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료가 만병통치일까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의료와 인공지능이 만성질병 관리에 큰 도움될 수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걸림돌

사진:PHOTO ILLUSTRATION BY C. J. BURTON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사는 안드레스 루비아노(58)는 30대 후반이던 1990년대에 처음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도 젊어서부터 만성 고혈압이었기 때문이다. 루비아노의 주치의는 혈압약을 처방하며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소금 섭취량을 줄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걸핏하면 혈압약 복용을 잊어버렸고, 생활습관을 바꾸기 어려웠다. 혈압을 재러 갈 때마다 의사는 그에게 똑같은 조언을 했고 루비아노는 그 말을 그냥 흘려버렸다.

그러다가 4년 전 루비아노의 생각과 생활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가 찾아왔다. 주치의의 권유로 그는 디지털 의료의 시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거기서 특수 손목밴드를 지급받았다. 집에서 하루 한 번씩 혈압을 측정해 그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자동 전송해주는 장치였다. 그 다음 스마트폰 앱이 그 데이터를 뉴올리언스 소재 연구병원인 옥스너 헬스 시스템(이하 ‘옥스너’)의 담당 팀에 전달했다. 또 루비아노의 애플 워치는 심박 수와 신체활동 수준을 측정해 그 데이터를 같은 팀에 전송했다. 곧 루비아노는 혈압약 복용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와, 소금 섭취량을 줄이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또 매달 주치의와 통화하면서 그의 측정치를 점검하고, 혈압약 복용량을 조절하며, 새로운 식사·운동 전략을 검토했다.

디지털 수단을 통한 그런 자극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루비아노는 이제 혈압약을 꼬박꼬박 복용하고, 일주일에 세 차례 운동하며, 소금을 적게 섭취한다. 그는 “지금은 짠맛조차 싫어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의 혈압은 150/100에서 130/78로 떨어졌다.

디지털 의료 산업은 활동 추적 기기 핏빗(오른쪽 아래)과 당뇨 환자용 인슐린 주사기(오른쪽 위 사진)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병원과 연결하는 앱과 기기의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2), YOUTUBE

루비아노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 의료 접근법의 초기 수혜자다. 지금은 그 접근법이 미국의 의료 산업에서 확고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라고 부르는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머지않아 법원에서 그 운명이 가려질 전망이다). 정치인과 환자는 치솟는 의료 비용에 노심초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술(IT)이 미국 의료 시스템의 병폐 대부분을 고치는 더 간단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와 의사, 기업가가 늘어났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검색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일으킨 것과 같은 혁명을 의료 분야에 도입하고자 한다.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사용해 환자가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자극하고, 유도하고, 장려하고, 설득함으로써 심장병·암·당뇨·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의 상태를 의사가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옥스너의 임상변화 최고책임자인 심장전문의 리처드 밀라니 박사는 “만성질환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사망할 때까지 달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환자를 철저히 ‘감시’하면서 약 복용과 생활방식이 올바른 궤도에서 벗어날 때는 곧바로 바로잡아 줘야 한다.”

프랑스 디지털 헬스기기 제조사 위딩스의 건강 추적 스마트워치. / 사진:COURTESY OF WITHINGS

그러나 그런 접근법의 위험도 분명히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면 환자의 질병 증상과 행동·위치·대화의 실시간 기록에다 심지어 외모까지 해커가 알아내는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라. 디지털 의료의 열쇠는 환자의 삶에서 거의 모든 측면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과 연구자, 제약사, 보험회사, IT 회사에 그처럼 민감한 데이터의 관리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미국 건강데이터 전문업체 에비데이션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틴 렘키 CEO는 “예를 들어 컴퓨터 시스템이 환자의 목소리에서 인지 기능의 저하 조짐을 탐지할 수 있을 경우 환자는 그 데이터가 구직이나 건강보험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장치만 개발한다면 디지털 의료는 큰 혜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위기 대응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 팔이 부러지면 의사가 바로 맞춰 깁스로 고정시킨 다음 집으로 돌려 보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심장병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위기 상황에 빠져들지 않도록 관리하려면 사전에 조짐을 판단하고 개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60%가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40%는 최소한 두 가지 만성질환을 앓는다. 심장병·당뇨·암·알츠하이머병·뇌졸중이 미국인의 모든 사망 건수 중 약 4분의 3, 전체 의료 비용의 86%를 차지한다. 옥스너의 밀라니 박사는 “만성질환이 미국인에게 주된 의료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바로 그 부분에서 디지털 의료가 가장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소유한 베릴리는 듀크·스탠퍼드 대학과 제휴를 통해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 / 사진:COUR TESY OF VERILY

디지털 의료는 ‘가치 기반’ 의료로 향하는 더 넓은 추세를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도구다. 의료 제공자가 환자에게 하는 각 처치마다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지켜주는 노력에 따라 적합한 대가를 받는 의료를 말한다. 따라서 가치 기반 의료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예방에 역점을 둬야 하는데 바로 거기에 디지털 의료가 가장 유용하다. 데이터 주도 의학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가 건강과 유전자, 환경과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생겨났다. 연구자들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이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중요한 패턴을 밝혀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혈압·심박 등의 활력징후를 포함한 개인적인 데이터를 의료 기관에 맡기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술업체의 빅데이터 유출과 불법 사용 사례가 많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의료 관련 개인정보 보호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다만 그들은 현재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는다.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최근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2~38세 환자가 의료 시스템에 불만을 표할 가능성은 더 나이 많은 환자 집단보다 최대 3배나 크다. 또 그들 중 절반은 이미 디지털 도구로 자신의 건강 중 일부 측면을 스스로 관리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루비아노도 자신의 활력징후가 디지털 데이터로 실시간 공유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1~2년 뒤에 누군가가 나에게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보다 이 데이터를 통해 하루 24시간 누군가가 나를 관리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옥스너의 혈압 프로그램에 수천 명이 등록했다. / 사진:COURTESY OF OCHSNER HEALTH SYSTEM

디지털 건강 산업은 근년 들어 급속히 성장했다. 업계 소식지 헬스 데이터 매니지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700건의 디지털 건강 산업 투자 계약이 이뤄졌다(투자액은 모두 합해 약 70억 달러에 이른다). 디지털 도구를 개발하고 시범 프로젝트를 실시하려는 의료 기관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애플·아마존·구글 같은 IT 대기업도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특히 기존의 전자 의료기록을 훨씬 능가하는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방법에 투자가 집중됐다. 예를 들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베릴리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베릴리는 듀크·스탠퍼드대학과 손잡고 대부분 건강한 사람 1만 명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국립정신과학연구소(NIMH) 소장을 지낸 토머스 인셀 박사가 공동 창업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마인드스트롱은 정신건강 등 뇌와 관련된 문제의 조기 조짐을 찾기 위해 일반인의 행동을 추적한다.

그 데이터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하루종일 익숙하게 사용하는 무선 기기에서 생성된다. 현재 핏빗이나 스마트워치 등 활동 추적장치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60억 달러이며 연간 20%씩 성장한다. 의료용 추적장치도 갈수록 인기다. 모험사업가와 투자자는 환자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앱과 기기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는 우리 건강의 큰 그림을 수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기오염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 사진:EPA/YONHAP

신체와 행동, 환경에 관한 모든 데이터가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A 소재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 센터의 과학자들은 소화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대장에서 나는 소리를 추적할 수 있는 복부 부착용 장치를 개발하는 중이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위딩스가 개발한 신형 스마트워치는 혈압과 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하다. 또 건강 관련 학술지에 지금까지 실린 논문 중 핏빗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 675편이나 된다. 아울러 미국 전역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 5000만 대도 특정인이 얼마나 빨리, 자주, 활기 차게 걷거나 뛰는지, 표정이 행복한지 슬픈지 고통스러운지 혼란스러운지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의료 전문가는 이를 ‘계량 생물학(quantified biology)’이라고 부른다. 의학자들은 수년 동안 개인 DNA의 총체인 유전체(genome)와 개인의 세포가 생산하는 모든 단백질을 망라한 단백체(proteome)를 연구했다. 이제 그들은 엑스포좀(exposome)과 비헤이비어롬(behaviorome)으로 눈을 돌린다. 엑스포좀은 개인이 살면서 노출되는 환경(소리·화학물질·사람·햇볕 등)에 관한 데이터를 포함한다. 비헤이비어롬은 개인이 먹고 자고 운동하는 동안 보이는 행동적 경향을 아우른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검토하는 과학자. / 사진:GETTY IMAGES BANK

엑스포좀과 비헤이비어롬의 데이터는 아직 드물다. 하지만 서서히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환경에서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화학물질을 연구하는 대사체학(metabolomics)을 전공하는 예일대학 생물학자 캐럴라인 존슨에 따르면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건강 문제와 관련된 대사물질 75만 가지를 발견했다. 에모리대학 연구자들은 소변 샘플에서 이런 대사물질을 1분에 1000가지씩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최소 100만 명에게서 모든 환경·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15억 달러가 투입되는 ‘우리 모두(All of Us)’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 프로그램의 한 가지 목표는 운동·다이어트·수면·심박 같은 변수가 질병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데이터가 우리의 건강 관리에 어떤 도움을 줄까? 컴퓨터 언어학자에서 모험기업가로 변신한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의 월터 드 브라우워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면 장애에 시달렸다. 수면 부족은 고혈압·심장병·당뇨·알츠하이머병만이 아니라 잘못된 유전자를 수리하는 세포의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가 착용한 애플 워치의 수면 추적 앱에 따르면 그는 매일 밤 두 번씩 깼다. 그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를 통해 첫 번째 원인을 발견했다. 아들이 심야에 야식을 하면서 주방에서 소음을 낸다는 사실이었다. 또 그의 스마트 온도조절장치의 데이터는 두 번째 원인을 지목했다. 한밤중 침실의 온도가 치솟는다는 사실이었다.

스마트폰은 건강과 관련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드 브라우워는 그 같은 데이터 집착을 계기로 Doc.ai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사용자의 엑스포좀과 비헤이비어롬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의료 앱을 만드는 회사다. 먼저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찍는다. 앱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나이와 키와 체중, 성별을 추정한다(사용자가 직접 입력해야 하는 정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다음 현재와 이전의 우편번호를 입력한다. 앱은 이 정보로 현지의 대기오염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한다. 앞으로 Doc.ai는 수질 오염이나 질병 유행, 모기 개체수 등에 관한 위치 기반 데이터도 추가할 계획이다.

그 다음 사용자가 그 앱을 신뢰한다면 자신의 혈액·유전자 검사 결과 등 모든 온라인 건강 정보에 앱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마지막 단계는 그 앱을 스마트폰 GPS와 운동 추적 시계 등 다른 스마트 기기에 연결하는 것이다. 드 브라우워에 따르면 Doc.ai는 외부의 해킹을 막기 위해 모든 개인 정보를 클라우드가 아니라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불안증 치료제 자낙스(오른쪽 사진)와 천식 흡입기를 사용하는 여성. / 사진:GETTY IMAGES BANK, XANAX

그처럼 환자가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앱을 개발하려는 다른 스타트업도 많다. 그러나 Doc.ai는 출시 6개월만에 3만5000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테스트를 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드 브라우워의 회사는 병원·보험회사·연구기관과 제휴해 사용자에게 그 데이터를 자신의 건강 관리에 사용하거나 의학 연구에 제공할 기회를 제공한다. 각 사용자는 어떤 연구나 서비스를 위해 누구에게 그 데이터를 제공할지 개별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한다. 지금까지 Doc.ai는 초기 사용자에게 하버드 의과대학원·건강보험회사 앤섬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알레르기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연구의 참가자 정원 2000명이 3주만에 채워져 현재 약 8000명이 대기 중이다. 앞으로 뇌전증 연구도 실시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건강 관리에 활용하기

건강 데이터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Doc.ia를 창업한 드 브라우워. / 사진:DATANAMI

이 분야는 아직 새롭지만 발 빠른 의료기관은 환자 관리에 이런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옥스너의 혈압 프로그램에는 환자 1000명 이상이 등록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고무적이다. 참가자의 79%가 혈압을 안전권에서 유지한다(옥스너 병원 전체를 볼 때 그런 환자의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또 옥스너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를 위한 디지털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런 환자의 약 3분의 1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그런 일은 개인적으로 큰 충격인 동시에 사회에 주는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이런 위기를 막기 위해 옥스너의 의료진은 환자의 산소 흡입기를 온라인으로 연결했다. 호흡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을 알려주는 사용 패턴이 나올 경우 환자에게 바로 통보하기 위해서다. 그런 환자는 투여하는 약을 바꾸라거나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받게 된다. 또 환자는 거주 구역의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높을 때도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 메시지로 경보를 받는다. 밀라니 박사는 “우리는 환자 수천 명의 증상을 무선으로 면밀히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병원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웨이크 포레스트의 비만 클리닉은 환자의 체중과 활동, 생활습관을 추적한다. / 사진:COURTESY OF WAKE FOREST BAPTIST HEALTH

비만 관리에도 용이하다. 예를 들어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 있는 웨이크 포레스트 뱁티스트 헬스(이하 웨이크 포레스트)는 신망 높은 임상 체중감량 프로그램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다. 환자가 집에서 매일 디지털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면 그 데이터가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된다. 그러면 의사가 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신체 활동과 섭취한 음식, 물 섭취량, 수면 시간 등의 다양한 요인도 추적한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제이미 아드 박사는 “우리는 그 모든 데이터를 사용해 환자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음식과 운동을 추천하고 환자가 원한다면 화상 왕진도 할 수 있다. 그 데이터 덕분에 우리는 환자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제약사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 약품투여 기기를 개발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스마트 인슐린 주사 펜과 펌프를 테스트하는 중이다. 당뇨 환자가 얼마나 많은 인슐린을 언제 주사하는지, 그 주사가 혈당 수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기다. 의사는 그 데이터를 내려받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치료할 수 있다. 앞으로 이 기기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환자가 기름진 음식을 먹으려 하거나 폭식하려 할 때를 인식하고 즉각 주사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일라이 릴리는 편두통 증상을 추적하기 위해서도 그와 비슷한 데이터 수집 능력을 갖춘 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사용한 ‘예측 분석 기법’

의사들이 추적하고자 하는 중요한 건강 관련 요인은 흡연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정신질환자가 자살을 기도할 확률은 1%에 약간 못 미친다. 하지만 그 1% 안에 드는 환자에게는 그런 사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살 위험이 약간이라도 더 높은 환자를 의사가 확인할 수 있다면 그들을 좀 더 면밀히 주시하고(희망사항이지만) 적시에 개입하기가 용이하도록 준비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의료기관 카이저 퍼머넌트의 정신병 전문의 돈 모르데카이 박사는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데카이 박사는 카이저 퍼머넌트와 다른 두 곳의 의료 시스템이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 내원 1400만 건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거기에는 각 환자가 궁극적으로 자살을 기도했는지에 관한 정보도 포함됐다. 모르데카이 박사는 그 데이터를 ‘기계학습’ 소프트웨어에 입력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인간이 볼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을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한 형태를 말한다. 그 결과 환자의 자살기도 위험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150가지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요인은 환자가 불안증 치료제 벤조디아 제핀을 지난 3개월 사이에 복용했는지 여부다. 다른 요인 중 하나는 환자가 지난 5년 사이에 섭식장애 조짐을 보였는지다.

이런 요인이 자살기도 위험을 얼마나 잘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르데카이 박사는 인공지능에 과거의 다른 환자 내원 700만 건에 관한 데이터를 입력했다. 하지만 환자의 자살기도 관련 정보는 주지 않고 인공지능이 직접 추정하도록 했다. 인공지능은 향후 90일 안에 자살을 기도할 확률이 5% 이상인 환자를 정확히 가려냈다. 모르데 카이 박사는 “이전의 어떤 추정보다도 훨씬 나은 결과”라며 “이는 우리가 다른 증상보다 자살 기도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이 모델을 정신질환자에게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고립, 이혼, 실직에 관한 데이터를 사용해 일반 대중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생각이다.

유방암 진료 시스템에 활용되는 IBM의 왓슨 인공지능 시스템. / 사진:IBM

인공지능을 사용한 이런 ‘예측 분석 기법’은 많은 종류의 질병에 적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의사는 질병의 진전을 막거나 늦출 수 있고, 어떤 경우엔 예방도 가능하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소재한 대형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은 올해 후반 바로 그런 시범 시스템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이 있는 환자를 식별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메이요 클리닉의 종양학자 투피아 하다드 박사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융합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떤 환자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또는 암에 걸릴 위험이 가장 큰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에식스대학의 건강경제학자 아포스톨로스 다빌라스 교수는 지역사회와 가구의 조건(소득·학력·문화 수준 등)에 관한 데이터를 예측용 인공지능 모델에 입력하는 중이다. 이런 ‘사회적 건강결정인자’는 종종 정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환자의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다. 다빌라스 교수는 환자 수천 명의 그런 데이터를 분석하며, 그 데이터가 질병 위험의 효과적인 예측인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가지 인자가 아주 효과적인 예측력을 지닌 것으로 판명났다. 파트너나 배우자의 건강이다. 다빌라스 교수는 “커플의 경우 건강 위험의 전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건강 관련 습관과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같은 공간에서 살면 서로의 습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사람이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 파트너의 건강 위험도 더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흡연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수년을 같이 살면 서로 금연하기가 어려워 더욱 골초가 될 수 있다. 특정 질병의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커플 두 사람 모두에게 똑같은 검사와 처치를 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는 데 상당히 효과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 의학의 디지털 접근법은 신약 테스트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요즘 자원하는 환자를 찾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임상시험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실패하는 임상시험도 적지 않다. NIH에 따르면 자원 환자를 한 명도 구하지 못해 취소되는 임상시험이 약 17%에 이른다. 하지만 디지털 의료를 활용하면 임상시험에 참가할 환자를 미국 전역에서 확보할 수 있다. 메이요 클리닉은 유방암 환자의 전자 의료기록에 달린 주석을 분석하기 위해 IBM의 왓슨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한다. 어떤 환자가 어떤 임상시험에 가장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한 예비 프로그램에서 환자의 등록이 80% 늘었다. 현재 메이요 클리닉은 폐암과 부인암 환자의 기록에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소화기암 환자도 곧 추가할 계획이다. 하버드-MIT 규제과학센터의 연구원이며 디지털 건강 측정 플랫폼인 엘렉트라 랩스(Elektra Labs)의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아 코라보스는 “만약 파킨슨병 환자의 월간 내원을 추적하면 연말이 돼야 겨우 12가지 데이터 포인트가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격 센서로 환자의 집에서 상태를 추적할 경우 하루에 12가지 데이터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에비데이션의 렘키 CEO는 그런 연구의 비용이 재래식 연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그녀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과거엔 비디오게임 광고의 표적을 연구했지만 그 기술을 건강 증진에 사용하기로 결심하고 에비데이션을 창업했다). “그처럼 연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또 그 대상은 현실세계에서 일상생활을 한다. 병원에서 의사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니다.” 에비데이션은 1년에 걸친 만성통증 연구에 참가할 자원 환자 1만 명을 확보했다. 그 연구는 추적용 웨어러블 기기, 환경 현황, 온라인 조사, 유전자·혈액 검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빅헬스가 빅브라더?

데이터 기반 디지털 의료라고 하면 의료계와 연구자들은 환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에 관한 우려가 크다. 병원 밖에서 환자를 계속 관찰하고 그들의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 윤리적인 허용 범위를 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살 위험 예측 시스템을 개발한 카이저 퍼머넌트의 모르데카이 박사는 “이런 도구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사실 두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시스템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해 위험이 있다고 환자에게 말해준다면, 어떤 환자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싶어 하겠지만 다른 환자는 그처럼 어깨 너머로 감시당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시스템 대부분이 새롭고 실험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활용됐을 때 환자와 일반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메이요 클리닉의 하다드 박사는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고 어떻게 활용될지 결정하는 권한을 환자에게 일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모든 환자 건강 데이터를 반드시 의료기관이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데이터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 그들 스스로 그 데이터 창고의 문지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먼저 데이터 접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제3자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다. Doc.ai나 구글 같은 기업이 환자를 대신해 데이터 접근 승인을 관리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처럼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보관·통합하는 제3자가 그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환자를 대신해 수수료를 받아주는 중개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제약사와 의약품 판매업체는 마케팅 표적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객이나 잠재적 고객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구매·판매해왔다(미국의 의료광고 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이다). 소비자가 디지털 모니터링을 통해 스스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고 Doc.ai의 드 브라우워가 말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그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그는 “의료 데이터는 대다수가 잘 모르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며 “그 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규제를 통해 건강 데이터의 공유에 관한 한계를 정해야 한다. 1996년 제정된 미국 의료정보보호법 HIPAA(공식 명칭은 ‘건강보험 정보 이전 및 책임에 관한 법’)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HIPAA는 의료계를 규제하지만 그 법이 제정된 이후에 등장한 소비자 건강관리 업체는 그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웨이크 포레스트의 아드 박사는 의도적으로 일반 소비자용 체중 추적 앱을 자신의 비만 프로그램에 통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HIPAA를 위반하거나 다른 식으로 환자를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정보·사생활 보호와 보안, 법적 문제를 철저히 고려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소비자용 앱은 그 정도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또 다른 문제는 일반 소비자용 건강 데이터 측정 기기의 정확도 문제다. 어떤 경우는 건강 도구로서 부적합할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을 모니터하는 소비자용 기기는 전혀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 성급하게 경보를 발할 수 있다. 그런 허위 경보가 너무 많으면 응급실이 넘쳐나 의사들이 실제 경보도 무시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의료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의료를 증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널리 인정 받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접근법이 실제로 의료를 증진한다거나 장기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증거가 많지 않다. 지금까지 실시된 소수의 연구는 엇갈리는 결과를 보여준다. 최근 학술지 헬스 어페어스에 발표된 연구는 “주요 디지털 건강업체가 미국 의료 시스템의 질병 부담이나 비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것이 업계에 주는 경고다. 개념이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이런 기술은 엄격하게 검증된 결과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단될 수밖에 없다.

비용은 누가 대나?

디지털 의료의 가장 당면한 장애물은 현재의 상황이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막대한 비용과 형편없는 성과를 둘러싸고 우려가 크지만 의사나 병원, 제약사, 건강보험회사는 대체로 디지털 의료 없이도 별 문제 없이 잘 꾸려나갈 수 있다. 한 사례를 보자. 밀라니 박사가 환자 50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옥스너 디지털 건강 모니터링 프로그램의 초기 데이터는 그런 접근법이 더 나은 건강 결과를 가져다주며 1년 안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건강보험회사는 그 프로그램의 보험 적용을 거부한다. 저소득층 의료보조제도인 메디케이드는 의료제공업체가 모든 서비스에 대한 개인 부담금을 징수하도록 요구한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의 잦은 대면을 강조하는 밀라니 박사의 프로젝트에서는 환자의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회사가 디지털 의료에 보험 적용을 꺼리는 한 가지 이유는 판단 근거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장기적으로 진행된 다수의 대규모 연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옥스너 같은 프로젝트의 예비 보고서로는 충분치 않다. 또 건강보험회사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가 보험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건강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 결과 미국 의료 시스템이 불필요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지만 건강보험회사는 거기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웨이크 포레스트의 아드 박사가 운영하는 디지털 비만 프로그램도 메디케이드 적용이 거부됐다. 그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회사는 이런 종류의 치료엔 보험을 적용해줄 생각이 없지만 당뇨 전 단계에서 제2형 당뇨로 진전하거나 약간 혈압이 높은 상태에서 심한 고혈압으로 발전하는 환자의 막대한 비용은 기꺼이 대준다. 우리 프로그램은 1년 안에 당뇨 환자의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내려준다. 따라서 의료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프로그램에 보험을 적용해야 할지에 관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의사들이 나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 중 다수는 기존의 데이터를 전자 의료기록으로 전환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지쳐 있다. 그들에게 다시 디지털 의료로 옮겨가도록 요구하는 것은 상당한 추가적인 부담이다. 에비데이션의 렘키 CEO는 “그들은 디지털 건강 시스템 도입이 큰 매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들은 환자의 데이터를 모니터하는 작업으로 보상받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 대다수를 데이터 과학자로 만들 뾰족한 방법이 없다.”

새로운 기술이 그 장벽을 낮추고 디지털 의료를 더 용이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전환은 상당히 느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렘키 CEO는 “의료는 실리콘밸리와 다르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신속히 움직이고 창조를 위한 파괴를 즐긴다. 하지만 의료를 그런 식으로 하면 사람이 죽는다.” 궁극적으로 변화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번에 앱 하나씩으로 말이다.

– 데이비드 H. 프리드먼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왜 더 일찍 이 프로그램 시작하지 않았나” – 고혈압 환자를 집에서 원격 모니터링함으로써 건강에 나쁜 습관 고치도록 유도하는 효과 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비영리 병원 옥스너 헬스 시스템에서는 의사들이 고혈압 환자의 활력 징후를 원격으로 추적 관찰한다. 환자는 집에서 스마트폰 앱과 무선 자동 혈압측정 손목밴드를 사용한다. 측정 수치가 높아지면 옥스너의 관리팀이 환자에게 바로 연락한다.

기존의 치료와 비교할 때 이 프로그램은 환자가 혈압을 잘 관리하는 비율을 두 배 이상 높였다. 옥스너의 최고 임상변화 책임자인 심장전문의 리처드 밀라니 박사는 “디지털 프로그램이 비용은 더 적게 들지만 편의성과 결과는 더 낫다”며 “환자와 대면하는 15분 동안의 진료 시간에 할 수 없는 일을 이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과 디지털 의료의 이점과 관련해 그를 인터뷰했다.

만성질환 치료와 관련해 현행 의료 시스템의 미흡한 점은?

기존 시스템은 아날로그이며 급성 위기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폐렴이나 외상을 치료하는 데 이상적이다. 하지만 만성질환 관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당뇨로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가 필요한 검사를 하고 면담한 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황을 평가하면서 상태가 아주 좋다든지, 약을 추가해야 한다든지 판단한다. 하지만 만약 그런 평가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환자의 집에서 직접 수집할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 그럴 경우 의사는 환자를 끊임없이 관찰할 수 있고 진전이 없으면 환자에게 바로 알릴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디지털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시스템 이용이 줄어들어 비용이 낮아진다.

디지털 프로그램에 등록한 환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관리 수준이 높아진 것을 아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는 식단과 운동에 관해 조언한 뒤 6개월 뒤에 다시 오라고 한다. 환자 입장에서 그건 마치 숙제와 같다. 숙제를 막판에 몰아서 하듯이 평소에는 그런 조언을 무시하다가 병원에 가야 하는 시점이 거의 다 돼가야 식단과 운동에 신경을 쓰고 걱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우리가 항상 관찰하기 때문에 환자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 또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따라 계속 자극이 가기 때문에 환자는 건강 호전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평소에 더 잘 지킨다. 또 환자가 계속 자신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려는 의욕도 더 커진다.

그 결과 환자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의사는 행동 변화에 관한 훈련은 거의 받지 않는다. 환자에게 무엇이 해롭고,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훈련만 받는다. 하지만 행동과학에 따르면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우리의 디지털 프로그램에선 의사가 그 부담을 코칭 전담 팀에 넘길 수 있도록 해준다. 대신 의사는 환자와 함께 목표를 세우고, 실시간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따라서 환자에게 무엇이 가장 큰 혜택이 될지 판단해서 그에 맞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 결과가 기존 시스템보다 낫다는 증거가 있는가?

지금 우리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환자는 약 5000명이다. 그들의 질환 통제율이 일반 관리 시스템의 2~3배에 이른다. 또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더 잘 이행한다. 병원에 가면 주차할 곳을 찾아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등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직장이나 학교를 결석해야 하지만 우리 환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그들에게서 듣는 유일한 불만은 “왜 좀 더 일찍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않았나?”는 것이다.

– 데이비드 H. 프리드먼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비만도 데이터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 – 웨이크 포레스트의 디지털 추적 프로그램에 등록한 환자의 경우 6개월 동안 체중 10% 줄여

비만은 평균적으로 수명을 약 10년 정도 줄인다. 미국인 중 3분의 1이 비만이다. 계산해 보면 비만이 현재의 미국인 전체에게서 약 10억 년의 수명을 빼앗아간다는 뜻이다. 제이미 아드 박사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그 수명의 일부를 되찾아주고 싶어 한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 있는 웨이크 포레스트 뱁티스트 헬스에서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프로그램에 등록한 환자는 가정용 디지털 체중계를 지급 받아 매일 체중을 잰다. 그 데이터는 곧바로 아드 박사 팀으로 전송된다. 아드 박사 팀은 참가자의 신체 활동과 식단, 마시는 물의 양, 수면 패턴 등의 다른 요인도 추적한다. 6개월 후가 되면 체중이 평균 10% 줄어든다. 참가자의 44%는 체중 감량 비율이 15% 이상에 이른다. 아드 박사는 “비만 예방과 비용 절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려면 각 환자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자기관리 전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관리와 디지털 의료의 통합이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지 그에게서 들어봤다.

비만 치료에 디지털 접근법이 어떻게 유용한가?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상업적 자기계발 접근법을 사용하면 대부분 자기 체중의 약 4% 정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수준이 심하고 다른 만성질환까지 있는 사람은 종합적인 치료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줄인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비만은 만성질환이다.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률이 급상승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만 환자가 받는 치료를 무기한 계속하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무척 어려운 과제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해결책을 제공한다. 원격 관찰과 가상 왕진을 통해 환자는 영양사, 행동 코치, 의사와 계속 접촉할 수 있다. 우리는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않고도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주로 어떤 환자가 등록하는가?

우리가 관리하는 환자는 연간 약 750명이다. 대개 중년이며, 40%가 흑인이다. 그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다양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나 고령자를 위한 의료보장인 메디케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대다수는 비만 외에도 당뇨나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또 우리 환자의 약 80%는 여성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참가한다. 남자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비만 문제에서는 더 그렇다.

인공지능이 이 과정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나?

비만은 여러 가지 요인과 관련 있다. 정신 건강, 식단, 신체 활동, 사회경제적 환경, 문화, 성별 등이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 일부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요인이어서 일반적으로 의료 기록에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요인 대부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표준 설문을 만들 수 있다면 인공지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설문의 답을 전부 기계학습 시스템에 입력하면 특정 치료가 특정 환자에게 적합한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비만에서도 그런 시스템이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기계가 아닌 인간 의사와의 상호작용이 언제나 이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 데이비드 H. 프리드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