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광기’ 헤쳐나가는 여성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원작자 캔디스 부시넬, 갱년기 여성의 삶 다룬 신저와 자신의 중년 생활을 말하다
캔디스 부시넬은 최근 펴낸 책 ‘이즈 데어 스틸 섹스 인 더 시티?’에서 갱년기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 사진:LOCAL.AARP.ORG, WIKIPEDIA.ORG

작가 캔디스 부시넬(60)은 HBO 인기 드라마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1998~2002년 방영)의 원작 책에서 1990년대 후반 미국 대도시에 사는 30~40대 전문직 여성의 삶을 고찰했다. 최근 발표한 아홉 번째 책 ‘이즈 데어 스틸 섹스 인 더 시티(Is There Still Sex In The City)?’에서는 갱년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책은 그녀가 ‘중년의 광기(Middle Aged Madness)’라고 부르는 시기를 헤쳐나가는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슬프고도 재미있는 여행이다. 지난 10년 사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남편과 이혼한 부시넬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시골로 이사했다.

그녀가 하이힐과는 거리가 먼 시골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 한 출판사 편집자가 그녀를 뉴욕으로 다시 불러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 ‘이즈 데어 스틸 섹스 인 더 시티?’는 요즘 남녀가 짝을 찾는 새로운 방식과 다양한 50대 여성들의 시련을 조명한다. 책 속에서 그녀는 온라인 데이팅의 세계를 탐험한다. 20~30대 초반의 젊은 남자들을 만나고, 매디슨 애버뉴에서 러시아제 가짜 항노화 크림에 속아 수천 달러를 날리기도 한다.

그녀는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보려고 하지만 자신이 ‘슈퍼 중년(Super-Middles)’이라고 부르는 부류에 합류할 마음은 없다. 슈퍼 중년이란 나이 들면서 건강에 신경 쓰며 운동을 많이 해 60대에 들어서도 이전보다 더 젊어 보이는 사람을 가리킨다.

부시넬이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섹스 앤 더 시티’ 시대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중년 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부시넬은 이 드라마의 원작 책에서 1990년대 후반 맨해튼에 사는 30~40대 전문직 여성의 삶을 고찰했다. / 사진:HBO.COM

왜 갱년기 대신 ‘중년의 광기’라는 용어를 썼나?

갱년기는 너무 단순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5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여성들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을 말하고 싶었다. 폐경이 되고, 매력을 잃고, 나이 든 여성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말이다. 일종의 정신적 과도기다. 이 시기를 지나는 많은 여성이 상실감을 느낀다.

뉴욕타임스는 서평에서 이 책이 논픽션이 아니라 소설이라고 바로잡았다. 당신의 실생활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나?

좋은 질문이다. 난 이 책에서 나 자신을 이 과도기를 지나는 여성의 한 예로 이용했다. 하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허구이며 책의 일부는 픽션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을 알지는 못하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뤘다.

이 책도 TV 드라마로 만들어지는데 누가 당신 역을 맡나?

그 캐릭터가 과연 지금의 나인지는 모르겠다. 8~10년 전 갱년기가 시작될 무렵의 나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캐스팅에 관해서는 아는 바 없고, 추측하지도 않겠다. 솔직히 누가 내 역을 맡든 고맙게 여길 것이다.

‘브로드 시티’ ‘플리백’ 등 ‘섹스 앤 더 시티’의 뒤를 잇는 여성 코미디 드라마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그중 가장 좋아하는 걸 꼽는다면?

‘플리백’을 좋아하지만 난 그 드라마가 ‘섹스 앤 더 시티’의 아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성공이 업계 사람들에게 ‘복잡한 여성 캐릭터들에 관한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고 돈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줬기 때문에 나온 드라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이 신경 쓰는 건 손익계산뿐이다. 요즘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성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드라마는 없다. 드라마를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몰아보는 스타일이 아닌가?

아니다. 밤에 시간이 나면 주로 책을 읽는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나?

조안 라모스(Joanne Ramos)의 ‘더 팜(The Farm)’을 읽고 있다. 대리모들이 스파 같은 곳에 갇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흥미진진하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나 롱아일랜드 햄턴스의 자택에서 뉴욕을 오가며 운전하는 동안 어떤 음악을 듣나?

가끔 요즘 유행하는 팝송을 들을 때도 있지만 주로 1960~70년대의 록 음악을 듣는다. 난 보통 롱아일랜드 고속도로(LIE)를 이용하는데 마음 놓고 노래를 즐길 여유가 없다. 교통체증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해야 하므로 운전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9편의 책을 썼는데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를 꼽는다면?

‘지위상승(Trading Up)’이다. 비호감형 여주인공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캐릭터의 내면에 굉장히 몰입했었다. 20세기 말의 뉴욕 사회를 잘 묘사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책 사인회에 가면 팬들이 주로 뭘 묻나? 또 그런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뭔가?

사람들은 늘 미스터 빅(‘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의 연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실제로 있었다. 팬들로부터 ‘섹스 앤 더 시티’가 인생의 한 시기를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팬들은 내게 늘 감동을 준다. 똑똑하고 야망 있는 여성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훌륭히 해내고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며, 이해가 빠르고 유머 감각도 있다.

외모 이야기로 넘어가자. 책에 보면 러시아제 항노화 크림으로 사기를 당해 4000달러를 날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60세가 되고 나서 미용 습관에 변화가 생겼나? 보톡스나 필러는 어떻게 생각하나?

1990년대에 보그 잡지에서 일할 때 새로운 미용시술이 나오면 직접 가서 체험해보고 기사를 쓰곤 했다. 그래서 1990년대 초 입술 콜라겐 필러가 처음 나왔을 때 내가 직접 시술을 받아보고 기사를 썼다. 결과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40세 무렵엔 보톡스를 맞았다. 그에 관한 기사를 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난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종종 받긴 하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어쨌든 그런 시술에 대한 반감은 없다. 또 60세가 되고 보니 성형수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쿠거(cougar)’와 ‘커빙(cubbing)’은 어떻게 다른가?

‘쿠거’는 젊은 남성을 쫓아다니는 나이 든 여성을, ‘커빙’은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찾는 현상을 가리킨다. 커빙 현상의 이유로는 포르노와 MILF(나이 들어도 섹시한 여성)에 대한 동경 등이 꼽힌다. 흥미롭게도 젊은 남성에게 섹시한 나이 든 여성은 금기가 아니다. 솔직히 우리 세대가 성장할 때는 여성이 일정한 나이가 지나도 매력적일 수 있다거나 젊은 남성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사회가 그런 인식을 용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여기서 젊은 남성은 20대를 말하나?

20대나 30대 초반을 말한다. 내가 이 현상을 처음 감지한 건 틴더(데이팅 앱)에 관한 기사를 쓸 때였다. 난 장난삼아 상대 남성의 연령대를 나보다 훨씬 낮게 설정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많은 ‘매칭’이 이뤄져 하루에 30세 미만의 남자 3명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시대인 1990년대의 맨해튼을 생각할 때 되돌리고 싶은 삶의 측면이 있다면?

지금 와서 보니 그때는 어떤 설렘 같은 게 있었다. 순진한 마음이랄까? 밖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날 때의 느낌이 그립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예전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대신 온라인으로 많은 걸 해결하는 디지털 세대를 안쓰럽게 여기나? 아니면 단지 세상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난 그들을 안쓰럽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처음 ‘섹스 앤더 시티’를 출판했을 때 한 친구의 어머니가 “요즘 젊은 여자들은 불쌍하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말하긴 쉽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미투 운동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캐리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적 습관을 어떻게 생각할까?

캐리는 나 자신을 모델로 했으니 “캔디스 부시넬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묻는 게 맞지 않겠나? ‘섹스 앤 더 시티’에는 성희롱과 성추행이 빈발했던 당시 사회 환경에서 여성들이 느꼈던 분노가 깔렸다. 난 1979년 뉴욕에 왔다. 요즘 같았으면 미투 고발의 대상이 됐을 만한 일들이 당시엔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그런 일이 하도 흔해서 마치 사회가 여성들에게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남자들은 원래 그래. 그냥 견디든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라고 말하는 듯했다. 절충안은 없었다. 그건 직장 환경의 일부였다.

지금은 어떤가? 변화가 있나?

지난 몇 년 동안 강연할 때 여성들에게 직장에서 미투 경험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손드는 사람은 나이 든 여성 한둘뿐이다. 사회적 인식이 그만큼 무섭다. 요즘도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1980년대만큼 빈번하진 않은 것 같다. 당시엔 정말 노골적이었다. 내가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나를 가장 낙심하게 했던 게 이 문제였다. 남자 상사 중에 성적 요구를 하는 사람이 많고 거절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이 책엔 재미있는 일화가 많지만 죽음도 등장하고, 중년 여성이 겪는 모욕과 좌절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미국의 중년층이 다른 연령대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남성들이 자신을 매우 힘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가졌고 돈도 더 많다. 또 여전히 (잠재적)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 남성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중년 여성 중에 경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외모에 의존해 살아가던 아름다운 여성들이 이제 더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국 사회에는 젊은 여성에게 외모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을 독려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

나이 드니 정말로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이 드나?

그렇다. 차라리 그걸 초능력으로 받아들여야 좋을 듯하다. 사람들이 나이 든 여성이 옆에 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은 채 그들에 관해 뭐라고 말하는지 들을 수 있다. 노인차별은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중년 여성은 세상에 나가 뭔가를 하던 사람들이다. 1980년대에 사무실과 은행, 법률회사에 쏟아져 들어갔고 1990년대에 독립적으로 살았던 독신 여성들이다. 사회에선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지만 매우 활기찬 여성 집단이다.

– 니나 벌리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