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재클린 노백의 신저,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위안될 수 있는 작고 긍정적인 것들 제시해
한 네티즌은 ‘뉴욕에서 울기 좋은 곳’ 블로그에서 뉴욕의 지하철 7호선을 ‘올스타 울보 전철’이라고 추천한다.
어떻게 하면 길거리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울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그런 기술이 따로 있을까?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코미디언이자 자칭 ‘데스프레소(despresso, 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로 우울증 환자를 뜻한다)’인 재클린 노백은 그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 우는 법: 우울증을 잘 아는 사람의 보잘것없는 제안(가제·How to Weep in Public: Feeble Offerings on Depression From Someone Who Knows)’의 저자인 노백은 책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슬픔이나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울 수밖에 없다고 느끼면 사람들이 있든 말든 그냥 가던 길을 멈추고 몸을 앞으로 숙여라. 달리기 한 뒤 숨을 가다듬듯이 말이다. 그 다음 눈물이 눈에서 땅으로 똑바로 떨어지도록 그냥 놔둬라. 수직으로 떨어지게 잘 겨냥하라.”
노백이 쓴 이 책은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 텀블러의 ‘뉴욕에서 울기 좋은 곳(NYC Crying Guide)’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뉴욕에서 맘껏 슬퍼하며 울기 좋은 장소를 하나씩 제시하는 블로그다. 예를 들자면 한 네티즌은 뉴욕의 지하철 7호선을 ‘올스타 울보 전철’이라고 추천한다. “하루 중 어느 때든 7호선의 승객 모두는 깊은 잠에 빠지거나 거의 혼수상태에 있다. 이곳에선 마음 놓고 크게 울어도 좋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울보의 이상향이다. 난 적어도 하루 한 번은 이 지하철을 타고 운다. 뉴욕시의 진정한 보물이다.”
‘뉴욕에서 울기 좋은 곳’은 공개적인 포럼에서 슬픔을 ‘인증’하는덴 도움이 되지만 공공장소에서 우는 기술 자체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노백이 나섰다. 그녀의 책 ‘공공 장소에서 우는 법’은 평생 우울증과 싸운 경험에서 우러난 ‘보잘것없는 제안’에다 기발한 통찰력과 자기비하적인 여담을 곁들였다. 자기비하적인 우스갯소리의 예를 들자면 책의 각주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난 이 책에서 나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얘기하지 않는다. 아무도 코미디언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튠스에서 내 앨범 ‘수준 높은 생각’을 한번 들어보시라”고 익살을 떤다.
그러나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봐선 안 된다. 노백은 “우울증에 관한 책 대부분은 증상 극복을 돕고 치료책을 제시하려 애쓰지만 내 책은 예를 들면 ‘전쟁 중 참호에서 잠시 쉬며 피우는 담배 한 개비’에 해당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녀의 책은 어린 시절의 슬픔에 관한 단상부터 침대에서 일어날 용기를 도저히 낼 수 없는 날 특히 도움이 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옷도 지지리 못 입으면서 성공한 인물 톱4’ 등)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공공 장소에서 우는 법/ 재클린 노백 지음 / 펭귄랜덤하우스 펴냄
노백은 우울증이 아주 심했을 때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 그녀는 부모님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무척 힘들었지만 창의적인 뭔가를 하려고 애썼다. 마음을 짓누르는 우울한 기분에서 헤어날 수 없다고 느꼈다. 희한하게도 우울증은 사람의 생각까지 바꿔 놓는다. 뻔히 알지만 그렇게 변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그 환상 속에 ‘캠프’를 세우려 했다. 그 경험에서 뭔가 긍정적인 것을 뽑아내고 싶었다. “부모님 집 지하실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이렇게 자문했다. ‘이게 나한테 이로운 게 뭐지? 지금 같은 삶의 나락에 처한 나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지?’”
마침내 노백은 자신이 독자로서 읽고 싶은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먼저 우울증에 시달리는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를 생각했다. “우울증을 겪으며 우울증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다면 큰 위안이 되리라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집단 환각을 공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환상에 휘둘리고 우울한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우린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텀블러나 트위터 같은 공공 포럼은 우울증에 관한 논의의 장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정신 건강은 사람의 활동을 제한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데도 종종 정당한 장애로 인정 받지 못한다. 노백은 우울증에 씌워진 오명을 벗기기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이 책을 쓰진 않았다. 그러나 ‘공공 장소에서 우는 법’은 다루기 힘든 주제를 그리 대수롭지 않은 듯 약화시켜 좀 더 받아들이기 편하게 만든다. 이 책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토론의 장이 널리 펼쳐진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노백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터놓고 얘기하거나 거리에서 후련하게 목놓아 운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트위터에 해시태그 #weepinpublic을 만들었다.
또 노백은 곧 뉴욕 브루클린에서 ‘세계 우울증 박람회’를 열어 책 출판을 자축할 계획이다. 그녀는 우울한 느낌과 ‘사회적 불안감’을 박살 내기 위해 ‘두더지잡기 게임’을 본떠 만든 프로그램을 곁들인 코미디 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런 발상을 좋아한다. 요점은 우울한 느낌을 정당화하자는 것이다. 그런 계기를 만들고 싶다. 그 과정에서 분명 위안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폴라 메지아 뉴스위크 기자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 / 로타드 J. 자이베르트 지음 / 송소민 옮김 중앙북스 펴냄 / 9800원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고의 시간관리 전문가 로타드 J. 자이베르트가 제안하는 단순한 진리만 알면 된다.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에는 머릿속 계획을 실천 가능한 리스트로 만들고, 우선순위 설정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는 주옥 같은 노하우가 책장마다 알차게 담겨 있다. 그동안 너무 자잘한 일들에 시간을 쏟아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