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라틴 팝과 저항 음악이 만나면?

개비 모레노와 반 다이크 파크스가 10년 걸려 완성한 음반 ‘¡Spangled!’에 현재 미국의 사회·정치 상황 녹여
개비 모레노(오른쪽)와 반 다이크 파크스는 앨범 ‘¡Spangled!’를 발표했다(왼쪽 사진). ‘¡Spangled!’에서 보컬은 모레노가, 현악기·혼·하프·마림바 등 악기 편성은 파크스가 맡았다. / 사진:NONESUCH.COM, YOUTUBE.COM

넌서치 레코즈의 새 앨범 ‘¡Spangled!’는 과테말라 태생의 가수 겸 기타리스트 개비 모레노(38)와 미국의 작곡가 겸 편곡가 반 다이크(76)가 10년이나 걸려 완성한 작품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복고 라틴 아메리카 팝과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된 저항 음악이 어우러진 이 음반은 외국인 혐오증과 추악한 정치로 얼룩진 현재 미국 상황을 꼬집기라도 하듯 딱 알맞은 시점에 나왔다.

모레노는 “이 앨범에서 우리는 각양각색의 문화와 음악이 공존하는 미국의 다양성을 찬미하고자 했다”면서 “난 그런 다양성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미국 사회에 대한 이민자의 기여를 찬양하는 게 내 의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파크스는 이 앨범이 “현재에 지친 사람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는 안전지대 같은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는 모레노는 20년 전 미국으로 이민해 트레이시 채프먼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 가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배우 겸 뮤지션 휴 로리, 애리조나주의 인디 밴드 칼렉시코, 데이비드 보위의 키보디스트 마이크 가슨 등과 함께 활동하고 NPR의 ‘라이브 프롬 히어’라는 프로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모레노는 또한 꾸준히 작곡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노래(그녀는 영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노래한다)를 녹음하고 공연도 했다. NBC의 장수 시트콤 ‘파크스 앤드 레크리에이션’의 주제가를 공동 작곡하기도 했다.

‘¡Spangled!’의 앨범 커버. 비틀스의 ‘Revolver’ 앨범 커버를 제작했던 클라우스 부어만이 디자인했다. / 사진:NONESUCH.COM

LA 음악계의 베테랑 뮤지션이며 자칭 ‘미국 혁명의 아들’인 파크스는 모레노보다 2배나 나이가 많다. 파크스는 자신의 앨범으로도 높이 평가받았지만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 등과의 공동작업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비치 보이스가 1960년대에 만들기 시작해 미완성으로 끝난 앨범 ‘Smile’에 참여했다(윌슨은 2004년 자신의 이름으로 완성된 버전을 발표했다).

‘¡Spangled!’에서 보컬은 모레노가, 현악기·혼·하프·마림바 등 악기 편성은 파크스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04년 LA의 한 클럽에서 열린 미니 콘서트에서 만났다. 그리고 2010년 파크스가 덴마크 로스킬데 뮤직 페스티벌 공연에 모레노를 초대해 함께 연주했다. 모레노는 “그때부터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파크스는 내가 몰랐던 라틴 아메리카 음악을 많이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파크스는 ‘¡Spangled!’가 앨범 커버(비틀스의 ‘Revolver’ 앨범 커버를 제작했던 클라우스 부어만이 디자인했다)부터 선곡, 편곡까지 1960년 즈음 막을 내린 역사적 순간을 떠올리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마음과 귀를 열었던 그 시기를 ‘또 다른 시대(another age)’라고 부른다. ‘¡Spangled!’는 라틴 음악의 근본이 담긴 음반”이라고 파크스는 말했다. 이 앨범은 1950년대 마나과(니카라과의 수도)나 산살바도르(엘살바도르의 수도)의 라디오, 또는 멕시코 시티의 극장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음악을 상기시킨다.

일례로 ‘Nube Gris’는 사랑에 속 태우는 이의 마음을 담은 페루의 왈츠에서 비롯됐다. 이 노래는 1950년대 초반 멕시코의 영화배우 겸 가수 페드로 인판테가 불러 히트시킨 후 라틴 아메리카의 스탠더드(여러 가수가 녹음한 노래)가 됐다. 파크스는 1960년대 초 캘리포니아주의 한 커피숍에서 공연하던 시절 라틴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사 내용을 알기 전부터 노래에 사로잡혔다”면서 “‘Nube Gris’는 내게 블루스를 노래하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Spangled!’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띤 곡 중에 좀 더 현대적인 노래 2곡이 있다. 라이 쿠더와 짐 디킨슨, 존 하이어트의 ‘Across the Borderline’과 트리니다드의 소카(Soca, 1970년대 후반에 유행한 트리니다드 섬의 디스코 음악) 가수 데이비드 러더의 ‘The Immigrants’다.

사진:HEADPHONE: GETTY IMAGES BANK; MORESNO ALBUMS: COURTESY OF THE ARTIST; PARKS ALBUMS: COURTESY OF WARNER MUSIC LIBRARY

텍사스와 멕시코적 요소가 혼합된 애절한 분위기의 ‘Across the Borderline’은 물리적·은유적 분계선을 넘는 고통을 설명한다. 원래 잭 니콜슨이 텍사스주의 국경 순찰대원으로 나오는 1982년 영화 ‘더 보더’의 삽입곡으로 프레디 펜더가 녹음했던 곡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전혀 오래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쿠더의 솔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모레노와 파크스의 버전에는 잭슨 브라운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다. 한편 ‘The Immigrants’는 음악적 분위기는 낙관적이지만 분노가 더 노골적으로 표현됐다. 1998년 뉴욕 경찰이 아이티 출신 흑인 이민자 애브너 루이마를 체포해 매질하고 성고문한 사건에 저항하며 쓰인 곡이다.

모레노는 ‘¡Spangled!’가 완성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파크스와 자신이 당초 계획한 방식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논의를 시작했을 때 난 파크스에게 내가 기타를 연주하며 부른 노래를 녹음해 보냈다. 그다음엔 파크스가 그 곡들을 아름답게 편곡해 내게 보냈다. 하지만 그 노래들은 모두 디지털로 돼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게 원래 우리 꿈이었지만 제약이 많았다. 자금이 부족했고 각자가 해야 할 다른 작업들이 있었다.”

결국 제작 비용은 모레노가 댔다. 파크스는 “모레노의 입장에서 보면 이 음반 작업은 ‘의로운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렵게 번 돈으로 제작 비용을 부담했다. 이 앨범은 오락을 뛰어넘어 뜨거운 정치적 이슈를 담은 작품이다.”

– 피터 카르보나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