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걸린 낡은 그림, 알고 보니 르네상스 걸작

13세기 피렌체 거장 치마부에의 ‘조롱받는 예수’로 확인 … 약 78억원 가치로 추정
3세기 르네상스 거장 치마부에의 작품으로 확인된 ‘조롱받는 예수’가 프랑스 파리 근처 콩피에뉴의 한 민가 부엌에서 발견됐다. / 사진:AP/YONHAP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걸작 미술품이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다가 최근 발견됐다.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의 한 민가에 걸렸던 이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학파의 시조로 불리는 13세기 화가 조반니 치마부에(본명은 체니 디 페포)의 잊혀진 명화였다. 그 민가의 나이 많은 안주인은 이 그림이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고 그저 오래된 성화로만 생각하고 부엌에 걸어두고 있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미술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치마부에의 ‘조롱받는 예수’로 650만 달러(약 77억675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은 그림이 치마부에의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림은 치마부에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는 적외선 검사 등 확인 작업을 거쳤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여러 부분으로 나눠진 폴립티크 ‘예수 수난’ 연작 중 일부라고 믿는다. 이번에 발견된 부분은 1280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형을 묘사하고 있다. 이 연작 중 다른 두 점, ‘성모의 대관’은 현재 영국 런던 왕립 갤러리에, ‘채찍질 당하는 예수’는 뉴욕 프리크 컬렉션 갤러리에 각각 전시돼 있다. ‘성모의 대관’은 2000년 영국 서포크에 있는 한 별장에서 발견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옛 거장 전문가로 이번에 발견된 그림의 판매에 관여하는 에릭 튀르켕은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페이퍼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그림은 치마부에의 작품으로 카탈로그에 최근 추가된 작은 크기의 성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 그림의 패널이 치마부에의 작품임을 알려준 단서라고 지적했다. 비잔틴 시대에는 포플러 목재 패널을 널리 사용했는데 나무에 벌레가 먹어 파인 구멍이 치마부에의 연작 중 다른 두 작품 패널의 형태와 똑같다는 설명이었다. “똑같은 포플러 나무 패널이다. 이 그림이 치마부에의 작품이라는 객관적인 증거다.”

1272~1302년 피렌체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치마부에는 비잔틴 고전주의 양식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두초·조토(치마부에 아래서 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와 함께 르네상스 초기의 선구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영국 런던 왕립 갤러리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미술사에서 이탈리아 화가들이 형태와 공간을 3차원 자연주의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를 대표한다. ‘예수 수난’ 연작만이 아니라 피사 두오모 성당의 ‘복음서의 기자 요한’ 모자이크, 아시시 성프란체스코의 프레스코화 ‘산타트리니타의 마에스타’,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도 그의 작품이다.

치마부에는 이탈리아 시인 단테가 인정할 정도로 당대에 영향력이 큰 화가였다. 단테는 ‘신곡’에서 “그림에선 치마부에가 최고의 자리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토의 명성만 높고 그의 이름은 퇴색해 버렸구나”라고 읊었다.

‘조롱받는 예수’는 오는 10월 27일 프랑스에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 로지 매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