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도 경제 내셔널리즘도 아니면?

첨단기술 연구개발 지원으로 기업의 성장과 혁신 촉진하고 기업은 고임금 일자리 창출과 사회 환경 개선으로 보답하는 산업정책이 대안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새로 공개한 ‘경제적 애국을 위한 계획’은 미국 산업정책의 부활을 예고한다. / 사진:RACHEL MUMMEY-REUTERS/YONH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내셔널리즘은 미래의 산업을 중국이나 미국이 독점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미국이 이기지 않으면 중국이 이긴다. 전 세계에서 거둬들이는 거액의 수입이 관세로 인해 중단되기를 원치 않는 미국 다국적 기업과 의회 내 그들의 공화당 대변자들이 지금껏 가장 크게 반대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로섬 경제 내셔널리즘과 고삐 풀린 자유무역 중 양자택일의 문제일까? 아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제3의 대안이 논의됐다. 당시 ‘산업정책’이라는 용어로 불린 방안이다. 신흥 산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는(정부의 연구개발 지출과 함께 세제보조와 수출 인센티브) 한편 그에 따른 경험과 일자리가 미국 근로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을 의미했다.

산업정책은 미국 국민과 기업 간의 암묵적인 계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기업에 별도의 자원을 제공해 성장과 혁신을 촉진한다는 요지다. 그 대가로 기업은 미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에 최대의 수익을 보장하는 업종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자유방임형 경제도 제로섬 경제 내셔널리즘도 아니었다. 미국이 근로자와 첨단 산업에 투자한다고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투자를 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그런 경쟁은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 섬’을 도출하게 된다. 모든 나라 근로자의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면 사회적으로 유익한 모든 산업이 성장하고 지구는 모두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

그런 의도적인 산업정책을 주창한 사람들은 미국에는 이미 의도하지 않은 산업정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거대한 방위산업은 미국을 폭탄·비행기·위성통신·화물선·컨테이너선의 세계 최대 공장으로뿐 아니라 컴퓨터·소프트웨어·인터넷의 선두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제약회사에 제공하는 보조금은 미국이 신약 시장을 지배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비공개 산업정책이 반드시 미국에 유익하지는 않았다. 군사비 지출은 부풀려지고 낭비가 심하다. NIH의 연구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에 투자하거나 약값 인상을 억제할 의무가 없다. 더욱이 석유·가스에 대한 특별 감세는 기후변화를 앞당겼다. 2008년 아무런 조건 없이 월스트리트에 거액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결과 월스트리트의 베팅 중독 때문에 미국인 수백만 명이 집과 저축을 날릴 때도 월스트리트의 경영자들은 편안히 잘 지낼 수 있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주와 지자체 보조금(예를 들면 아마존 본사 신설 부지 선정을 위한 최근의 입찰)은 한 주나 도시의 일자리를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옮겼을 뿐이며 다른 지역에서 더 유리한 유치조건을 기업에 제시하면 외면당하고 만다.

독일과 중국 같은 다른 나라들은 산업정책을 훨씬 더 현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했다. 현명함과 개방성은 동행한다. 개방적이고 명확한 산업정책은 국가 경쟁전략이 된다. 비공개 산업정책은 정치적 뇌물의 온상, 일종의 기업복지가 된다. 그런 까닭에 1980년대 미국 대기업들이 산업정책을 없애버렸는지 모른다. 그런 산업정책 논의는 대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아가는지 노출시킬 위험이 있었다.

지난 6월 4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새로 공개한 ‘경제적 애국을 위한 계획(Plan for Economic Patriotism)’은 미국 산업정책의 상당히 야심적인 부활을 예고한다. 워런 상원의원은 자신들의 조국에 “아무런 애착이나 충성심 없는” 미국 기업들을 질타한다. “이 ‘미국’ 기업들이 진짜로 충성심을 보이는 대상은 주주들의 단기 이익 한 가지뿐이다. 그중 3분의 1은 외국인 투자자다. 그들은 미국 공장을 폐쇄하고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해 한 푼이라도 벌 수 있다면 바로 그렇게 할 것이다. 충성스러운 미국인 근로자를 버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도시를 공동화한다.”

그러나 워런 상원의원은 결코 제로섬 경제 국수주의자가 아니다. 자본수익 극대화보다 국가 노동자의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계화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 “세계화는 불가피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불가해한 요인이 아니다. 미국이 미국 근로자의 이해보다 자본 이익을 우선하는 무역정책의 추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워런 상원의원은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춘 연방 정부의 연구개발 확대를 제안한다. 이들 연구개발 투자가 “극소수 해안 도시에 집중돼서는 안 되며 미국 각지에 골고루 분산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거기서 개발되는 제품을 미국인 노동자의 손으로 만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녀는 ‘녹색제조계획(Green Manufacturing Plan)’에서 앞으로 10년간 미국산의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제품에 매년 1500억 달러씩 배분함과 동시에 근로자 교육을 대폭 확대해 미국인이 예상되는 새 일자리에 필요한 직무기술을 습득하도록 제안한다. 이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다. 그녀는 “향후 10년간 신흥경제에서 예상되는 청정 에너지 기술 시장의 규모만 해도 23조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세계에도 좋은 일이다. 그녀는 “미국산 청정·신재생·무공해 에너지 기술의 해외 수출을 전담하고 국가들이 이런 기술을 구입·배치하도록 10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그린 마셜 플랜을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장벽을 세우고 연방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억제 노력을 축소하는 동안 워런 상원의원은 미국 근로자의 여건을 개선하고 세계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위기 중 하나에 대응하려는 취지의 전향적인 경제 내셔널리즘을 추진하고 있다. 그녀의 논리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같은 계획을 통해 자국 산업 육성에 국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면 그리고 독일이 국가적인 경제계획을 실시할 수 있다면 미국도 첨단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뤄지는 미래를 계획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