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세기’ 다시 반복할 수 없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 움직이는 요인은 중국 제조 2025, 중국의 불공정관행에 관한 논쟁 등 정서 3가지

어떤 타협안이든 시 주석이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메시지를 중국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 사진:JACQUELYN MARTIN-AP/YONHAP

최근 며칠 사이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미-중 관계가 크게 악화했다. 신 ‘냉전’의 문턱에 올라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대관계의 재개를 중국 탓으로 돌린다. 구체적으로 그와 미국 측 협상대표들은 타결안 이행을 위한 법률개정에 대한 합의를 중국 측이 철회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중국이 그에 보복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양국은 합의에 아주 근접한 듯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생각이 바뀐 걸까? 중국의 경제발전과 개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입장에서 중국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답이 나온다고 본다.

중국의 부상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나라였다. 중국 지도자들은 40년간의 개혁을 통해 국내기업들이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사실상 외국 사례의 학습을 통해 자국의 생산적·제도적 역량을 키워왔다.

내 연구가 보여주듯 이는 칭찬받을 만하고 다른 개도국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지만 논란 또한 불러일으켰다. 특히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2015년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로 알려진 10개년 계획을 통해 기초적인 제조업종의 중국 기업들을 전기차·로봇공학·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 업종으로 유도하는 일단의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2025년까지 이런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런 야심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몇몇 경우 중국 기업들이 보조금, 정부 자금, 강제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절도에 의존해야 한다. 외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 입장에서 이런 관행은 불공정한 경쟁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중국이 강력한 역량을 갖춰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로 닥치면서 그들의 방식이 더 불공정해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협상의 일환으로 중국의 법을 개정해 강제 기술이전 관행을 없애도록 압력을 넣는 이유다. 미국은 중국이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중국은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내부 논쟁
일각에선 중국이 다수의 국내법 개정 등 WTO 가입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여겼다. 사진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축하하는 무역 관계자들. / 사진:DONALD STAMPFLI-AP/YONHAP

중국이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자신들의 개발 목표를 포기할 리는 없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중국 내에서도 논란이 된다.

경제 효율성을 향상하고 정부보다 민간기업들에 사업결정을 맡김으로써 경제개혁을 계속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국유기업들을 운영하면서 다른 모든 경제부문에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혁파들은 일반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 중 일부의 실현을 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컨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공개경쟁, 글로벌 통합과 환율의 자유변동을 촉진하는 현대적 금융시스템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에는 위험이 따른다. 중국경제가 둔화하는 중이니 지금은 풍파를 일으킬 때가 아니라고 일부 정책입안자들은 불안해한다. 중국은 경제난에 처할 때는 중앙계획경제 시대에 일반적이던 상의하달식 통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중국은 과거에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내 연구에 근거할 때 중국 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정책입안자들은 중국이 다수의 국내법 개정 등 WTO 가입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여겼다. 트럼프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것과 같은 개혁이다. 그런 기억들이 현재 중국 내 논쟁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국가적 굴욕

셋째 요인은 처음 두 가지 요소와 긴밀하게 통합된 포괄적인 배경을 이룬다. 중국 지도자와 국민이 외국인들에게 ‘굴욕’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800년대 서방 강국들이 이른바 두 차례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중국의 조약항들(treaty-ports)에 대한 통제권을 얻어내 거래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놓았다. 이어진 ‘굴욕의 세기’는 모든 중국인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중국 지도자들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로 다시 돌아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중국몽’은 미국과 대등한 위치의 선도적인 세계강대국으로 중국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은 국내에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중국은 국내 경제력 강화의 길을 보전하고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느낀다.

불안정한 현재 미-중 협상 그리고 더 전반적으로 양국 관계의 바탕에는 이런 정서가 깔려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원치 않더라도 양국이 만족할 만한 타협안을 찾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 않은 이유를 말해준다.

최근 몇 주 사이 중국의 개혁파들이 수세에 몰린 듯하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개혁을 중국이 이룰 가능성이 한층 떨어졌다. 궁극적으로 어떤 타협안이든 시 주석이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메시지를 중국인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강경입장을 취함으로써 (협정이 타결되는 안 되든) 미국인에게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할 가능성을 결합하면 협상 타결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 페닐로페 B. 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