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속의 잃어버린 그림 찾아라

피카소의 ‘기타 치는 눈먼 노인’ 바탕에 숨겨진 여성의 그림을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법으로 복구
연구팀은 인공 신경망 기술로 피카소의 ‘기타 치는 눈먼 노인’ 아래 숨겨진 그림을 재현할 수 있었다. 맨 왼쪽은 피카소의 작품, 가운데는 X선 이미지, 오른쪽은 복구된 그림. 그림 복구에는 피카소의 ‘인생’(맨 오른쪽) 화풍을 적용했다. / 사진:PINTEREST

화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 지난 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잘 알려진 예외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가 그 예다.

피카소의 걸작 ‘기타 치는 눈먼 노인’(1903-04) 그림의 바탕에는 여성의 모습이 희미하게 들어 있다. 이 그림은 피카소의 유명한 청색 시대 작품이다. 청색 시대란 피카소가 친구의 자살, 화단의 냉대, 가난과 절망으로 파란색으로만 그림을 그린 시기(1901~04년)를 가리킨다. 1998년 시카고 현대미술관의 보전처리 전문가들이 X선과 적외선을 사용해 이 그림에서 물감 맨 위층의 이면을 살펴볼 때 그 여성을 처음 발견했다.

얼마 전까지 그 여성의 그림에서 탐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희미한 윤곽뿐이었다. 색상과 화풍 같은 세부 사항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은 한 화가의 화풍을 다른 화가와 구별하거나 피카소 같은 화가의 경우 세부적인 활동 시기(예를 들어 청색 시대, 장미 시대 등)에 따른 차이를 파악하도록 훈련받은 인공 신경망으로 베일에 가린 그 여성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반드시 피카소의 작품 그대로는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이 인공 신경망의 기본은 2015년 독일 튀벵겐대학의 박사 과정 학생 레온 가티스가 개발한 기법으로 ‘뉴럴 스타일 트랜스퍼(neural style transfer)’로 불린다. 이 기계 영상 기법은 미술 작품의 화풍을 확인하고 그 화풍을 다른 그림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 화풍을 폴 세잔의 화풍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화풍을 모방하고 싶은 미술품과 미술품처럼 꾸미고 싶은 실제 사진 정보만 입력하면, 거장이 실제로 그린 것과 흡사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동영상에도 적용됐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사용된 화풍으로 전환된 영화 ‘아이스 에이지’의 일부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앤서니 부라셰드와 조지 칸 연구원은 피카소의 그림 ‘기타 치는 눈먼 노인’에서 찾아낸 숨겨진 여성을 기술적으로 복구해낸 과정을 ‘잃어버린 그림 사냥꾼(Raiders of the Lost Art)’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작성해 ‘아카이브(arXiv, 출판 전에 논문을 수록할 수 있는 서버)’에 발표했다. 그 논문은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다뤘다. 그들은 그 여성의 윤곽을 X선 이미지로 포착한 다음 역시 피카소의 청색 시대를 상징하는 또 다른 걸작 ‘인생’(1903)의 화풍으로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신경망에 연결했다. 그 결과는 한 세기 훨씬 이전 피카소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시대에 그가 채택한 화풍의 전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카소의 ‘웅크리고 있는 여자’에서도 숨겨진 그림이 나왔다. 여자의 굽은 등 아래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푸른 언덕이 그려져 있었다. 연구자들은 동시대의 스페인 화가 산티아고 루시뇰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 풍경화를 같은 기술로 복구했다. / 사진:ANTHONY BOURACHED AND GEORGE CANN

피카소의 ‘웅크리고 있는 여자’에서도 숨겨진 그림이 나왔다. 여자의 굽은 등 아래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푸른 언덕이 그려져 있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온타리오 아트갤러리가 그 그림을 X선으로 분석한 결과 그림 아래에 풍경화가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그 밑그림에서도 똑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연구자들은 동시대의 스페인 화가 산티아고 루시뇰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 풍경화를 루시뇰의 ‘비밀스러운 미로가 있는 공원’에 사용된 화풍으로 전환시켰다.

부라셰드와 칸 연구원은 신경망으로 전환된 이미지가 다른 ‘잃어버린 그림’을 찾는 데도 사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알고리즘은 결코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흔한 관념을 반박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우리는 기계학습을 예술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인간과 인공지능(AI)의 합작을 통해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통찰력과 영감에 찬 독창성의 풍경을 넓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카소의 작품 중 잃어버린 그림을 숨기고 있는 건 ‘기타 치는 눈먼 노인’과 ‘웅크리고 있는 여자’만이 아니다. 화가들은 종종 예전의 그림 위에 새 그림을 그린다. 특히 경제적으로 궁핍해 새로운 캔버스를 살 수 없을 때 그렇게 한다. 2014년 연구팀은 피카소의 ‘푸른방’(1901) 작품에서도 숨겨진 초상화를 발견했다. 머리에 손을 얹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 로지 매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