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곡선이 보내는 ‘경고’

수익률곡선의 역전은 가장 정확한 경기침체 예고지표로 꼽히는데 미국·호주·캐나다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계 경제는 아직도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최근의 데이터는 희망적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통화기금(IMF)·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관 모두 최근 올해와 내년의 성장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주요 국가 모두 지금은 성장률이 불과 1년 전에 비해 과거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한 감세 혜택의 단계적 폐지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리고 글로벌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독일과 일본 같은 주요 수출국이 가장 타격을 받는다.

6개월 전까지 우상향을 나타내던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이 역전됐다.

무엇보다도 수익률곡선으로 알려진 가장 정확한 경기침체 지표 중 하나에서 최근 경고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전후 경기침체는 모두 수익률곡선의 역전이 선행했다. 경제 하강이 시작되기 약 12~18개월 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졌다는 의미다.

경제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금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차입자의 위험도와 투자 유형을 반영해야 한다. 대출의 시간 구조도 중요하다. 정부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을 발행한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미국 단기국채부터 2~30년의 만기를 가질 수 있는 장기국채까지 다양하다. 프랑스와 스페인 같은 국가에는 만기가 50년인 국채도 있다.

보통은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높아 수익률곡선이 우상향한다. 이는 장기채를 매입할 때 투자자가 부담하는 별도의 위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도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호황기에는 금리가 대체로 상승하는 편이다. 투자자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 그런 기대가 장기금리에 반영된다. 장기금리는 단순히 미래 단기금리 예상 경로의 평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자가 앞으로 금리가 내릴 것으로 기대할 경우 장기금리가 당장 단기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이른바 수익률곡선이 역전돼 하향곡선을 그린다. 역사적으로 역전된 수익률곡선은 가장 정확한 경기침체 예고지표 중 하나였다. 저금리는 저성장 전망과 저인플레 기대(모두 다가오는 경기하강의 신호)의 지표인 경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수익률곡선이 하강세를 그릴 경우 투자자는 대체로 경기둔화를 예상한다. 이는 또한 다가오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장차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 또한 나타낼지 모른다.

현재 미국·호주· 캐나다 그리고 다수의 선진국에서 수익률곡선이 역전됐다. / 사진:BRENDAN MCDERMID-REUTERS/YONHAP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다가오는 경제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전력이 있다. 경제학자 뤼디거 돈부시의 말을 풀어 옮기자면 “경기팽창은 늙어 죽지 않고 모두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살해당한다.” 미국의 FRB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2008년 시작된 대불황 중에 그랬듯이 역사적으로 너무 늦고 너무 적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미국·호주·캐나다 그리고 기타 다수의 선진국에서 수익률곡선이 역전됐다. 일본과 독일처럼 단기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나라에서도 장기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더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가 그런 나라들의 국채를 보유하면서 그들에게 사실상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기이한 상황을 초래했다.

수익률곡선이 역전됐다고 반드시 경기가 하강하지는 않지만 최근 몇 달 사이 경제전망이 크게 악화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는 수익률곡선의 역전이 지금은 다가오는 경기후퇴의 정확한 예고지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들의 조치와 기타 경제 펀더멘털이 수익률곡선 역전의 영향을 완화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험상 “이번에는 다르다”는 사고방식을 극히 경계해야 한다. 역사는 일반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닷컴거품 붕괴 직전 그리고 몇 년 뒤 주택거품 붕괴 전에도 비슷한 스토리가 있었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의 수익률곡선 역전이 과거보다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떨어져 역사적인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과거 FRB는 다가오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약 5% 이상 끌어내렸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에서 금리가 아주 낮은 수준이어서 이번에는 선택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너무 늦기 전에 경기를 부양하는 경기침체 방어수단으로 금리를 당장 최소한 0.5% 이상 인하해야 한다고 FRB에 촉구하는 까닭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FRB 모두 7월말 통화정책회의를 갖는다(FRB는 지난 3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 투자자는 최근의 경제실적 약화에 대처하기 위해 양 기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이런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수익률 곡선이 세계적으로 역전된 이유 중 하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한 조사 콘퍼런스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경제 데이터가 더 악화될 경우 양적완화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시사했다. 그리고 ECB의 필립 레인 신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ECB가 마이너스 0.4%인 기준 금리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글로벌 금리가 여전히 역사적인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의 양대 중앙은행이 조만간 새로운 부양책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런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지만 이는 필시 근년 들어 글로벌 경제가 가라앉지 않게 지탱해온 유일한 버팀목이다. 또 다른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줄리어스 프로보스트

※ [필자는 스웨덴 룬드 대학의 경제사 박사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