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의 ‘알파고’ 탄생

인공지능 이용한 최초의 법률 분석 플랫폼 ‘피스컬노트’로 주목받는 팀 황 창업자는 미국,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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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컬노트 한국지사가 자리 잡은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팀 황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한국 법률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시장 관련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게 처음이다. 여기에 온 분들이 법률시장에 정말 관심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 ‘어메이징한 젊은이’를 보러 온 것인지 궁금하다.” (웃음)

지난 4월 25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강연장에서 ‘한국형 법률 스타트업의 미래’라는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안기순 대표는 자리를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을 보고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 대표가 말한 ‘어메이징한 젊은이’는 2013년 법률 분석 플랫폼 피스컬노트(FiscalNote)를 창업한 팀 황(24) 대표다. 피스컬노트는 미 의회를 통과한 법이 정부 재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간단하게 정리한 메모를 뜻한다.

2014년 CNN은 ‘세상을 바꿀 10대 스타트업’으로, 2015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5년 가장 핫한 스타트업’으로 피스컬노트를 선정했다. 올해 초 경제지 포브스는 ‘주목할 만한 30대 이하 30인 기업가’ 중 한 명으로 팀 황을 선정했다. 창업 3년 만에 피스컬노트는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타트업이 됐다.

세계적인 거물과 기업들도 피스컬노트를 주목한다. 미국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번, 야후의 공동창업자이자 AME 클라우드 벤처라는 투자사를 운영하는 제리 양, 중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등 세계적인 거물과 기업이 투자자로 기꺼이 나섰다. 그동안 투자받은 금액만 300억원이다. 황 대표는 “올해 초 시리즈 C까지 투자 유치를 했다”며 “시리즈 D까지 투자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계속 받는 이유는 피스컬노트의 기업공개(IPO)를 위해서다. 인수합병 제안도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 사안은 말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한국계 미국인 2세인 황 대표가 한국을 찾은 것은 ‘차세대 산업혁명’을 주제로 하는 글로벌 컨퍼런스 ‘2016 키플랫폼’ 연사로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4월 28일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많은 사람을 만날 계획이다”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4월 26일에는 피스컬노트 코리아가 둥지를 튼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피스컬노트의 성공 스토리를 강연하는 자리에는 300여 명이 모여들어 황 대표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피스컬노트는 인공지능(AI)을 처음으로 적용한 법률 분석 플랫폼이다. 미국 법률시장에서 ‘알파고’ 역할을 하는 것. 피스컬노트의 장점은 인포그래픽 위주로 사이트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법안의 상정부터 시행, 그리고 법안을 만드는 데 관여한 의원들까지 그래픽과 표로 정리됐다.

키워드 검색은 피스컬노트의 경쟁력이다. 키워드 검색창에 미국 사회의 이슈나 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키워드와 관련된 법안이 주별, 분기별, 처리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더욱 세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관련 내용을 클릭만 하면 된다. 황 대표는 “구글의 심플함과 아마존의 필터링을 이용한 추천 알고리즘, 세일즈포스닷컴의 분석적인 면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상임위에 올라온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를 예측하는 기능은 피스컬노트만의 자랑이다. 황 대표는 “법안 통과 여부 예측의 정확성은 90% 이상”이라고 자랑했다. 법안 통과 여부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 피스컬노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다.

피스컬노트는 3개의 서비스로 구성됐다. 법안이 상정됐을 경우 통과 여부를 예측하는 ‘Prophecy’ 서비스, 연방정부의 법안을 한눈에 보는 ‘Sonar’ 서비스, 미국 50개 주의 법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Atlantis’ 서비스다. 지난 4월 초 3개의 서비스 구분을 없앴다. 그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피스컬노트 플랫폼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5000만원 정도인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들을 살펴보면 피스컬노트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정치권부터 기업, NGO까지 다양하다. 특히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도 피스컬노트를 이용한다. “미국 대선을 맞아 중요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황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리프트, 세일즈포스, AT&T 사우스웨스트항공, 로펌회사 등 200여 개 기업이 피스컬노트의 고객사다. NGO에는 유료 서비스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 정치권부터 기업, NGO까지 피스컬노트를 사용하는 이유를 황 대표는 “미국 법은 복잡하기로 유명한데, 피스컬노트를 이용하면 쉽고 편안하게 법안과 의원들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법안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기업이나 로펌이 피스컬노트를 이용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출액을 묻자 그는 “말할 수 없다. 12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수익은 높다”며 웃었다.

창업 3년 만에 황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시아 시장 진출이다. 처음 진출한 곳은 한국이다. 지난해 9월 ‘우리동네 후보’(2014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이번 총선 후보 정보를 알려주는 앱)를 인수했고, 지난 3월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미국 법률시장과 한국 시장은 많이 다르다. 대표적인 게 한국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의원들은 독립적으로 법안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피스컬노트가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피스컬노트 강윤모 지사장은 “우선은 한국 법률시장에 대한 리서치에 집중한다”며 “한국에 있는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 그리고 로펌을 만나면서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거점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시장 진출 여부도 계속 타진 중이다.” 황 대표는 2년 동안 아시아 10개국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황 대표가 10대 때부터 보여준 활발한 사회활동 이력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는 1992년 미국 미시간 주에서 태어났다. 8학년(중학교 2학년)에 과테말라로 떠난 선교봉사 활동 덕분에 사회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홈리스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의류 등을 제공하는 ‘Fly 재단’을 만들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에서 사회의 부조리에 눈뜨는 아이로 변했다. 시사지 타임은 10대 초반의 그를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로 선정하기도 했다. 열네 살 때는 지역에서 벌어진 선출직 변호사 선거 캠프에서 일했고, 이 활동 덕분에 2008년 16세에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할 수 있었다. 1년 후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출마해 학생 교육위원으로 당선됐다.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국제청년연합(National Youth Association) 설립을 주도했다. 75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대학생들의 단체다. 활발한 사회활동 덕분에 정치를 꿈꾸기도 했지만, 그가 택한 것은 창업이었다. “정치가 생각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친구 2명과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모텔에서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코딩한 결과물이 피스컬노트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궁금한 황 대표. 그는 “블룸버그나 렉시스넥시스 같은 법률 관련 전문 기업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최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