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여성 왕국 찾아라

가나부터 코스타리카까지 세계 곳곳의 오지에 모계사회 남아 있어

중국 모수오 부족에서는 여성이 가장으로서 집안의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재산도 소유한다. / 사진:WIKIPEDIA

원더우먼을 배출한 ‘아마조네스’부터 용맹한 여전사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와칸다’까지 세계는 여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아마조네스 부족의 고향인 데미스키라처럼 남자가 아예 없는 슈퍼우먼 사회를 현실 세계에서 찾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지구 도처의 오지에는 여성이 부족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사회가 있다. 이런 오래된 문화에선 그들 부족의 일상생활이 여성 중심으로 돌아간다. 딸이 유산을 상속받고, 사회의 구조도 여성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이런 독특한 부족도 갈수록 고유문화를 지키기 어렵다. 그곳의 신세대도 안정된 소득과 외부인과 결혼할 기회가 많은 대도시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 부족사회의 경우 관광산업이 양날의 칼이다. 오랫동안 고립된 사회에 경제성장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전통적인 문화·관습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최후의 여성 지배 사회를 찾아본다.

모수오(중국)
사진:WIKIMEDIA COMMONS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모계사회 중 하나는 히말라야 동쪽 산기슭에 자리 잡은 중국 윈난성 루구 호수 근처의 울창한 계곡에 거주하는 모수오 부족이다. 불교 문화의 색채가 아주 강한 사회다. 많은 외부 관광객이 모수오 부족의 여성 중심 생활방식에 흥미를 갖고 이곳을 찾는다. 모수오 부족 사회의 정치적 측면은 남성이 담당하지만, 나머지 거의 모든 일은 여성이 떠맡는다. 여성이 재산을 소유하며 가장으로서 집안의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특히 집안일의 최종 결정권은 할머니에게 있다.

이곳 문화의 가장 독특한 측면 중 하나는 ‘주혼(走婚)’이라는 결혼 풍습이다. 여성이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르고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며 남자를 만날 권한을 갖는다. 여자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은밀히 자기 집으로 초대하고 남자는 밤이 깊어가면 그 여자의 집으로 갔다가 다음 날 동트기 전에 그곳을 나와 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가야 한다. 여성은 오명을 쓸 두려움 없이 파트너로 한 명이나 여러 명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는 어머니가 키우며 어머니의 이름을 이어받는다. 아버지는 양육 의무는 없지만 원한다면 함께 돌볼 수 있다.

미낭카바우(인도네시아 서수마트라)
사진:WIKIMEDIA COMMONS

미낭카바우 부족은 세계 최대의 모계사회로 인구가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사회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전통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위는 남성과 똑같이 누린다. 남성은 정치적·종교적 측면을 담당하고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한다. 남녀가 관장하는 분야가 완전히 구별됐지만, 결정권은 동등하다. 토지와 집은 여성이 소유하고 딸에게 물려준다. 대신 남성은 돈을 아들에게 물려준다.

미낭카바우 부족사회에서는 공식적인 정치 문제에서도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족장은 남성의 몫이지만 그가 의무를 제대로 못 한다고 판단되면 여성이 그의 족장 직위를 박탈할 수 있다. 특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는 남성이 주도하지만, 결정은 남성과 여성이 합의해 내린다.

미낭카바우 부족의 문화는 전통 관습인 ‘아다트’가 이슬람과 혼합되면서 더 독특한 형태를 띤다. 전통적인 모계 관습에다 남성을 중시하는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여 조화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을 여성이 소유하는 것은 모계사회의 관습을 중시한 결과다.

브리브리(코스타리카)
사진:THE COSTA RICA NEWS

브리브리 부족은 신성한 의식을 거행할 때 코코아를 사용한다. 그때 사용하는 코코아는 반드시 여성이 정성 들여 준비해야 한다. 여성이 부족 문화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브리브리 부족의 문화는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에 그 뿌리를 둔다. 그 덕분에 현대 문명과 세계화의 물결에 저항하면서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브리브리 부족 약 1만 명이 코스타리카 리몬 주의 보호구역에 거주한다. 현대식 편의 시설과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관습이 혼합된 곳이다. 그들 문화의 최종 수호자는 집안의 가장인 할머니다. 집안에서 할머니가 문화와 전통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는다. 이 문화에서 가장 소중한 토지의 소유권은 어머니에게서 딸로, 또는 여성 친족끼리 대물림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전통이 완벽하게 보존된 것은 아니다. 농산물 다국적기업 치키타가 그들 지역에 들어오면서 남성 노동력 수요가 높아져 여성 중심 사회와 갈등을 빚는다. 근년 들어 위험하고 힘든 바나나 수확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아칸(가나·코트디부아르)
사진:WIKIMEDIA COMMONS

아칸 부족은 8개의 주요 집단과 그 아래 많은 하부 집단으로 구성된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머니가 몸담은 집단에 소속되고 결혼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집단의 지도자는 남성이지만 유산은 어머니를 통해 상속한다. 특히 토지와 집은 가계 재산으로 규정돼 여성을 통해 대물림한다. 남성은 살면서 독자적인 노력으로 얻은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가로(방글라데시)
사진:WIKIMEDIA COMMONS

방글라데시의 가로 부족은 모계사회지만 여성 가장제는 채택하지 않는다. 혈통을 모계로 따지지만, 여전히 남성이 사회(특히 정치적 측면)를 이끈다는 뜻이다. 대부분은 다른 모계사회와 비슷하지만, 재산을 어머니가 가장 어린 딸에게 상속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큰 딸들은 스스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지만 막내딸의 결혼은 주로 중매로 이뤄진다. 결혼 풍습은 여러 가지다. 딸의 가족이 딸이 선택한 남자아이를 강제로 집에 데려온다. 남자아이가 그 집에 머물겠다고 하면 결혼시킨다. 하지만 머물고 싶어 하지 않으면 그날 밤에 집으로 돌려보낸다. 딸이 포기하거나 남자아이가 결혼에 동의할 때까지 이런 과정을 계속한다. 여자아이 집안은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에게 프러포즈로 음식을 보낼 수도 있다. 남자아이가 그 음식을 받아들이면 프러포즈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결혼하면 신랑은 신붓집으로 가서 그녀의 가족과 함께 산다.

모계로 정의되는 가계의 구성원 사이에서는 결혼이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전통도 근년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기독교 문화가 많이 도입되고 수도 다카 같은 대도시 이주가 늘면서 가족 구조도 느슨해지는 상황이다.

나고비지(뉴기니)
사진:MODERN MATRIARCHAL STUDIES

나고비지 부족은 뉴기니 서부와 호주 북부에 위치한 사우스부겐빌 섬에 거주한다. 그들 문화의 중심은 텃밭이다. 결혼은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이 텃밭 가꾸는 일에 도움을 받기 위해 남성을 초대하고 같은 집에서 숙식하면 결혼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의 텃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먹기를 거부한다면 이혼이 된다. 여성은 이곳 사회에서 가장 중시되는 텃밭을 딸에게 물려주고 가계 구성원 전체를 먹여 살리는 책임을 진다.

여성은 나고비지 부족의 통화(화폐)도 보존한다. 조가비 형태의 화폐를 장식품으로 만들어 어머니가 딸에게 물려줄 수 있다. 결정을 내릴 때는 남성과 여성의 권한이 똑같지만, 가족 단위에서는 여성에게 우선권이 있다.

– 로라 파워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