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콜레스테롤이 알츠하이머병 위험 높인다

LDL 수치가 높으면 40~50대에 주로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에 걸릴 가능성 더 크다는 연구 결과 나와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지질을 축적시켜 동맥을 좁히기 때문에 심장병 등의 질환에서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그러나 치매의 경우는 이번 연구에서 처음 상관성이 나타났지만 인과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사진:GETTY IMAGES BANK, AP/YONHAP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저밀도 지단백(LDL: low-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이 알츠하이머병의 희귀한 형태와 상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혈액 속의 LDL 콜레스테롤 과다와 초로기 치매(early-onset dementia)가 서로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40~50대에 주로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의 약 10%를 차지하는 비교적 드문 형태다. 이전의 몇몇 연구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의 초로기 치매 환자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지질을 축적시켜 동맥을 좁힌다. 따라서 심장병·뇌졸중·말초동맥질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고밀도 지단백(HDL: high-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거두어 간에서 처리되도록 작용하기 때문에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막아준다고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노년에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LDL 콜레스테롤의 높은 수치 외에도 특히 APOE 유전자의 변이 형태인 APOE E4 와 알츠하이머병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의사협회지 신경학(JAMA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초로기 치매와 관련해서도 그와 유사한 상관성이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미국 에모리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에서 수집한 혈액 표본 267개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했다. 또 그들은 2125명의 유전자 염기서열도 분석했다. 그중 654명은 초로기 치매 환자였고, 나머지는 그들과 데이터를 비교하기 위한 대조군이었다.

그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참가자는 그 수치가 별로 높지 않은 사람에 비해 초로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변이 유전자 APOE E4는 초로기 치매의 약 10%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팀이 변이 유전자 APOE E4의 잠재적인 영향을 감안해도 LDL 콜레스테롤과 초로기 치매 사이의 위험은 변함이 없었다. APOE E4와 상관 없이 LDL 콜레스테롤 과다가 초로기 치매의 독립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연구팀은 APOB 유전자 염기서열에서 희귀한 변이를 가진 참가자가 초로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APOB 유전자는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이런 점은 치매가 APOB 유전자의 변이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초로기 치매와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유전자변이는 APP, PSEN1, PSEN2 등이 있다.

이 연구를 이끈 미국 애틀랜타 재향군인 메디컬센터 신경과 전문의 토머스 윙고 박사는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 학계의 중요한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기존 데이터는 이 점에서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이번 연구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부분이 명확히 확인된다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략해야 할 표적을 LDL 콜레스테롤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LDL 콜레스테롤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의 제이너 보이트 책임연구원은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알츠하이머병의 높은 위험과 관련 있다는 증거가 확실히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윙고 박사의 연구는 인과 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지만 초로기 치매가 콜레스테롤 유전자와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영국 알츠하이머병 연구소는 콜레스테롤이 알츠하이머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과정을 약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과 콜레스테롤 사이의 연관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콜레스테롤 강하제 스태틴의 임상시험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나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이 심장병 등의 질환에서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치매의 경우는 아직 콜레스테롤과의 상관성이 확실한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보이트 연구원이 설명했다.

그녀는 뇌 건강을 지키려면 균형 잡힌 식단을 채택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며, 흡연을 삼가고, 음주할 때 공식 지침을 지키며, 자주 운동하고, 혈압·콜레스테롤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함해 건강 상의 측면에서 걱정이 된다면 즉시 의사와 상담하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

영국 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의 제임스 피켓 회장은 뉴스위크에 “현재로서는 치매를 완화하거나 막거나 치료할 수 없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에 관해 더 깊이 이해하면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윙고 박사의 연구에서 나타난 초로기 치매와 콜레스테롤 사이의 연관 가능성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규모가 비교적 작아 LDL 콜레스테롤의 높은 수치와 초로기 치매 사이의 상관 관계에 답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명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다른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두 가지 새로운 희귀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고 학술지 미국 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 그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5617명과 그 병을 앓지 않는 4594명의 DNA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극소수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NOTCH3 유전자와 TREM2 유전자의 희귀한 변이를 발견했다.

– 캐슈미라 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