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오락의 경계를 탐험한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의 MONA 미술관, 악취 풍기는 전시품 등 독특한 분위기로 관광 판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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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 미술관에 전시된 시드니 놀란의 대형 벽화 ‘뱀’. 호주 원주민의 창조설화에 등장하는 무지개 뱀을 표현한 이 작품은 1620점의 그림으로 이뤄졌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 호바트에 있는 ‘올드 앤 뉴 아트 미술관’(MONA)의 최고 인기 전시품에서는 악취가 난다. 보기만 해도 밥맛 떨어지는 액체가 부글거리는 유리 항아리들로 이뤄진 이 작품의 제목은 ‘클로아카(Cloaca, 대변 기계라는 뜻)’다. ‘클로아카’는 끊임없이 악취를 내뿜을 뿐 아니라 하루 한 번 고체 형태의 폐기물을 분출한다. MONA의 상설 전시품인 이 작품은 태즈메이니아 섬의 관광 판도를 바꿔놓았다.

태즈메이니아 주는 양떼와 죄수들로 가장 잘 알려졌다. 약 4만 년 동안 토착민이 지배해 오던 이 섬은 1803년 영국의 침략을 받았다. 영국인은 이곳을 죄수 수용을 위한 유형 식민지로 만들고 양모와 채광, 목재 산업을 육성했다. 이들 산업은 오늘날도 여전히 태즈메이니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관광산업은 주로 해변과 열대우림, 산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다양한 야생생물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2011년 모든 게 바뀌었다. 복잡한 경마 시스템을 개발해 큰돈을 번 전문 도박꾼이 MONA를 개관했다. 토착민의 아들인 백만장자 데이비드 월시는 호바트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해변에 미술관을 지은 뒤 소장 중이던 고대 조각품과 현대 미술품을 전시했다.

MONA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미술관이다. 지하에 있는 전시실은 조명이 어두워서 때때로 위협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섹스와 죽음의 박물관(museum of sex and death)’으로도 불리는 이곳에 전시된 작품 대다수가 도발적이다. 여성 성기 모양의 석고상과 영국의 미술가 듀오 길버트 & 조지의 배설물을 주제로 한 최근의 회고전이 그 예다.

MONA의 또 다른 특징은 전시회장 벽면에 작품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방문객은 입장할 때 받은 태블릿 PC로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해당 작품에 대한 설명(월시의 목소리로 녹음된 것도 많다)을 ‘짧은 버전’과 ‘긴 버전’ 중에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지하에 바가 있고 건물 외부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핑크색 빈 백(커다란 부대 같은 천 안에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채워 만든다) 의자들이 놓여 있다. 30개의 스크린 안에서 각기 다른 사람이 마돈나의 ‘Immaculate Collection’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부르는 비디오 설치미술 작품도 있다.

태즈메이니아 이전에도 주목할 만한 문화 기관이 생기면서 운명이 바뀐 곳들이 있었다. 1997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주도 빌바오에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한 뒤 브라질부터 내몽골까지 세계 곳곳에서 ‘빌바오 효과’를 노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MONA는 도시 차원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호주 모내시대학의 커뮤니케이션·문화경제학 교수 저스틴 오코너의 말을 들어보자. “빌바오 시당국은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설과 함께 도시 부흥을 꾀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데이비드 월시는 태즈메이니아라는 의외의 장소에 MONA라는 독특한 미술관 하나를 설립했을 뿐이다. 그 후 그곳 사람들은 이 미술관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태즈메이니아 주 관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태즈메이니아를 찾은 관광객 115만 명 중 약 30%가 MONA를 방문해 지역 경제에 약 1억 달러의 보탬을 줬다. 얼핏 봐서는 이 미술관의 경제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호바트는 이 섬의 야생적인 풍경과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잘 정돈된 도시다. 도심에는 우아한 조지아 왕조풍의 가옥과 산업용 창고들이 섞여 있다. 요즘은 미술관을 찾는 문화 관광객의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사업체가 갈수록 늘어난다.

부둣가에 있던 잼 포장 공장을 개조한 ‘헨리 존스 아트 호텔’은 MONA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 하지만 미술을 주제로 한 이 호텔(공용 공간과 객실마다 호주 현대 화가들의 작품이 걸렸다)은 연간 33만4000명에 이르는 MONA 관람객 대다수가 선호하는 숙박업체가 됐다. “투숙객 거의 전부가 MONA를 방문하거나 그에 관한 질문을 한다”고 호텔의 한 안내원이 말했다. “우리 호텔에는 1박 손님이 많다. 미술관 관람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다.”

그보다 길게 머무르는 방문객은 볼 것이 많다. 호바트에는 약 20개의 화랑이 있다. 현대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데스파드(Despard)’와 토착민 작품을 위주로 한 ‘아트 몹(Art Mob)’이 대표적이다. 조지아 왕조풍의 창고를 개조한 ‘살라만카 아츠 센터’에 화랑 몇 개가 더 있다. 그 아츠 센터에는 극장과 예술 행정 사무실, 공예 스튜디오, 천연 섬유와 수제 치즈 등을 파는 고급 상점들이 있다. 슬로우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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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 미술관 밖 언덕 위에 설치된 제임스 터렐의 작품 ‘아마르나’는 태양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색깔이 변한다.

‘브루크 스트리트 피어(Brooke Street Pier)’ 같은 새로운 건축물도 있다. MONA까지 가는 페리호의 항구 역할을 하는 물 위의 건물이다. 이곳에는 대형 레스토랑 두 곳과 작은 부티크 상점들이 있다. MONA는 1년에 2번 미술과 음악 축제를 연다. 그중 하나가 한겨울에 열리는 ‘다크 모포(Dark Mofo)’다. 지난겨울 열린 다크 모포에서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미술가와의 대화와 실험적인 공연, 5일 동안의 지역 축제, 1년 중 가장 긴 밤에 열리는 연례 누드 수영대회 등의 행사가 열렸다. 매년 다크 모포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약 13만 명이며 그중 28%가 태즈메이니아 이외의 지역에서 온다.

하지만 태즈메이니아를 찾는 사람은 관광객뿐이 아니다. 미술가와 작가, 음악가 등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사실 태즈메이니아 주는 예술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율이 호주에서 가장 높다. 이 현상을 연구한 오코너 교수는 “‘MONA 효과’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다”고 말했다. “이 미술관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기존의 기관들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호바트와 태즈메이니아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꿈꾸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데이비드 모일이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호주 본토 빅토리아 주 출신인 그는 ‘페퍼민트 베이’라는 리조트의 한시직 고문 요리사로 태즈메이니아에 왔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이 끝난 뒤에도 이곳에 남아 2014년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과거에 호바트의 일간지 편집실로 쓰이던 곳을 개조했다. “태즈메이니아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원 개발을 바탕으로 한 산업이 실패한 뒤 창조적인 산업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프랭클린은 전복 등 현지 재료를 이용한 메뉴와 장작을 때는 오븐에서 조리하는 요리로 호주 음식 여행 잡지 ‘오스트레일리안 구어메이 트래블러’에서 호주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선정됐다. 모일은 MONA의 존재가 자신의 레스토랑 같은 사업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미술관은 높은 품질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들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이 레스토랑을 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MONA 효과를 찬양하진 않는다. 마구잡이 개발의 위험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현재 6개의 호텔(총 객실 수 800개)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그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태즈메이니아 미술대학을 다른 곳으로 몰아낼 듯하다. 또 아파트와 사무실, 상점, 레스토랑과 공공 공간을 아우르는 새로운 복합단지가 최근 새단장을 마친 크루즈 터미널 바로 옆에 들어선다. 태즈메이니아의 일부 미술기관은 자금과 영향력 면에서 MONA를 상대로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례로 살라만카 아츠 센터는 MONA보다 몇 십 년 전에 세워졌지만 때때로 위협을 느낀다. “MONA는 여러모로 태즈메이니아 주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살라만카의 대변인 브리오니 키드가 말했다. “하지만 태즈메이니아에는 지역 고유의 문화 활동을 위한 인프라가 있다. 그 인프라를 구성하는 기관 하나하나가 존중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

월시가 몰고온 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태즈메이니아의 능력은 머지 않은 장래에 또 다시 시험에 들게 될 듯하다. 월시는 도박으로 돈을 번 사람답게 미술관 옆에 카지노를 곧 열 계획이다. 큰손 도박꾼들을 겨냥한 이 카지노는 태즈메이니아 관광의 성격을 또 한번 바꿔놓을 전망이다.

MONA는 지금까지처럼 예술과 오락의 경계에서 탐험을 계속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말 이 미술관은 제임스 터렐의 작품 ‘아마르나(Amarna)’를 미술관 밖 언덕에 설치했다. 해가 뜰 때와 질 때 색깔이 달라지는 설치미술이다. 미술관 측은 웹사이트에 이 작품에 관해 “신이 정자를 지으려 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이 작품이 야외에 있어서 접근이 자유롭다 보니 일부 방문객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감상한다. 리서치 큐레이터 델리아 니콜스는 언젠가 해질 무렵 젊은 남자 2명이 피자와 맥주를 사 들고 아마르나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월시는 그들을 기쁘게 맞아 함께 맥주 파티를 즐겼다. “월시는 세계 미술 애호가의 2%가 이곳을 찾아주면 행복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니콜스가 전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 리사 어벤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