udon Shin)의 우동
사진:PINTEREST.COM

우동 신은 내가 진정한 우동의 맛을 깨달은 곳이다. 무엇보다 굵고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국수가 일품인 데다 토핑과 양념도 아주 훌륭하다. 튀김과 간 무 등 전통적인 조합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하지만 달걀과 후추, 파머산 치즈와 튀긴 베이컨을 올린 뜨거운 우동을 강추한다.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연상시키는 이 우동은 살면서 한 번은 꼭 맛봐야 한다.

레 세종(Les Saisons)의 고급 프랑스 요리
사진:OPENTABLE.COM

이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프랑스 레스토랑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임페리얼 호텔에 있다. 이런 고급 레스토랑은 스타일이 내용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레 세종의 음식 맛은 완벽함에 가깝다. 이 레스토랑의 수많은 최상급 요리 중에도 불에 그슬린 푸아그라에 딸기를 곁들인 메뉴는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맛있었다.

– 팀 앤더슨

※ [필자는 2011년 영국의 TV 요리 경연 프로 ‘마스터셰프’에서 우승한 요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