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간의 아주 특별한 여행

토니 마이어스 감독의 아이맥스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행성’,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지구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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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ISS)에서 전망창을 통해 지구를 촬영하는 이탈리아인 우주비행사 사만타 크리스토포레티.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것은 세상의 어떤 체험과도 비교할 수 없다. 선별된 우주비행사들은 궤도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ISS)의 전망창을 통해 특이한 관점에서 우리 지구를 내려다볼 기회를 갖는다. 그들은 지구의 빼어난 아름다움과 연약함, 인간이 만든 흠집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근년 들어 그들은 ISS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여정을 기록한 사진과 동영상을 소감과 함께 SNS에 올려 지구에 사는 우리가 ISS에 있는 그들의 눈으로 지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트윗과 작은 화면은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서 느끼는 진정한 감동을 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개봉된 아이맥스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행성(A Beautiful Planet)’의 제작자 겸 감독인 토니 마이어스는 “타임 랩스(time lapse, 피사체를 일정 간격으로 촬영해 장시간의 일을 짧게 압축해 보여주는 기법) 동영상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것과 18x24m 대형 화면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아주 멋진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맥스 3D로 보면 ‘경외심이 절로 생기는데’라고 말할 것 같다.”

마이어스 감독은 아이맥스 다큐멘터리 영화의 거장이다. 그녀는 ‘푸른 행성(Blue Planet, 1990)’ ‘우주 정거장(Space Station, 2002)’ ‘허블(Hubble, 2010)’로 우리를 우주로 데려갔고, ‘언더 더 시(Under the Sea, 2009)’로 우리를 바다 속으로 인도했다. “아이맥스는 처음부터 아주 실험적인 매체였다. 아이맥스 영화는 보통 때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이맥스 기술을 사용하면 우주정거장 안에서 직접 전망창을 통해 지구를 내려다보는 실감이 난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우주로 데려가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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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우주비행사 유이 키미야가 ISS에 배달된 과일의 포장을 풀자 무중력 상태에서 과일이 떠돌았다.

마이어스 감독과 아이맥스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손잡고 우주비행사 여러 명을 훈련시켰다. 자신의 ‘독특한 관점과 시각’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우주비행사들은 15∼20시간을 투자해 사진을 위한 조명과 노출, 초점과 음향 등의 기술을 익혔다. 그들은 마이어스 감독이 의도하는 결과를 더 잘 이해하고 제작진이 영화에 담을 ISS 내부 장면과 궤도에서 촬영할 지구 피사체의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이전 작품들을 관람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스트는 촬영이 진행되면서 계속 바뀌었다.

마이어스 감독은 “그들에게 궤도상의 감독으로서 그들이 찍고 싶은 걸 찍을 수 있는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난 그들에게 ‘외계인이 갑자기 나타나 밖에서 전망창에 얼굴을 갖다댈 때 촬영 리스트에 없다고 그 장면을 찍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승인된 촬영 장비는 2014년 9월 ISS에 도착했다. NASA의 우주비행사 배리 E 윌모어가 약 한 달 뒤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 기간은 15개월이었다. 그동안 우주비행사들은 정기적으로 교체됐다. 그들은 과학실험과 운동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에 짬을 내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그런 특이한 과정을 통해 관람객이 우주 정거장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관점에서 지구를 보고 우주비행사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영화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고 자는 느낌이 어떤지 알 수 있고, 중력이나 흐르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머리 감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아름다운 행성’은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그녀의 해설은 관람객을 부드럽게 우주로 데려가 작은 점으로 보이는 지구로 인도한다.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평균적인 크기의 행성인 지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별로 치면 지구는 결코 대단치 않다. 그러나 지구는 모든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다. 우리가 아는 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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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비행사 테리 버츠는 궤도에서 보기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바하마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관람객은 소유즈 로켓의 작은 캡슐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엔 미국인 테리 버츠, 이탈리아인 사만타 크리스토포레티, 러시아인 안톤 슈카플레로프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곧 시속 2만8000㎞로 우주정거장을 향해 날아간다. 영화 내내 로렌스의 해설은 귀환 후 인터뷰에서 녹음한 우주비행사들의 목소리와 교차된다.

버츠는 ‘아름다운 행성’ 촬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기뻤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맥스 영화를 좋아했으며, 특히 아이맥스 초기 영화인 1976년 다큐멘터리 ‘창공을 날아라(To Fly!)’를 본 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버츠는 우주비행사 겸 ‘궤도상의 감독’으로서 겨울철 러시아의 흰색, 바하마의 청록색 등 색상으로 지구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눈엔 궤도에서 보기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하마였다.

버츠는 지구가 너무도 아름답지만 인간이 파괴하는 환경의 실상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엉망진창이다. 중국은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마치 갈색 수프 같다. 브라질에선 우림이 벌채된 거대한 사각형 빈터가 보인다.” 그에게 가장 고통스런 광경 중 하나는 밤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밝게 빛나지만 북한만은 암흑에 싸여 있는 것이었다.

촬영에 참여한 우주비행사들은 디지털 필름으로 야간 장면을 포착해 처음으로 아이맥스 영화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전 영화들과 달리 ‘아름다운 행성’은 지구 표면을 번개로 수놓는 뇌우, 북극광, 마치 별자리 같은 세계 각 도시를 보여준다. 버츠는 “아이맥스 영화를 통해 실제로 우주에 가지 않고도 우주에 있는 것과 가장 가까운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맥스 영화는 체험이나 메시지와 완전히 통합되는 형식의 작품이다. 마이어스 감독은 내가 랩톱 컴퓨터로 이 영화를 먼저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아이맥스로 보지 않으면 체험도 메시지도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아이맥스로 다시 볼 생각이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최근 비 내리는 어느 날 저녁 나는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친구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아이맥스 극장을 찾았다. 우리는 3D 안경을 끼고 45분의 우주여행을 즐겼다. 우리는 우아한 모습의 지구를 보면서 넋을 잃었고, 우주비행사가 우주 유영을 할 때 불안한 마음을 간접 체험했다. 크리스토포레티가 윌모어의 우주복을 벗겨 주려고 갖은 애를 다 쓸 땐 웃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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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에서 지구의 야간에 촬영한 캐나다 동북부와 미국 지역으로 별처럼 흩뿌려진 조명과 희미한
북극광이 보인다.

영화가 끝난 뒤 친구와 우주에서 핀 꽃과 무중력 상태에서 재배한 상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우주비행사들이 그 상추 맛을 보는 장면을 봤다. 또 우주비행사가 되려고 지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선발 과정이 어떤지, 또 ISS에서 거의 1년을 지낸 스콧 켈리의 경험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친구는 “학생들에게 꼭 이 영화를 보여줘야겠다”고 말했다.

마이어스 감독은 ‘아름다운 행성’이 표적으로 삼는 관객층이 내 친구의 학생들 같은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은 환경을 중시하고 지구를 보존하는 데 매우 열정적이다. 어른들은 빚에 쪼들리고 일상생활에 시달리고 월세를 내느라 바쁘다. 그들은 청소년보다 지구에 신경을 덜 쓴다.”

‘푸른 행성’이 약 25년 전 개봉된 이래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일반인도 우주 탐사에 간접 참여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마이어스 감독은 말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아름다운 행성’을 보고 이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길 기대한다. 예를 들어 이 영화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핵융합로 건설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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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외부 수리 작업을 위해 우주 유영을 하는 미국인 우주비행사 베리 윌모어.

마이어스 감독은 “대개 사람들은 환경 파괴 등 지구가 당면한 문제를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구에 살면서 그런 일은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지구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런 취지에서 버츠는 마이어스 감독에게 미국 대서양 연안의 체사피크만 수중 청소에 관한 장면을 꼭 영화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변화가 가능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관람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관람객이 극장을 떠날 때 너무 비관적이 되지 않기 바란다.

마이어스 감독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암울한 상황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각적 색조부터 자애로운 해설자로 로렌스를 발탁한 것까지 모든 면에서 그런 목표가 고려됐다는 설명이었다. “지구에 무심하다고 사람들을 질책하지 않고 지구를 위해 노력하도록 격려하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