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진주만은 우주?

중국과 러시아, 우주자산 공격용 무기 개발에 박차…
미국의 위성이 공격받으면 미군은 총 한 방 쏘기 전에 무력화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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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략가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싱어와 언론인 오거스트 콜은 소설 ‘유령 전단(Ghost Fleet)’에서 새로운 세계대전을 묘사했다. 그 전쟁은 중국이 우주에서 미국을 기습하는 작전으로 시작된다. 먼저 상하이에 있는 중국의 사이버사령부 대원들이 미국 국방부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네트워크를 해킹해 통신을 교란시킨다. 이런 사이버 공격으로 미군은 적을 추적하거나 정밀 무기로 표적을 타격하는 능력을 잃는다.

그 다음 중국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에서 레이저건으로 미국의 위성 36개를 파괴한다. 미군이 통신과 정찰 활동을 위해 전적으로 의존하는 장비다. 중국의 우주 작전이 종료되면 21세기 전장에서 미군의 기술적 능력이 디지털화 이전인 제2차 세계대전 수준으로 전락한다.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중국의 신장하는 군사력을 코웃음쳤지만 그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물론 공상과학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이 말하는 ‘우주 진주만 습격’의 위협(미군이 총 한 방 쏘기 전에 무력화되도록 미국 위성을 겨냥한 기습 공격을 가리킨다)으로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우주는 현대 전사들에게 전략적으로 가장 유리한 고지(高地)다. 미국처럼 그 전략적 고지를 완벽하게 점령한 나라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 지구 궤도에 띄워 놓은 GPS·감시·통신 위성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런 약점을 너무도 잘 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우주 3파전이 불붙었다. 냉전 종식 후 첫 경쟁으로 거기엔 상대방의 우주 자산을 파괴하기 위한 무기 개발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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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10호가 발사되는 장면.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의 군사전략가인 싱어는 뉴스위크에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우주의 활용과 개발만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우주 공간을 빼앗기 위해서도 노력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중순 인민해방군 산하 공군사령부를 방문해 우주·항공 일체화와 공격·방어를 겸비한 공군을 건설해 ‘중국의 꿈’과 ‘강군의 꿈’ 실현을 위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군사 분석가들은 우주에서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국과 러시아처럼 중국도 우주에 비행사들을 보내고 달에 우주선을 착륙시켰으며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중이다. 또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정보·운항·통신·기후예보를 제공하는 위성 142기를 발사하는 등 우주에서 군사적 역량을 강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위기나 분쟁시 적의 우주 기반 자산 사용을 제한하거나 완전히 막기 위한 배치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치러지는 전쟁은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예를 들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나 러시아의 동유럽 침공 같은 사태를 둘러싸고 전쟁이 발발한다면 위험에 처하는 우주 자산은 미국의 군사위성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네트워크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개인 GPS까지 현대생활의 대부분을 제어하는 민간위성도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전쟁이 우주에서 시작되더라도 지상의 전면전으로 쉽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공군 우주사령부의 존 하이튼 사령관은 “언젠가 전쟁이 우주에서 벌어진다면 첫 핵무기 반격은 우주가 아니라 지상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미국 국방부는 국가안보용 위성에 가해지는 위협을 막기 위한 조치에 2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또 미국은 우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내년에 22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우주에서 미국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능력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 국방부가 인식하기 때문에 그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그들은 냉전 종식 후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재래식 전력이 세계 최강이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전장에서 위성이 제공하는 전략적 우위 덕분이었다. 군사위성은 1991년 걸프전에서 선보인 이래 미국의 정밀 무기를 유도하고 미군 지휘관들에게 세계 전역과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미군이 세계를 무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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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국은 쿤펑-1B 로켓을 발사했다. 미국은 2013년 중국이 ‘연구 목적’으로 발사한 로켓이 위성요격 무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미국의 국방예산은 중동에서 치르는 전쟁에 대부분 투입됐다. 그 사이에 중국과 러시아는 때를 놓치지 않고 첨단무기를 개발했다.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은 “그런 무기가 우리의 전략적 자산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이버·전자전이 우주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 결과 우리의 기술적 우위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더는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제14공군 사령관 데이비드 버크 중장은 “그들의 능력 강화로 우리의 우주 자산에서 위험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공군 우주사령부는 2025년 대기권 밖의 우주 공간을 무대로 하는 대규모 전쟁연습을 실시했다. 미국의 군사·민간 전문가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대표단 등 200명이 참석했다. 세부사항은 극비에 부쳐졌지만 우주사령부는 이번 전쟁연습에 “다양한 작전 환경에 전반적인 위협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미국 위성에 가해질 수 있는 모든 위협에 대처하는 연습을 했다는 뜻이다.

잘 알려진 위협 중 하나는 지구 저궤도부터 고도 약 3만5000㎞의 정지궤도까지 다양한 궤도에 위치한 미국 위성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 탄도 미사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찰위성의 카메라를 무력화하거나 위성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지상 기반의 레이저건도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선에 장착한 레이저도 몇 년 뒤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다른 위성을 무력화시키거나 궤도에서 이탈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는 위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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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샤후이족 자치구 인촨의 닝샤과학기술박물관. 중국 국무원은 올해부터 매년 4월 24일을 ‘중국 우주의 날’로 정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전투엔 사이버 공격도 포함된다. 2011년 루마니아 출신 해커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밀 위성 데이터에 접근했다. 2014년엔 중국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위성 네트워크를 해킹해 이틀 동안 마비시켰다고 미국 관리들이 말했다. 그런 사이버 침투는 미국의 위험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싱어의 소설 ‘유령 전단’에서 묘사된 것과 유사한 시나리오에서 해커들은 미국 위성을 조작해 잘못된 기후 데이터와 좌표 등의 허위 정보를 미군과 동맹군에 송신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럴 경우 미군과 동맹군의 작전 계획과 전개, 표적 추적과 타격이 전부 불가능해진다. 미국 공군 우주사령부와 정보기관에 자문하는 싱어는 위성 해커가 미군 미사일을 조작해 아군을 공습하도록 만들거나 위성의 진행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전에도 우주에서의 전쟁 위협을 우려했다. 1957년 소련이 사상 최초로 유인 위성 스푸트닉을 발사한 직후 미국은 소련이 우주에서 핵공격을 감행할지 모른다고 우려해 위성요격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또 미군은 우주에서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1962년 남태평양 상공 400㎞에서 실시한 핵실험은 매우 강력한 전자기파를 생성해 미국 위성 5기의 전자 장치를 망가뜨리고 수천㎞ 떨어진 곳까지 정전과 전화·무선 통신을 두절시켰다. 이런 핵실험은 대량살상무기의 우주 배치를 금하기 위해 1967년 발효된 유엔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으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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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러시아의 리소스-P3 위성이 카자흐스탄에서 발사됐다. 원격 탐지와 고해상도 데이터 전송을 위해 설계된 위성이다

그 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준비를 탐지하는 미국과 소련의 조기경보시스템에서 고성능 감시위성이 핵심 요소가 됐다. 냉전의 양대 강대국으로서 우주에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는 미국과 소련의 노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련은 자살 차량폭탄 비슷한 우주 무기를 개발했다. 미국 위성 곁에 다가가 자폭하는 무인 위성을 가리킨다.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했다. 일명 ‘별들의 전쟁’이었다. 소련의 핵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지상의 요격 시스템과 우주의 레이저 무기를 혼합하는 전략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은 11.5㎞ 상공에서 F-15 전투기로 미사일을 발사해 수명을 다한 미국 위성 1기를 파괴함으로써 미국의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이 우주에서 실제로 전쟁을 치른 적은 없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양측 모두 상대방의 조기경보위성을 핵병기고의 주요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상대방의 위성을 공격하면 핵공격의 신호탄으로 인식돼 즉시 핵 보복공격이 이뤄진다). 워크 부장관은 “미국과 소련은 우주 시스템 공격이라는 ‘레드라인’을 절대 넘어선 안 된다고 상호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1991년 냉전이 끝난 뒤 우주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졌다. 미국과 소련 외 약 60개국이 우주에 진출했다. 현재 위성 약 1100기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한편 미군은 위성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핵조기경보만이 아니라 통신·기후예보·기동 등 재래식 군사요건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국방부는 우주 자산 보호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군사 지도자들은 우주를 미국의 안전한 성역으로 인식했다. 그러면서 인력과 예산을 중동에서 치르는 전쟁 같은 다른 시급한 쪽으로 옮겼다. 싱어는 “미국의 적들은 그런 상황을 뻔히 안다”고 말했다.

중국이 위성요격 무기를 개발한다는 의혹이 2007년 1월 제기됐다. 당시 중국은 미사일을 발사해 지구 저궤도에 있던 낡은 기후위성을 제거했다. 2013년엔 고도 2만9000㎞까지 올라갈 수 있는 미사일을 실험했다. 미국 GPS 위성만이 아니라 고도 3만5000㎞의 정지궤도에 위치한 미군의 군사용 조기경보위성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기다. 중국은 2010년과 2014년, 그리고 지난해에도 은밀히 비슷한 실험을 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그런 미사일을 배치하면 미국의 우주 시스템이 지속적인 위협에 노출된다고 판단했다. 하이튼 우주사령관은 지난해 “그런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그처럼 7년 개발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며 중국의 의도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의 최신형 우주 무기에 관한 의혹은 2013년과 그 다음해 군사용 위성 4기의 발사에서 제기됐다. 미성 인텔샛 2기에 바짝 접근했다. 일부 전문가는 그 위성들이 공격 능력을 갖췄는지에 의문을 표하지만 위든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것들은 ASATS”라고 그는 뉴스위크에 말했다. 군사용 약어로 ‘위성요격 무기(anti-satellite weapons)’를 가리킨다.

현재 미군은 일부 군사용 위성이 공격 받아 무력화될 경우 나머지 위성을 보호하고 우주에서의 정보 흐름을 유지하는 방법을 두고 논의 중이다. 특히 최신 군사용 위성에 탑재된 방어 시스템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첩보위성 카메라에 두꺼운 셔터를 부착해 레이저 공격을 막는 방법부터 위성 신호를 증폭해 전파방해를 막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전파방해를 받으면 다른 주파수로 이동해 데이터를 송신하는 것도 대안이다. 또 미군은 중립국이나 상업용 위성에서 데이터를 송신 받아 정보 출처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현재 GPS 운항의 대안도 찾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전략핵방어에 중요할 뿐 아니라 재래식 통신과 감시 능력도 갖춘 위성 프로그램의 효용성도 검토한다. 우주에서 경쟁이 없고 군의 주요 관심사가 위성 발사 때마다 비싼 비용의 최대한 효과를 얻는 것이였을 때는 그런 복합적인 용도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그 같은 다용도 위성이 적의 좋은 표적이 되면서 더 작고 저렴한 위성으로 역량을 분산시키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