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는 우울증에 잘 안 걸린다

과시욕 강하고 남을 지배하려 들지만 도전을 당연시하고 자신감 갖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강해져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도 나르시시스트로 분류되기도 한다. / 사진:AP/YONHAP

심리학자들은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적다고 믿는다. 자기애는 정신적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구팀은 준임상적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인한지 조사했다.

마키아벨리즘·사이코패스와 함께 흔히 ‘어둠의 3요소’로 불리는 성격 특성인 나르시시즘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웅대형 나르시시스트는 겸손함과 겸허함이 없고 과시욕이 강하며 남을 지배하려 든다. 취약형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적이고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연구 자원자들은 자신이 자기애적인지, 정신적으로 강인한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지, 스트레스를 받는지, 우울증 증상이 있는지 등을 묻는 설문에 답했다.

학술지 ‘유럽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웅대형 나르시시즘 특성의 점수가 높은 참가자는 정신적으로 강인할 가능성이 더 크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낮았다. 같은 데이터를 사용한 다른 연구는 웅대형 나르시시스트가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삶에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작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성격과 개별 차이’에 발표됐다.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 심리학 부교수로 이 두 논문의 공동 저자인 코스타스 A. 파파조지우 박사는 뉴스위크에 “어두운 성격 특성이 사회적으로 독성이 강하다면 현대 사회에서 왜 그런 성격이 지속되고 심지어 더 많아지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초점이 명확한 메시지를 얻기 원했다. 나르시시즘의 특정 측면은 정신병리학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나르시시즘이 좋은 성격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인간의 성격이 좋고 나쁜 특성, 또는 친사회적이고 반사회적인 특성을 초월하는 측면에서 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파파조지우 교수는 웅대형 나르시시즘이 정신병 위험이 낮은 것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나르시시스트는 특정 자원에 접근하려는 시도에서 장애물에 부닥칠 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 정신적 강인함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적 강인함은 정신병에 맞서는 회복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심리적 자원을 제공한다.”

나르시시즘을 전공하는 심리학자이자 미국 불안·우울증 협회 회원인 스테파니 M. 크리스버그 박사는 이 연구와 관련해 이렇게 논평했다. “나르시시즘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나르시시스트가 뭔가를 발명하고 창조하고 이끄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강인함과 자신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를 나르시시스트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크리스버그 박사는 웅대형 나르시시스트는 비난을 받거나 실패할 경우 분노하고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반응은 우울하거나 무능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소원하게 만들어 따돌림당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우울증이나 슬픔이 찾아들 수 있다. 그런 감정은 우울보다는 자기연민으로 나타난다.”

크리스버그 박사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닐 가능성이 큰 일반적인 사람은 큰 목표를 성취 가능한 작은 단계로 나눔으로써 회복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와 함께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을 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자문하는 것도 정신적인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