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역사 다시 쓰다

새 영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인류의 가상 과거와 괴물로 가득한 미래 아우르는 새로운 생태계 창조해

괴물들끼리의 싸움으로 인한 번개, 화재, 홍수 등 자연재해를 묘사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콘셉트 아트. / 사진:COURTESY OF WARNER BROS. PICTURES/©201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영화 ‘스타트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등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약한 스콧 챔블리스는 우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환경을 창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이하 ‘킹 오브 몬스터’)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인류의 가상 과거와 괴물로 가득한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탄탄한 생태계를 창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챔블리스는 이번 작업에서 “그들의 이야기와 특징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세심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킹 오브 몬스터’에서 괴물 10여 마리[예고편에서 영화 속 캐릭터 세리자와 이시로 박사(와타나베 켄)는 “17마리가 넘는다”고 말했다]를 만들어낸 챔블리스와 마이클 도허티 감독은 지배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며 미친 듯 날뛰는 이 괴물들에게 적합한 규모의 세계를 창조해야 했다.

챔블리스는 “고질라를 포함한 괴물들과 그 주변의 자연은 생체역학적 관계로 이어져 있다”면서 “(그 괴물들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라고 말했다. 유기농 제품이나 와인 상표에 쓰일 법한 말이다. 예컨대 고질라가 방사능을 뿜어낼 때 그의 몸이 밝게 빛나는 것은 생체발광 시스템 때문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불의 악마로 불리는 로단은 화산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그 몸 자체가 생체화산에 가깝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영화 속엔 이들이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기 전에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시각화한 장면들이 들어 있다”고 챔블리스는 말했다.

고질라의 도시 파괴 장면을 묘사한 콘셉트 아트. / 사진:COURTESY OF WARNER BROS. PICTURES/©201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1998년 할리우드에서 만든 첫 번째 ‘고질라’ 영화는 고질라의 식습관과 돌연변이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긴 설명을 늘어놨다. 하지만 ‘킹 오브 몬스터’ 제작팀은 그런 사실적 묘사에 설득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새 괴물들이 현대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특징을 지니도록 만들었다”고 챔블리스는 말했다. “그것들이 더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더 그럴싸하게 보인다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시각 언어에 더 가까울 뿐이다.”

‘킹 오브 몬스터’는 고질라의 적 기도라가 내뿜는 번개 같은 ‘중력광선’을 포함해 도호 스튜디오의 ‘고질라 6 -머리 셋 괴물 기드라’(1964) 같은 영화에서 선보였던 효과를 많이 재현했다. 하지만 새로운 괴물들을 창조함으로써 일본의 원작 시리즈를 훌쩍 뛰어넘어 괴물의 세계를 확장했다.

챔블리스는 “그중 많은 부분이 괴물들 자체에서 시작된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이 괴물들의 기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킹 오브 몬스터’는 균형이 깨진 자연을 묘사하는데 지구의 오래된 신들이 그것을 바로잡거나 혼돈을 맘껏 즐기기 위해 돌아온다. 괴물들이 미친 듯 날뛰는 자연 세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킹 오브 몬스터’에서 보여주는 파괴의 규모는 도시를 짓밟는 정도를 뛰어넘어 자연재해의 성격을 띤다.

“우리는 지구의 자연재해를 과장되게 시각화해서 보여준다”고 챔블리스는 설명했다. “대규모 폭풍과 지진 등 혼돈 속에서 괴물들이 탄생한다. 머리 3개 달린 괴물 킹 기도라는 자신이 괴물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연의 균형이 깨진 것을 절호의 기회로 본다.”

머리 3개 달린 괴물 킹 기도라. / 사진:COURTESY OF WARNER BROS. PICTURES/©201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2014년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리부트작 ‘고질라’에서 고질라는 레슬링 선수를 연상시키는 자그마한 몸집에 곰 같은 주둥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킹 오브 몬스터’의 고질라는 한때 자신을 숭배했던 사람들에게 균형을 되찾아주는 덩치 큰 상남자 스타일로 돌아온다.

‘킹 오브 몬스터’는 이 거대한 생물체들 간에 복잡한 관계를 설정하는 한편 인류가 그들과 맺어온 길고 복잡한 역사를 조명한다. 영화 속의 고질라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54년 ‘고지라’에서 나카지마 하루오가 입었던 고무와 유리섬유로 된 고질라 슈트부터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신 고질라’(2016)의 울퉁불퉁한 흉터 조직까지. 하지만 관객은 고질라의 과거나 그의 고향은 본 적이 없다.

“도허티 감독은 고대 역사 속에서 이 괴물들의 위치와 역할을 상상해 도시를 건축했다”고 챔블리스는 말했다. “우리는 여러 다른 문화의 도상(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표현한 미술 작품에 나타난 인물 또는 형상) 연구에 드러난 괴물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 나름의 인류학 역사를 만들어냈다.”

‘킹 오브 몬스터’는 한때 고질라와 숭배자들이 살았던 고대 도시를 방문한다. 그 도시는 나중에 신화적 재해로 사라진다. 비밀 과학기관인 모나크만이 수중 요새로부터 그곳에 잠수함 원정대를 파견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다시 쓴 ‘킹 오브 몬스터’의 세계는 후속작인 ‘고질라 vs 콩’(2020)의 배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무시해선 안 된다. 인류가 고질라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대 로봇 메카고질라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킹 오브 몬스터’에서 베라 파미가, 샐리 호킨스, 오시어 잭슨 주니어, 카일 챈들러, 찰스 댄스, 밀리보비 브라운 등이 연기하는 인간 캐릭터들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이 영화는 괴물들끼리의 싸움에 초점을 맞췄다”고 챔블리스는 말했다. “인간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역할은 존재감 없이 옆에 서 있는 게 고작이다.”

– 앤드류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