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 기타 27억원 줘도 아깝지 않다

링고 스타의 드럼, 에릭 클랩튼의 기타 등 록큰롤 스타의 기념품이 경매에서 인기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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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스타의 드럼 세트는 지난해 12월 경매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구단주 짐 어세이에게 225만 달러에 팔렸다.

지난 1월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미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구단주 회의가 열렸다. 로스앤젤레스(LA)로 연고 이전 신청을 한 3개 팀 중 어떤 팀을 고를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32개 구단 중 30개 구단의 지지로 세인트루이스 램스 팀이 올해 연고지를 LA로 이전하도록 승인받았다.

그날 회의 도중 휴식 시간에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구단주 짐 어세이(56)는 시애틀 시호크스의 구단주 폴 앨런(63)과 얘기를 나눴다. 대화 주제가 축구에서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 관심사로 옮겨갔다. “앨런, 당신이 링고(비틀즈의 전 멤버 링고 스타)의 드럼 세트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어세이가 말했다. 두 사람은 고가의 로큰롤 기념품 수집에서 세계 선두를 달린다. 지난해 12월 링고의 드럼(링고 스타가 비틀즈의 미국 데뷔 무대 ‘에드 설리번 쇼’에서 연주했던 1963년 검정색 루드윅 드럼 세트) 경매에 최고가로 입찰해 낙찰받은 어세이는 재력이 막강한 앨런이 그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아니, 참여했었다네.” 경매에 익명으로 입찰했던 앨런이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앨런은 2000년 시애틀에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을 설립했다. 지미 헨드릭스와 커트 코베인의 기념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박물관이다. “그래요? 그럼 중도에 포기해 줘서 고마워요.” 어세이가 말했다.

그들은 같은 취미를 가진 여느 중년 남자들과 다를 게 없었다. 야구카드 수집가들이 이베이에서 최근 발견한 카드 이야기를 나누며 흐뭇해하거나 금속탐지 동호인들이 알루미늄 캔 따개밖에 찾지 못한 날 위로를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어세이가 링고의 드럼을 손에 넣는 데 225만 달러나 들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어세이는 앨런과 수많은 다른 입찰자들을 물리치고 이 드럼을 낙찰받아 로큰롤의 보물로 가득 찬 소장품 목록에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소중한 아이템 하나를 더 추가했다. 그는 밥 딜런이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던 스트래토캐스터 전자 기타와 제리 가르시아가 맞춤 제작한 호랑이 그림이 새겨진 기타, 존 레넌이 ‘The Beatles’ 앨범(White Album으로도 알려졌다) 제작 당시 잠시 탈퇴했던 링고 스타에게 컴백 선물로 줬던 리켄배커 기타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드럼 세트를 갖게 된 어세이는 너무 기뻐 “제정신이 아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이 드럼의 획득을 ‘로큰롤 기념품의 슈퍼볼’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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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그림이 그려진 재니스 조플린의 포르셰 356 카브리올레는 지난해 12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76만 달러에 낙찰됐다.

최근 들어 소장 가치가 높은 로큰롤 기념품이 거의 매달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10월에는 레넌이 비틀즈 초창기 히트곡(‘She Loves You’ ‘I Saw Her Standing There’ ‘I Want to Hold Your Hand’ ‘All My Loving’ 등)을 공동 작곡할 때 사용한 깁슨 기타가 경매에서 익명의 입찰자에게 240만 달러에 팔렸다(어세이는 160만 달러에서 입찰을 포기했다).

그 몇 주일 전에는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1962년 비틀즈와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서명한 계약서 한 장이 56만9000달러에 팔렸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몽환적인 그림이 그려진 재니스 조플린의 포르셰 356 카브리올레 자동차가 익명의 입찰자에게 176만 달러에 낙찰됐다. 커트 코베인의 추레한 앙고라 카디건(13만7500달러)이나 앨리스 쿠퍼가 무대 소품으로 사용했던 단두대(3만2500달러)는 헐값으로 느껴질 정도다.

로큰롤의 역사가 담긴 기념품들은 상위 1%의 부자들이 다 사들이는 듯하다. 고가의 수집품 대다수가 그렇긴 하지만 부자들이 로큰롤 기념품에 돈을 쓰는 이유가 뭘까? 돈을 묻어둘 흥미로운 곳을 찾던 베이비붐 세대의 부자들이 역사적인 순간(나이 든 로큰롤의 거장들이 과거의 기념품들을 내놓을 때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록 스타들이 오랫동안 지니던 기념품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노래 가사가 적힌 공책이나 서명이 들어 있는 종이 쪽지 같은 하찮은 물건들이 록 박물관에 전시될 만한 중요한 아이템들과 함께 경매에서 팔리는 경우가 점점 더 늘고 있다. 후자의 경우는 보험료만 해도 99%의 보통사람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고가다.

지난 20년 동안 ‘로큰롤 명예의 전당’(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 소재)과 부설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일해 온 메레디스 러틀리지-보거는 록 기념품 시장의 변동을 2000년대 초에 처음 느꼈다고 한다. “에릭 클랩튼의 기타 ‘블래키’가 놀라운 가격에 팔렸다”고 그녀는 말했다. 2004년 클랩튼이 재활시설 크로스로즈 센터의 기금 마련을 위해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은 1950년대 스트래토캐스터 기타가 95만9500달러에 팔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즈음 이 기타와 다른 로큰롤 기념품 몇 점이 고가에 팔리자 많은 사람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러틀리지-보거는 말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중요한 로큰롤 기념품 경매를 갈수록 늘려 나갔다. 쿠퍼오웬과 헤리티지 등 새로운 경매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요즘 경매 시장에서는 매달 기록적인 가격에 로큰롤 기념품이 팔려나간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LA의 그래미 박물관 등은 전시회를 열 때 개인 수집가들의 소장품에 의존한다. “수집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그래미 박물관의 밥 샌텔리 소장이 말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세계 곳곳의 음악 박물관들이 그들의 소장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억만장자들의 선심이 아니라면 이런 전시회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실 경매 업체들은 기부자가 익명을 요구할 때 비밀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귀한 물건들이 개인 금고에 숨겨졌는지 알 수 없다.

헤리티지 경매의 게리 슈럼은 로큰롤 기념품이 투자 품목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을 9·11 테러 이후로 본다. “9·11 이후 모든 게 이상해졌다”고 슈럼은 말했다(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해리티지 경매는 최근 존 레넌의 머리카락을 한 영국인 수집가에게 3만5000달러에 팔았다). 9·11 이후 기존의 투자 품목들은 인기가 떨어졌지만 모험심 많은 수집가들은 희귀한 동전부터 ‘슈퍼맨’ 만화책까지 새로운 아이템에 투자했다. 슈럼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투자 심리는 이런 식이었다. ‘이거 정말 멋진데. 가치가 있어. 지금부터 20년이 지나도 멋질 거야.’”

멋진 건 맞지만 로큰롤 기념품의 금전적 가치가 오랫동안 지속될까? 수집가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노련한 수집가들도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뮤지션의 기타를 사들일 때 돈보다 만족감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투자의 경제적 가치를 예측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록 스타의 매력과 인기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데이비드 보위의 예술적 유산이 가치있지만 그의 기념품을 수집하는 팬들은 오랫동안 그 가치가 유지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경매업체 ‘프로파일즈 인 히스토리’는 이번 여름 프린스가 1984년 ‘Purple Rain’ 앨범을 발표할 당시에 입었던 검은색과 회색의 오토바이 재킷을 경매할 계획이다. 오는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입찰이 진행되는데 업체 측의 예상 낙찰가는 6000~8000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4월 프린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낙찰가가 10만 달러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업체의 대변인이 말했다.

이런 종류의 경매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어세이가 큰돈이 걸린 경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NFL 플레이오프 경기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여기엔 문화적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어세이는 자신이 “앞으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여러 명의 셰익스피어(존 레넌과 밥 딜런 등)가 공존하던 시대의 기념품을 잠시 맡아 돌보는 관리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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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이 초창기 히트곡들을 공동 작곡할 때 사용했던 깁슨 기타는 지난해 10월 경매에서 240만 달러에 팔렸다.

이런 문화적 책임감과 경제력이 최고 부유층 사이에 특별한 구매 집단을 형성한다. 비틀즈가 사용했던 악기를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 이야기를 엮은 ‘비틀즈 기어(Beatles Gear)’의 저자 앤디 바비어크는 “기타 한 대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려면 자산이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재력과 문화적 책임감을 겸비한 사람은 “세상에 25~30명밖에 안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로큰롤 기념품 수집 붐의 혜택을 보는 쪽은 엄청난 현금을 쓸 준비가 된 경험 많은 수집가들뿐이 아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건축 도급업자 존 매코는 1969년 친구에게 175달러를 주고 산 깁슨의 어쿠스틱-전자 겸용 기타가 잡지에 실린 조지 해리슨의 기타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코는 바비어크에게 연락해 알아본 뒤 자신이 갖고 있는 깁슨 기타가 한때 존 레넌의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해리슨과 레넌은 1962년 깁슨에서 이 기타를 선물로 받았다. 레넌이 쓰던 기타는 1963년 영국 런던의 한 공연장에서 비틀즈의 크리스마스 공연이 끝난 뒤 한 공연 매니저가 그곳에 놓아둔 채 잊고 갔다. 이 잃어버린 깁슨 J160-E 기타는 오랫동안 비틀즈 스토리에서 신화에 가까웠다. 하지만 매코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 기타가 어떻게 런던에서 샌디에이고의 기타 상점까지 가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영국의 한 밴드가 공연장에 남겨진 그 기타를 발견하고는 1960년대 중반 여러 순회공연에서 연주하다가 팔았다는 설이 있다. 그것이 레넌의 기타였는지를 그들이 알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타 상점과 1967년 그것을 사들였던 매코의 친구는 분명히 몰랐던 듯하다. 알았더라면 그 옛날이라고 해도 175달러에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매코는 자신이 수십 년 갖고 있던 기타가 존 레넌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안 뒤 로큰롤의 성배와도 같은 그 악기를 계속 자기 집에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기타는 지난해 10월 할리우드에 있는 줄리언스 경매를 통해 익명의 입찰자에게 240만 달러에 팔렸다. 매코는 수익금의 일부를 오노 요코의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매코와 줄리언스 경매의 소유주 대런 줄리언은 그 기타를 산 사람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경매 업계에서는 익명성이 철저히 보호된다.

하지만 가끔 소장품의 내용이 밝혀지는 걸 꺼리지 않는 큰손 입찰자도 있다. 2000년 ‘기타 행거’(코네티컷 주 브룩필드의 기타 상점)의 소유주 릭 테데스코는 수소문 끝에 믹 론슨이 소유하고 연주했던 1968년 깁슨 레 폴 커스톰 기타를 찾아냈다. 론슨은 데이비드 보위의 백 밴드 ‘스파이더스 프롬 마스’의 기타리스트였다. ‘The Man Who Sold the World’ ‘Hunky Dory’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Aladdin Sane and Pin Ups’ 등의 앨범에 실린 론슨의 연주는 글램록을 대표하는 사운드로 인정받았다.

“난 그 기타를 팔려고 사들인 게 아니다”고 테데스코는 말했다. “‘연주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기타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꼭 들어맞는 기타였다.”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사이먼 돌런(46)도 같은 생각이었다. 2014년 론슨의 기타 이야기를 들은 그는 테데스코와 흥정을 벌인 끝에 20만 달러에 그 기타를 샀다. “누군가 내게 500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이 기타를 팔지 않겠다”고 돌런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보위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처음 그 기타를 연주했다. ‘Ziggy Stardust’의 반복 악절을 연주했는데 소리가 완벽해 눈물이 났다.”

– 그렉 에번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