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발자국도 산호초 죽인다

온난화 외에 하수와 비료, 표토, 대기 침적 등에서 배출되는 반응성 질소도 백화 현상 일으켜
산호는 그 조직 안에 사는 황록공생조류에서 영양분을 얻고 화려한 색을 띤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산호초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은 지구온난화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소속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1.5℃ 상승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지고, 2℃ 오르면 99%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산호초에 위협이 되는 것은 지구온난화만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부적절하게 처리된 하수 같은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질소도 산호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미국 플로리다 키스제도 남단의 루에 키 리프 산호초를 조사한 결과 반응성 질소가 화려한 색채의 산호를 하얗게 변화시켜 죽게 하는 백화 현상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산호는 그 조직 안에 사는 황록공생조류에서 영양분을 얻고 화려한 색을 띤다. 이 공생조류가 수온 상승 같은 조건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호를 떠나게 된다. 그럴 경우 산호는 주된 영양원을 잃어 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질병에 취약해진다.

연구팀이 학술지 해양생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적절하게 처리된 하수 외에 비료, 표토, 대기 침적에서도 반응성 질소를 배출한다. 연구팀은 1984~2019년 건기와 우기에 루에 키 리프에서 수집한 해수 샘플 등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또 산호초에서 해초 샘플을 채취하는 동시에, 이 지역의 일일 최고 기온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키웨스트 국제공항에서 일일 단위 기온을 장기적으로 측정했다.

이 공생조류가 수온 상승으로 산호를 떠나면 영양원을 잃은 산호는 백화 현상을 보인다 / 사진:AP/YONHAP

1984년 루에 키 리프 보호구역의 살아 있는 산호는 전체의 33%였지만 2008년이 되자 약 6%로 줄었다. 1985~1987년, 1996~1999년 이 지역에 폭우가 닥친 후 연간 산호 손실률은 크게 높아졌다. 플로리다주 올랜도까지 농업 지역과 도시 지역의 배수로 역할을 하는 에버글레이즈에서 흘러내려 간 유출수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논문의 선임 저자이자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 하버브랜치 해양연구소 연구교수인 브라이언 라포인테 박사는 “우리의 장기적인 연구 결과는 플로리다 키스와 에버글레이즈 지역 생태계에서 배출된 질소가 루에 키리프 보호구역의 산호초 퇴화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다”며 “그 질소는 상승한 기온보다는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포인테 박사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연구팀이 험난한 바다와 허리케인, 부영양화에 따른 녹조 현상으로 극히 제한된 수중 시계만이 아니라 상어와도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 연구는 전 세계적인 산호초 위기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원인을 찾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발표됐다. 산호초 퇴화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가설은 여러 가지다. 해수면 기온 상승, 해양 산성화, 심지어 과잉 어획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런 의심되는 요인 중 플로리다 키스에서 우리가 목격한 산호 백화 현상의 주된 요인이 될 만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는 산호초의 미래가 반드시 암울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 키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해안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하수 처리의 수준을 높이고 비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플로리다주는 특히 폭우가 잦아 빗물의 저장과 처리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질소 오염의 효과적인 완화가 산호초의 생태계 보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우리는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중보네르 산호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곳의 산호초는 2011년 하수 처리장을 새로 건설한 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 정화조에서 나오는 질소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포인테 박사는 이제 우리가 ‘질소 발자국’도 올바로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질소 발자국이란 탄소 발자국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생활과 소비활동을 할 때 배출되는 질소의 양을 뜻한다). “비료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더 많이 심고, 폐수와 하수 처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거기서 나온 오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인식하는 등 산호초 보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많다. 특히 해안 지역 주민의 그런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W.M. 케크 통합대학 과학부의 브랜원 윌리엄스 환경과학 부교수(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 연구는 현지 지역사회가 산호에 가하는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산호초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의 사정과 조건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바람직한 사례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 연구가 한 구역에만 초점을 맞춰 그 결과가 다른 곳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산호초 퇴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단서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호초 인근의 주민은 뭍에서 하는 행동이 산호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 활동과 하수의 유출이 산호초를 죽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폭우가 닥칠 때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산호가 받는 지역적 스트레스를 줄여 온난화라는 지구 전체의 스트레스 요인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