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직성 아직 살아있다

40개국 대상 ‘분실 지갑 찾아주기’ 실험 결과 현금 많이 들어 있을수록 돌려주는 비율 높아…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행동경제학 가설 뒤집어
물질적 인센티브가 클수록 정직성이 떨어지며, 발각될 경우 부정직성이 앞선다는 가설이 이번 실험으로 뒤집어졌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바닥에 떨어진 다른 사람의 지갑을 주웠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실험 결과 지갑 안에 현금이 많을수록 주인에게 되돌려줄 확률이 높다. 사람들의 정직성을 조사하기 위해 실험용 ‘분실’ 지갑 약 2만 개를 만들어 세계 각지의 공공장소에서 습득물로 신고한 과학자들은 지갑 안에 현금이 없을 때보다 들어 있을 때 그 지갑이 회수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이 실험 결과가 ‘이익이 걸렸을 때 사람은 이기적이고 부정직하게 행동한다’는 행동경제학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스위스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사회의 정직성을 알아볼 목적으로 그 실험을 했다. 그들은 그런 정직성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경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 ‘필수적’이지만 ‘이기심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개념과 상충한다고 설명했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은행,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센터, 우체국, 호텔, 경찰서 같은 공공장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투명한 명함 케이스를 ‘습득한 분실 지갑’이라며 맡겼다. 그 안에 현금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다음 연구팀은 그 지갑을 인계받은 공공장소의 직원이 ‘지갑 주인’에게 연락하는지 두고 봤다. 그 돈을 그냥 자신이 가질 유혹을 얼마나 강하게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지갑 주인’의 것으로 만들어진 이메일 주소로 100일 동안 연락이 없으면 회수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별로 5∼8개 대도시에서 약 400건의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40개국 355개 도시에서 1만7003개의 ‘분실 지갑’을 신고했다. 현금이 들지 않은 지갑도 있었고, 13.45달러(약 1만6000원)에 해당하는 현지 화폐가 든 지갑도 있었다. 그 외에 열쇠와 명함, 식료품 구매 리스트(현지 언어로 적었다)도 넣어뒀다. ‘지갑 주인’에게 쉽게 연락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현지 주민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 실험이 실시된 40개국 중 38개국에서 피험자들은 지갑 속에 현금이 없을 때보다 들어 있을 때 주인에게 지갑을 되돌려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나머지 두 나라인 멕시코와 페루에서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지갑이 회수된 비율은 현금이 들어 있지 않을 때 40%에서 현금이 들어 있을 경우 51%로 상당히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런 정직성의 표현이 지갑에 든 현금 액수가 비도덕적인 행위를 촉구할 정도로 크지 않아서라고 가정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일부 지갑에 넣어둔 현금 액수를 94.15달러(약 10만9000원)로 올려 미국·영국·폴란드에서만 별도의 실험을 했다. 전체적으로 종합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지갑 회수율이 돈이 들어 있지 않을 때 46%, 13.45달러가 들어 있었을 때 62%였고, 94.15달러를 넣어뒀을 때는 72%로 크게 높아졌다.

대체로 아시아와 남미 지역보다 유럽 지역에서 액수에 상관없이 지갑을 돌려주겠다고 ‘지갑 주인’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갑에 돈이 없는 경우에는 스위스(73%)와 노르웨이(70%), 덴마크·네덜란드(68%) 순으로 반환 의사를 보낸 이메일이 많았다. 그에 비해 돈이 들어 있는 경우에는 덴마크에서 82%가 반환 메일을 보냈고, 스웨덴에선 81%, 스위스에선 79%, 체코에선 78%가 반환 의사를 표했다. 중국에서는 돈이 없는 경우 7%만이 ‘지갑 주인’에게 반환 의사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 회수 비율이 가장 낮았다. 돈이 든 지갑을 습득한 경우에도 중국에서는 21%만이 반환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 실험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분실 지갑’을 습득했다고 신고할 때 곁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과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조건이 정직한 행동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다. 또 미국의 경우는 분실물 습득과 관련한 법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그런 조건은 사람들의 행동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이 피험자에게 사례비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그들은 지갑 속에 든 금액보다 더 큰 보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의 여러 연구는 물질적인 인센티브가 클수록 사람들의 정직성이 떨어지며, 발각되거나 평판이 나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부정직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직한 행동에 관한 연구 대부분을 실험실 조건에서 했고, 학력 높고 부유하며 민주적인 선진국의 피험자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피험자들이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준 것은 자신이 도둑 같다는 느낌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미국과 영국, 폴란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연구팀은 응답자에게 빈 지갑과 현금이 든 지갑, 현금이 아주 많이 든 지갑을 습득했을 때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치는 느낌을 주는 정도를 물었다. 응답자들은 지갑에 돈이 많이 들수록 도둑 같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 응답자에게 지갑에 돈이 들어 있지 않을 때와 약간 들어 있을 때, 또는 많이 들어 있을 때 지갑이 회수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많은 돈이 들어 있는 지갑은 잘 돌아오지 않지만 빈 지갑은 회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경제 전문가 2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도 이번 실험 결과는 그런 예상과 달리 나타났다. 이 연구를 이끈 앨런 콘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일반화할 순 없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남을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사취의 편익 욕구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 도둑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심리적 압박과 자신의 이미지를 우려하는 마음이 경제적인 이득 요인보다 더 크게 작용해 사회 정직성을 높이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태넌봄 미국 유타대학 경영학 부교수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연구의 실험 기간이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였다며, 도중에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밝혔다.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연구 자료(실험용 ‘분실 지갑)를 각 나라에 가져가는 일이었다. 예컨대 열쇠와 지갑이 가득 들어 있는 여행 가방을 들고 어떻게 세관을 쉽게 통과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또 자연재해(인도의 홍수 등) 같은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도 닥쳤다. 그럴 때 우리 연구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우리는 또 최근의 테러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도 겪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케냐에서 실험할 때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공격이 발생했다. 그때 우리 연구원 중 한 명은 많은 지갑이 든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헌병에 체포돼 조사받았다.”

연구팀이 ‘분실 지갑 찾아주기’ 실험에 사용한 투명 명함 케이스 지갑 중 하나. 현금과 주인의 이메일이 적힌 명함, 열쇠 등이 들어 있다. / 사진:AP/YONHAP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실험을 계속한 보람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는 지갑에 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회수될 가능성이 당연히 작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결과가 반대로 나와 상당히 놀랐다. 특히 그런 결과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부정직함의 물질적 혜택이 높을수록 그런 행동의 심리적인 부담이 커진다. 그런 심리적인 부담이 부정직한 행동으로 얻는 물질적인 이익을 능가할 수 있다.”

다른 대다수 나라와 달리 지갑에 돈이 들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지갑 회수율이 더 높게 나온 페루와 멕시코의 실험 결과와 관련해 태넌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페루와 멕시코에서 결과가 달리 나타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그 두 나라의 회수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떨어진 것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감소 규모가 우연에서 비롯되는 기대치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그 감소는 단지 ‘무작위 잡음’(임의의 시간에 발생하는 수많은 방해 요소)일 수 있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이 실험에도 한계가 있다고 태넌봄 교수가 설명했다. 이런 형태의 현장 실험은 실험실의 조건만큼 통제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 방법은 정직성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탄탄하다.

이번 실험과 관계없이 부정직한 행동을 연구하는 온 아미르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 캠퍼스) 마케팅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의 가장 나쁜 행동을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개 인간이 즉각적인 이득을 원하는 이기적인 성향이 있다는 선입관을 중시하면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아서다. 그런 사실을 올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면 위협과 처벌에 의존하기보다 도덕적 기준을 따르도록 교육해야 하며 그런 방법이 모두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돈이 들어 있지 않은 지갑도 절반 이상 주인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은 인간 사회를 낙관적으로 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미르 교수는 또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상당히 정직하다는 개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개념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간다. 아울러 이 연구는 인간이 학습된 내부 도덕 기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개념도 재확인해준다. 따라서 우리는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감독과 단속보다 가치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샤울 샬비 심리학 부교수는 뉴스위크와 가진 별도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이번 연구 결과에 놀랐다고 밝혔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팩트’가 견해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시대에 인간의 정직성을 연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주제는 별로 없다.”

심리학에서도 특히 도덕성을 연구하는 샬비 교수는 앞으로 관광객이나 이주자가 잃어버린 지갑을 현지 시민이 주웠을 때도 같은 반응이 나올지 실험하면 아주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심리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시행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사람에겐 지역주의 정서가 아주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외집단 구성원보다는 내집단 구성원을 믿고 도와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속한 지역의 사람은 잘 돌봐주려고 하지만 외부인에겐 호의를 베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갑 주인이 관광객이나 이주자 등 외부인인 경우에도 이번 실험에서 관찰된 정직성 수준이 그대로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