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주는 음식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곳”

미국 뉴욕 허드슨 야즈에 문 연 토머스 켈러의 새 레스토랑 ‘태크 룸’,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분위기 되살려

‘태크 룸’은 이국적인 재료나 거창한 코스 요리보다 음식의 품질과 뛰어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 사진:TAK ROOM

프랑스 출신의 유명 요리사 토머스 켈러(63)는 최근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즈에 레스토랑 태크 룸(TAK Room)을 열었다. 사실 그는 이 레스토랑에 대한 구상을 1996년부터 해왔다. 하지만 그 구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건 부동산 개발업자 스티븐 로스가 허드슨 야즈에 새로운 쇼핑몰을 설립할 생각이라고 밝힌 2008년에 와서였다[뉴욕 콜럼버스 서클의 타임 워너 센터에 있는 켈러의 또 다른 레스토랑 퍼 세이(Per Se)도 로스가 기획했다].

당시 허드슨 야즈 지역은 롱아일랜드 철도 조차장 위의 버려진 땅이었다. 미국 최대의 개인 부동산 개발 사업이 될 이 프로젝트에 대한 로스의 야심을 듣고 난 뒤 켈러는 이 쇼핑몰에 레스토랑을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엔 칠리스(Chili’s)나 애플비스(Applebee’s) 같은 대중적인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특이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안 될 이유는 없었다. 켈러의 퍼 세이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획득하면서 대다수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맨해튼에서 쇼핑몰을 성공시키는 일이었다. 허드슨 야즈 프로젝트가 더 흥미로웠던 건 콜럼버스 서클과 달리 이 쇼핑몰은 완전히 새로운 지역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었다. 로스의 릴레이티드 컴퍼니즈는 이 지역의 거의 모든 걸 새로 건설할 생각이었다. 켈러는 지역 주민과 근로자, 그리고 관광객이 먹을 음식을 관장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싶었다.

태크 룸의 대표적인 컴포트 푸드인 비프 웰링턴. / 사진:INSTAGRAM EXPLORER

하지만 2013년 로스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다시 켈러를 찾을 때까지는 허황된 꿈처럼 보였다. “로스가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쇼핑몰에 입점할 레스토랑들의 스타일과 형식, 운영철학 등을 논했다”고 켈러는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때부터 켈러는 약 9만2000㎡의 이 쇼핑 메카에 문을 열 다른 레스토랑업자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난 타임 워너 센터의 레스토랑들을 총괄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했다. 그 프로젝트가 매우 성공적이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도 똑같이 하고 싶었다. 시카고의 어느 건물 현관 계단에 앉아 호세 안드레스(스페인계 미국인 요리사)에게 뉴욕으로 와서 레스토랑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묻던 게 기억난다.” 안드레스의 대답은 ‘예스’였다. 데이비드 장(한국계 미국인 요리사)도 합류했다. 그렇게 해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켈러는 “이 레스토랑들은 사람들이 가족·친구·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와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레스토랑은 정치를 위한 곳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찾고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크 룸의 경우 미국이 지금처럼 분열되지 않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분위기를 되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젊은 시절 미국의 레스토랑들은 유럽 대륙의 음식을 주로 내놓았다. “우리 어머니가 그런 레스토랑을 운영했다”고 켈러는 설명했다. “미국이 역사상 가장 영광스럽고 진보적이며 부유했던 시기다. 또 당시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잘 베푸는 나라였다.”

토머스 켈러는 “윗사람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아랫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 사진:THOMAS KELLER.COM

태크 룸의 메뉴에는 비프 웰링턴(소고기 안심이나 등심을 푸아그라와 페이스트리로 감싸 구운 요리)과 랍스터 테르미도르(랍스터 살을 채소나 치즈와 함께 요리해 껍질에 채워 넣은 요리) 등 유럽의 대표적인 음식이 포함된다. “예전부터 먹어왔기에 추억이 있고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음식들”이라고 켈러는 말했다.

태크 룸은 이국적인 재료나 거창한 코스 요리를 지향하지 않으며 음식의 품질과 뛰어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고 켈러는 설명했다. “사람들이 낮 또는 저녁 어느 때나 와서 고급 식당에 왔다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목표로 했다.”

태크 룸은 지난 3월 많은 유명인사를 초청해 개업식을 했고 지금은 일반 손님을 받고 있다. 요즘 허드슨 야즈 곳곳이 인스타그램에 자주 오르지만 켈러는 소셜미디어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가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거기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오르지만 난 소셜미디어의 댓글을 일일이 읽어보기엔 너무도 중요한 일이 많다. 그런 칭찬이나 비난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좋을 게 없다.”

그보다 켈러는 태크 룸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뉴욕타임스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리뷰를 참고한다. “올바른 리뷰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나타내기보다 그 레스토랑이 지닌 가치를 진지하고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게 바로 그거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말에 좀 더 신중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켈러가 과연 태크 룸의 주방에 들어가 요리할 시간이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는 퍼 세이 말고도 나파 밸리의 프렌치 런드리(The French Laundry)와 나파와 라스베이거스의 부숑 앤드 부숑 베이커리(Bouchon and Bouchon Bakery), 마이애미의 서프 클럽 레스토랑(The Surf Club Restaurant)을 운영한다. 그는 또 몇몇 식기류 브랜드와 캐비어 업체에도 관여한다.

“내가 주방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고 켈러는 반문한다. “퍼 세이로 처음 뉴욕에 진출했을 때도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라고 말들이 많았다. 유명 셰프들이 자주 듣는 비난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라. 내가 뉴욕에 퍼 세이를 열기로 했을 때 프렌치 런드리의 직원이 100명이었다. 지금 퍼 세이의 직원 수는 125명이다. 그러니까 사업이 2배 이상 확장된 셈이다. 똑같은 철학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일하는 그룹이 2개로 늘어났다. 그런 성장을 약점으로 본다면 무지한 것 아닌가? 윗사람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아랫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 폴라 프롤리크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